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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5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59쪽 | 462g | 153*224*30mm
ISBN13 9788957076637
ISBN10 895707663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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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환상이었어.”
새 출발을 위한 전별금을 받았나 했더니만 결국 이 모양 이 꼴이다. 그건 그저 한번 구경이나 시켜준 돈이었다는 얘기다. 아예 철저히 돈이 붙지 않는 운명을 타고난 것일까. 잠깐 꿈을 꾸게 해준 것만도 고맙게 생각하라는 뜻인가. 한순간이나마 신이 있다고 믿은 내가 바보였다. 하느님이고 부처님이고 진즉 다 죽었다. 그렇다면 그건 악마의 돈이었는지도 모른다. 지금쯤 그 두툼한 돈다발이 헌 신문지로 싹 변해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래, 지금 당장 시든 낙엽 쪼가리로 변해버리라지, 하고 남자는 생각했다.
날치기가 내 대신 그 돈을 펑펑 쓸 것이다. 남자는 날치기가 도망간 방향을 멍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그 돈을 쓰는 자에게 재앙 있으라!

▶ “자네는 이 세상이 어떻게 변하기를 원하나?”
이케지리의 물음에 어린 노노미야는 막힘없는 어조로 이렇게 말했었다.
“돈 많은 사람이 훌륭하다는 건 정말 잘못된 일이에요. 돈만 있으면 남을 강제로 부릴 수 있다니, 자유를 빼앗고 노예로 삼을 수 있다니,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사람들이 모두 돈의 힘은 만능이라고 믿어버리기 때문에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채로 살고 부자는 점점 더 부자가 되는 거예요.”
“그런 세상을 무너뜨리고 싶겠지만 그 전에 너 자신이 무너질 거야. 돈이 모든 것인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돈이 많아봤자 별 의미 없는 사회가 되면 좋겠죠.”
어린 노노미야는 그저 생각나는 대로 치졸한 이론을 펼치는 것처럼 보였지만 거기에는 확고한 사회변혁의 의지가 있다고 이케지리는 생각했다.
“예수그리스도 같은 소리를 하는군. 너는 돈이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세상을 증오하는구나?”
“성서라면 저도 읽어봤어요. 예수는 좋은 말을 했죠. 만일 당신이 완전해지기를 원한다면 지금 집에 돌아가 당신이 가진 것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베풀어라, 그렇게 하면 하늘에 보물을 쌓게 된다.”
“마태복음이로군. 네가 지금 살아가는 국가나 공동체뿐만 아니라 가족에게서도 벗어나려는 건 아닌가?”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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