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만들기를 마치 기존의 도시계획을 좀 더 참여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관점에 따라서 전혀 틀린 말은 아닐 수 있다. 그렇지만 마을만들기가 함의하고 있는 다양성을 충실히 드러내는 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마을만들기라는 말이 ‘마을+만들기’의 단순한 조합으로 보여, ‘마을’이라는 물리적 실체를 이럭저럭 물리적으로 ‘만들어’가는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생기는 오해이다. 마을만들기는 이보다는 더 폭넓은 개념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무엇보다 마을만들기의 중심에는 물리적 공간에 대한 관심보다 오히려 사람들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어쩌면 물리적 환경의 개선이나 기타 과제의 해결은 사람들의 관계 형성을 위한 도구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이다. 이 같은 개념의 설정은 지속가능한 마을만들기를 위해서도 유용한 것으로서, 물리적 환경은 누구나 만들 수 있고 쉽게 변화시킬 수 있지만 도시 내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참으로 만들어지기 쉽지 않지만 일단 끈끈한 유대가 형성되고 나면 지속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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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참여를 주민만의 참여로 호도하는 경향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주민참여는 주민을 중심에 두면서 다양한 지원네트워크의 협력적 참여를 의미한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해나가려는 ‘관계의 참여’이며 그 속에서 파편화된 개별 생각과 계획들이 모아질 수 있다. 여기서 주민참여에 대한 오류를 극복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현재 주민참여는 ‘당사자주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주민참여는 다양한 사회적 가치들을 생성해나가는 과정이며 그래서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좋은 문제를 만드는 과정’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현재 마을만들기 운동에서 주민참여는 당사자주의에 함몰되면서 폐쇄성과 집단적 이기성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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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최근에는 사라져 가는 저층주거지에 대한 우려와 재개발의 각종 부작용이 공론화되면서 공공의 태도가 변화하고 있다. 마을만들기에 대한 정책적,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기존의 도시계획에 대한 반성과 고찰이 필요한 때이다. 도시공간을 전면 철거해 그 안의 사회적 관계까지 일시에 제거해 버리는 재개발이라는 계획제도의 속성은 마을만들기와 필연적으로 배치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발생적인 마을만들기 움직임은 물론 각고의 노력으로 성숙하고 있는 마을공동체 활동에도 위협이 된다. 이 글은 주민의 삶과 거주환경을 보호해야 할 도시계획이 재개발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마을과 공동체를 해체하는 과정을 살펴보고, 이런 파괴의 실상들이 재개발사업에 내재된 속성에서 야기된다는 사실을 이해함으로써 주민을 배려하고 마을만들기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도시계획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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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해소되어야 하는가? 마을만들기의 과정에서 늘 부딪히는 갈등은 사실 갈망과 한 몸이다. 개인적인 관심을 참여를 통해 표현하는 것은 자신이 중심이 된 극히 이기적인 생각일 수도 있고, 동네 사람 모두가 이렇게 좀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공동의 실천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관심이 참여를 통해 개인의 갈망으로 전달되고, 그렇게 개인적이고 다양한 갈망이 서로 혼재되어 부딪힐 때 우리는 그것을 갈등의 노출이라고 부른다. 갈망으로 인해 생기는 갈등은 참여가 가져다 준 선물이고, 마을만들기를 위한 소중한 내부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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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만들기를 현장에서 직접 실천하고 있는 활동가나 일선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 프레임으로는 설명하기 힘든 낯선 존재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이를테면 어린이집, 지역도서관, 사회복지관 등이 그런 경우인데, 마을만들기를 진행하면서 겪었던 다종다기한 어려움과 난관을 헤쳐 나가는데 있어서 이들의 역할과 기여가 지대했다는 것이 공통된 증언이다. 예를 들면 주민들이 함께 모이고 행동하는데 있어서 굳건한 중심이 되었다거나, 행정과 주민 사이에서 훌륭한 가교 역할을 했다거나, 마을만들기 사업을 실제로 맡아서 요령있게 수행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일견 이들이 주체와 비슷해 보이지만 막상 주체 프레임에 대입하려면 생각만큼 간단치가 않다는 것이다. 이들은 주민 같기도 하고 전문가 같기도 하고 시민단체 같기도 하다. 그래서 한 가지 주체로만 간주하거나 아예 새로운 카테고리로 분류하려면 주저하게 되고 만다. 주체 프레임에서 설정해 놓은 분류 기준과 경계를 마음대로 넘나들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어떤 공간이나 시설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아예 주체라는 개념 자체를 벗어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들을 주목하는데 큰 도움을 준 안산의 용어를 빌려 표현하자면, 이른바 ‘거점(??’의 발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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