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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여행의 도중

긴 여행의 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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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3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502g | 148*204*30mm
ISBN13 9788956059907
ISBN10 895605990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사람들이 같은 장소에 서 있어도 각기 다른 풍경을 보는 것은 각자의 인생이 다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p.12

지나가는 지금이 가진 영원성. 나는 아무것도 아닌 일의 심원함에 매료되었다. --- p.16

나는 문득 ‘추억’이라는 것을 생각했다. 사람의 일생에는 추억을 만들어야 하는 때가 있는 듯했다. --- p.24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해 이윽고 늙어가는 인간 각자의 시대를 향해 자연은 다양한 메시지를 보내준다. --- p.31

“이 세상은 이미 어떻게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역시 긍정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나고 만다. 체념과 희망이 공존하고, 밝음과 슬픔이 한데 섞인 채, 나는 내일을 생각한다.”--- p.52

아무도 모르게 사라지려고 하는 한 시대의 역사를 어떻게든 기록에 남기고 싶었다. 그것이 우리의 계획이었다.--- p.74

모든 것이 어지러운 속도로 사라지고 전설이 되어간다. 그러나 문득 생각해보면 수천 년 전과 변함없이 카리부 떼는 지금도 알래스카 북극권의 들판을 여행하고 있다. 그것은 경이로운 일이었다. --- p.75

“일이 바빴지만 알래스카에 오길 정말 잘했어. 왜냐고? 내가 도쿄에서 정신없이 흘러가는 나날을 보낼 때 알래스카의 바다에서는 고래가 솟구쳐 오를지도 모르잖아. 그 사실을 안 것만으로도 정말 좋았어.”--- p.91

내가 일상에 쫓길 때에도 다른 곳에서는 또 하나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 p.91

몸을 바짝 굳게 하는 냉기에서 풍기는 티 없이 맑고 투명한 겨울의 냄새. 이 계절에는 마음을 정화시키는 힘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p.94

내가 어디에 있는 모든 것에는 똑같은 시간이 평등하게 흐른다. 생각하면 한없이 심원한 기분이 드는 사실이다.--- p.131

알래스카 들판을 떠도는 카리부의 이동에 나는 계속 마음이 끌렸다. 그것은 넓은 공간과 자연이 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위해서 숨 쉬고 있는 세계임을 언제나 실감케 했다.--- p.134

매일 머리 위를 날아가던 캐나다 두루미 편대도 모습을 감추고 맑게 갠 밤하늘에 오로라가 춤추기 시작하면, 가을색은 어느덧 퇴색한다. 가을은 어쩐지 사람의 마음을 초조하게 만든다. 짧은 극북의 여름이 순식간에 지나갔기 때문일까? 길고 어두운 겨울이 이제 곧 가까워졌기 때문일까? 첫눈이 내리면 각오가 생겨서 마음이 안정될 텐데.--- p.139

“동물의 뇌라는 것은 끝없는 시간을 들여서 쓴 한 편의 책이라고 생각해. 그 속에는 지금까지 그 종種이 살아온 몇만 년, 몇억 년이라는 역사가 전부 들어 있어. 물론 인간에 대해서도 한구석에 기록되어 있을 거야. 계속 관계를 맺어왔으니까. 그러니까, 자연이 계속해서 파괴되고 생물의 종이 조금씩 사라져간다는 것은 인간이 자신들에 대해 알 수 있는 도서관에서 책을 한 권씩 잃는 것과 같아.”--- p.148

분명히 똑같은 봄이지만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은 기쁨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기쁨의 크기는 각자가 넘긴 겨울의 모습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겨울을 제대로 넘기지 않고서야 봄의 실감은 아득히 멀다. 그것은 행복과 불행의 이상적인 모습과 어딘지 닮았다. --- p.155

작은 공간에 가만히 웅크리고 누워 봄을 기다리는 곰이 미치도록 사랑스러웠다. 여름날 곰이 들판을 걸어가는 모습에서보다 훨씬 더 강한 생명력이 느껴졌다.--- p.184

어린 시절에 본 풍경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언젠가 어른이 되어 다양한 인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사람의 말이 아니라, 언젠가 본 풍경에게 위로를 받거나 용기를 얻는 일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p.193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누군가를 희생해서 자신이 살아남는 선택의 과정이다.--- p.203

나는 계절이 이동하는 순간을 좋아한다. 단풍이 절정일 때가 고작 하루인 것처럼, 맑고 투명한 어린잎이 자라는 계절도 한순간이다. 자연의 색은 우리에게 한 번뿐인 인생을 살고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 p.208

인간이나 그 누군가를 위해서도 아니고 자신의 존재를 위해서 자연이 숨 쉬고 있다. 이 당연한 사실을 아는 것이 언제나 놀라웠다. 그것은 동시에 우리가 누구인지를 항상 생각하게 만들었다. 알래스카의 자연은 그 사실을 매우 알기 쉽게, 끊임없이 알려주는 듯하다.
--- p.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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