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카네기멜런대학교의 실험심리학자 캐리 모어웨지의 엠앤엠즈M&Ms실험을 살펴보자. 그는 51명의 실험 참가자를 두 집단으로 나눠 한쪽에는 엠앤엠즈 30개를, 다른 쪽에는 3개를 먹는 상상을 하라고 주문했다. (...) 실험이 끝난 후 질문을 받은 실험 참가자들은 이렇게 답했다. “먹기 전에 음식을 미리 상상한다고 해서 그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바뀌진 않았어요. 하지만 먹고 싶은 양에는 차이가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무언가에 반복해서 노출되면 그것에 대한 욕구가 줄어든다는 이론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습관화habituation라고 부른다. 특정 음식에 습관화가 되면, 그 음식에 대한 욕구는 줄어든다. 혈당 수치나 더부룩함 같은 다른 생리 신호와는 별개로 식욕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 p.18
코가 막혔을 때, 고를 푸는 것이 좋을까? 멍청한 질문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감기에 걸려서 코가 막히고 숨쉬기조차 힘들어 기분이 엉망인 상태에서 코를 풀지 말아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 (...)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 네 명을 기계에 연결해서 재채기할 때와 기침할 때 그리고 코를 풀 때의 코에 가해지는 압력을 측정했다. 그 결과 기침할 때와 재채기할 때의 압력은 호흡할 때의 압력과 비슷했지만, 코를 풀 때 가해지는 압력은 그 무엇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컸다. 이 정도의 압력이라면 코를 풀 때마다 1mm의 콧물이 코 밖으로 빠져나오는 것과 동시에, 거꾸로 코 안쪽의 부비강(두개골 속의, 코 안쪽으로 이어지는 구멍)으로도 들어갈 것이었다. 코를 풀고 싶은 욕구는 물론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코를 풀면서 바이러스와 세균을 배출할 수 있기 때문에 합리적인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코를 풀어야 한다면 부드럽게 풀고 한 번에 한쪽 코만 푸는 것이 좋다. --- p.30
2010년 하버드대학교의 사회심리학자 에이미 커디는 학술지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 기고한 논문에서 파워 포즈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효과를 밝힌 바 있다. 파워 포즈란 2분 동안 슈퍼맨이나 원더우먼처럼 서 있는 것을 의미한다. 커디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런 방식으로 자세를 취할 때 우리 몸에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증가하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은 줄어든다고 한다. 또한 생리현상의 변화만 있는 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자기 자신을 더 강한 존재로 느끼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이제 중대한 회의를 앞두고 있을 때는 화장실이나 창고용 벽장에 몰래 들어가서 슈퍼히어로처럼 자세를 취하고 잠시 서 있도록 하라. --- p.56
버트의 연구에 따르면 한 사람이 갖고 있는 관계망을 살펴보면 그가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여러 관계망 사이에서 중개인 역할을 얼마나 잘 소화하는지가 그 사람의 급여, 평가, 승진의 차이를 만드는 요인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한다. 따라서 크고 개방적인 관계망의 일부가 되는 것은 당신에게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당신이 맡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역할은 여러 폐쇄적인 관계망의 중개인이다. 그렇게 하면 다양한 정보원으로부터 폭넓은 정보를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의 새로운 정보를 각 집단에 가져온 것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을 가능성도 커진다. --- p.83
연구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커플이 느낄 수 있는 성적 만족에는 최대치가 존재했다. 일주일에 한 번 섹스하는 커플 대부분은 아주 행복했지만, 더 잦은 섹스를 한다고 해서 행복 수준이 일정하게 증가하지는 않았다. 이런 특징은 응답자의 성별, 나이, 교제 기간과 상관없이 일관적이었다. 한 사람의 행복이 정말로 섹스 횟수나, 섹스의 만족도와 관련이 있을까? 이 질문에 해답을 주는 연구가 있다. 2015년, 한 연구팀은 실험에 참가한 부부 32쌍에게 일정 기간 섹스 횟수를 두 배로 늘려달라고 부탁했다. 부부들은 섹스의 빈도를 평균 40% 이상 늘렸지만, 그 결과 이들이 더 행복해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이들은 기력이 달린다고 느꼈고 섹스의 만족도도 전보다 더 떨어졌다고 답했다. 이유가 뭘까? 토론토대학교 연구팀은 지나치게 잦은 섹스가 섹스에 대한 욕구와 즐거움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좀 지루해진다는 이야기다. 좋은 것도 지나치게 자주 하면 그것을 기대하고 갈망하거나 흥분하는 마음이 사라진다. --- p.94
