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농가 문에서 돼지들이 길게 줄지어 나왔다. 다들 뒷다리로 걷고 있었다. 남들보다 좀 더 잘 걷는 돼지들도 있었고, 약간 불안정한 게 지팡이라도 짚는 게 나을 듯한 돼지도 한두 마리 있었지만, 모두 성공적으로 마당을 한 바퀴 돌았다. 마침내 무시무시하게 짖어대는 개들의 외침과 검은 수평아리의 날카로운 울음과 함께 나폴레옹이 나왔다. 그는 위풍당당하게 똑바로 서서 거만한 눈길을 이리저리 던졌다. 개들이 주위에서 빙빙 돌며 뛰었다. 나폴레옹은 앞발에 채찍을 들고 있었다.---p.118 《동물 농장》 중에서
결국 자네의 돼지들은 다른 동물들보다 훨씬 똑똑하고, 따라서 농장 운영에 가장 적합한 동물들 아닌가. 사실 그 돼지들이 없었다면 동물 농장은 존재할 수도 없었을 걸세. 그러니 (누군가는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네) 모자랐던 건 공산주의가 아니라 민중적인 돼지들이라고.---p.139 〈T. S. 엘리엇이 조지 오웰에게 보낸 거절 편지〉 중에서
《동물 농장》과 관련하여 정보국의 주요 인사가 보인 반응에 대해 말씀드렸었죠. 솔직히 그 의견을 듣고 저는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 이 책을 현 시점에 출판하는 게 상당히 분별없는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걸 이제 알겠습니다. 만약 이 우화가 보통 일반적인 독재자나 독재 정치에 대한 것이라면 출판해도 상관없겠죠. 하지만 이제 보니 이 우화는 러시아 소비에트 공화국 연방과 그 두 독재자들의 경과를 너무나 고스란히 따라가고 있어서 (……) 또 하나 문제가 있습니다. 우화 속의 지배계급이 돼지들이 아니었다면 불쾌감이 덜할 것 같아요. 돼지들을 지배계급으로 설정한 것에 분명 많은 사람들이 불쾌해할 테고, 러시아인들처럼 다소 과민한 사람들은 특히 그럴 겁니다.
미스터 존스의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동물들은 평소 주인의 가혹한 처우에 불만을 품어왔다. 인간에게 착취만 당하는 자신들의 삶을 바꿔야 한다는 데 동의한 동물들은 젊은 수퇘지 세 마리를 중심으로 혁명을 도모하여 성공시킨 후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는 기치 아래 계급 없는 ‘동물 농장’을 만든다. 그러나 혁명을 주도한 돼지들은 예전에 인간이 누리던 특권을 자신들에게만 허락하며 다른 동물들과 차별을 두고, 젊은 돼지들 사이에서는 잔인한 권력 투쟁이 일어난다. ‘두 다리로 걷는 것은 모두 적’이라고 선언했던 돼지들은 이제 인간처럼 뒷다리로 서서 걸으며 다른 동물을 지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