자신만의 비판적이고 수직적이고 온전히 입체적인 시각을 개발함으로써 ‘세계를 새롭게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급속히 도시화되는 우리 세계의 정치·사회·도시적 투쟁은 온전히 삼차원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을 통해서만 이해할 수 있다. --- p.49
인공위성을 제국주의적 시야의 절대적 형태로서 소환하기보다는, 위성 영상이 정치와 무관한 객관적 ‘사실’을 전송하는 게 아니라 지표면을 아주 편향되게 시각화하고 심지어 시뮬레이션한 형태임을 알 필요가 있다 --- p.61
도시를 파괴하기 위한 공중 폭격과, 도시를 재건하는 데 필요한 도시계획 및 건축 사이의 관계에는 또 하나의 무시된 연결고리가 존재한다. 1935년 출간된 《항공기》에서 르 코르뷔지에는 말한다. “잠자는 도시 위에 폭탄으로 죽음의 씨앗을 뿌릴 수 있다니 이 얼마나 엄청난 능력인가.” --- p.108
드론은 위에서 떠돌며 위로부터 사람들을 몰살한다. ‘반군 세력’을 조준·살해하는 드론에서 찍힌 유튜브 영상을 본 이용자의 댓글들을 연구한 사회학자들은 하나의 광범위한 경향성에 주목했다. 서구 문화와 언어의 뿌리 깊은 전통에 따라, 댓글을 단 사람들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자신의 시점이 시선 아래 놓인 사람들에 비해 본질적으로 우월하다고 여겼다. --- p.115
특권층의 헬기 이동은 극소수 초부유층이 지표면의 도시 생활을 둘러싼 제약과 제한과 고투로부터 분리되어 있음을 과시하는 궁극적 상징으로 출현했다. 이를 통해 ‘상류’ 계급은 삼차원과 수직성에 대한 독점적 접근권을 누린다. --- p.159
도시의 부유한 관광 지구와 인접한, 전략적이고 탐나는 입지에 자리한 파벨라는 고급 부동산 시장과 일체의 ‘합법적인’ 시장법칙에 노출된다. 이런 변화는 강제 퇴거, 젠트리피케이션, 집세와 각종 서비스 요금의 급등, 도시의 비싼 주거비용에 떠밀린 전문직의 유입을 알리는 신호다. --- p.195
실제로 초고속 엘리베이터는 글로벌화로 급변하는 경제지리와 도시 성장과 부동산 투기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대리 지표로서 전 세계 비즈니스 언론의 각광을 받고 있다. --- p.219
기업 마천루들은 대기업의 ‘수직’ 위계구조를 물리적으로 구현하게끔 용의주도하게 설계되었다. 이탈리아의 저널리스트 마르코 데라모는 “빌딩의 높이는 회사 매출액의 구체적인 은유”라고 강조한다. --- p.235
글레이저의 주장의 문제점은, 도시의 고밀화와 수직화를 단순히 경제적으로 긴요한 사안으로서만 언급하는 한편, 현대 도시에서 주택의 생산 및 소비 양태를 결정하는 구조적인 사회·정치적 힘을 완전히 무시한다는 점이다. --- p.270
도시 공간의 수평적 상상은, 지상·지면·지하의 복합공간과 거대구조를 매끄럽게 혼합하고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터널, 스카이워크, 지하철, 보도, 다리, 계단, 피플무버, 스카이트레인으로 그들을 불균등하게 연결하는 새로운 도시 미로를 이해하기에 확실히 부적합하다. --- p.357
나쁘거나 더운 공기로 인한 비상 상황은 자연재해라기보다 사회적 재해로 볼 필요가 있다. 인류학자 브뤼노 라투르는 전쟁, 공학, 도시생활에서 인위적으로 조성된 공기가 사용되는 현상에 대한 페터 슬로터다이크의 연구에 기초하여 공기와 공기 중 산소의 근본적 정치학을 강조한다. --- p.371
급속히 도시화되고 있는 생물종의 발밑에 놓인 토양을 구성하는 물질은 ‘자연적’ 지질과 현격히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만들어진 땅이 수직으로 축적된 결과다. 인공적인 땅은 도시 생활을 향한 인류의 대전환에서 간과되는 특징이다. 이는 건설, 광업, 전쟁, 농업의 산업화로 생겨난 핵심 부산물이기도 하다. --- p.420
런던 같은 도시에서 초부유층이 선택된 지하공간을 식민화하는 현상은, 이런 공간이 예로부터 빈곤, 질병, 반란, 말 그대로 도시 ‘하층세계’에 거주하는 ‘밑바닥’ 계층 또는 계급과 연관되었다는 사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 p.467
무언가를 하수도 안에 넣는 것은, 그것을 하수도 위쪽 세계의 폐기물로 규정하는 것이다. --- p.476
벙커의 재현은, 디자인 역사가인 브라이언 딜런의 말을 빌리면 향수 어린 형태의 ‘군수산업적 숭고함’에 종종 빠져버리곤 한다. 그 안에서 대량살상의 기술과학은 단지 미화된 몰역사적 페티시가 된다. --- p.529
초국적 광산 기업들이 인권, 노동권, 환경 정의를 침해한다는 증거는 무수히 많다. 이런 기업들이 쓸고 간 자리에는 재앙에 가까운 사회·환경 파괴의 흔적이 남는다. 글로벌 남반구의 원주민과 현지 주민들은 광산기업이 직접 통제하는 폭력적 용병과 ‘치안’ 부대에 의해 보금자리에서 쫓겨나는 일이 많다.
--- p.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