당신을 제일 짜증나게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당신의 배우자? 아이들 혹은 친구들? 미시건대학교 사회연구소에서 실시한 설문 조사의 참가자 800명 중 대부분은 배우자라고 답했다. (...) 테네시대학교의 심리학자 제임스 맥널티가 10년간 이끌어 온 연구에 따르면, 말싸움과 비난, 잔소리 등의 부정적인 행동이 오히려 관계를 좋아지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건 상대방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큰가에 달려있다. 신혼부부를 연구했던 맥널티 박사의 요점은, 배우자에게 크게 기대할수록 크게 실망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대는 높을수록 충족되기 어렵고, 낮을수록 의외의 만족감이 있는 법이다. --- p.103
고도를 높이면 물 분자를 누르는 공기 압력이 줄어든다. 그렇기 때문에 결합한 물 분자들이 쉽게 분해될 수 있고, 이에 따라 물이 끓기도 쉬워진다. 해발 고도에서 500미터 만 올라가도 물은 99.5℃에서 끓는다. 캐나다 로키 산맥의 요새가 위치한 높이인 해발 3,000미터로 올라가면 물은 90℃에서 끓는다. 고도가 8,848미터인 에베레스트산 정상에 오를 때쯤이 되면 70℃밖에 안 되는 온도에서 물이 끓는다. 70℃에서 물이 끓고 수온이 더 올라가지도 않기 때문에 부드러운 노른자를 만들기 위한 이상적인 환경이 된다. 흰자까지 완전히 익힐 수는 없겠지만, 지구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른 일을 기념하기에 이보다 더 재밌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 p.139
2005년 4월 일본 TV 부품업체 마스프로 덴코의 도쿄 사무실에 크리스티와 그 경쟁사인 소더비Sotheby’s 경매장 대표들이 모였다. 마스프로 덴코의 사장인 하시야마 다카시가 소장하고 있던 세잔과 고흐 등 인상파 대가들의 미술작품을 경매할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서였다. 둘 중 어느 곳을 경매업체로 선정할 것인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다카시 사장은 크리스티와 소더비 대표가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쪽과 거래하기로 했고, 각 대표는 마스프로 덴코의 도쿄 사무실에 모여 가위바위보 대전을 치렀다. 다만 손으로 하는 방식이 아니라 종이에 써내는 방식이었다. 크리스티는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세계 가위바위보학회 등에 자문을 했다고도 전해진다. 결과는 치밀한 전략의 성공이었다. 보를 낸 소더비는 패배의 슬픔을 맛봤고, 가위를 낸 크리스티는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수수료를 챙길 수 있었다. --- p.171
기부는 두말할 것 없이 분명히 가치 있는 행동이다. 이것만으로 기부할 이유가 충분하지 않냐고? 하지만 당신이 돈을 기부할 때 섹스하거나 초콜릿을 먹는 만큼의 쾌락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어떨까? 아마 더 기부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결정을 내리는 동안 그들의 뇌의 움직임을 다시 한 번 관찰했는데, 돈을 갖기로 한 사람들만큼이나 기부를 선택한 사람들 또한 뇌의 쾌락과 관련된 영역이 활발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뇌의 이 영역은 초콜릿을 먹거나 섹스를 할 때 활성화되는 영역과 같다. 참가자들이 기부를 거절하는 경우가 절반이 넘긴 했지만, 자발적으로 기부할 때만큼은 쾌락과 관련된 이 영역의 활성화 정도가 섹스를 할 때나 초콜릿을 섭취할 때보다 훨씬 더 컸다. --- p.275
코만두리 박사는 최소 여덟 글자 이상으로 만들되 다른 제한은 없는 8-기본형과, 열여섯 글자 이상으로 만들되 역시 다른 제한은 없는 16-기본형 규칙으로 비밀번호를 만들어8-종합형과 비교해보았다. 그리고 이 3가지 비밀번호 중 어떤 유형의 보안이 가장 강력한지 알아보기 위해서, 해킹을 시도했다. 놀랍게도 보안을 깨기 가장 어려운 유형은 16-기본형이었다. 100억 번 넘게 시도한 후에도 16-기본형이 해킹당하는 비율은 12%에 불과했다. 반면 8-종합형과 8-기본형 비밀번호의 보안이 뚫릴 확률은 각 22%와 60%였다. 그러니까 대문자와 소문자, 숫자, 기호를 포함하여 비밀번호를 만드는 일은 굉장히 귀찮고 짜증날 뿐만 아니라 소문자 열여섯 자를 사용하는 것보다 더 나은 보안을 제공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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