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이야기하는 모든 것은 결국 주식시장의 두 주연배우인 가치와 가격의 성격을 살펴보고, 이 둘이 어우러져서 만들어 내는 파노라마 현상을 설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주식시장을 이해한다는 것’은 가치와 가격의 특성을 알고, 이 둘에 의해서 생기는 여러 가지 현상을 이해하는 것일 뿐이다. 이것을 ‘주식시장 이해의 모든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코스피지수 1만을 내세워 가치와 가격이 가진 몇 가지 중요한 특성 중 하나인 ‘성장’ 특성을 독자에게 설명하고자 주력하고 있다.
투자의 거장 워런 버핏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우리나라의 가치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서 일어나는 파도’에 대해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과연 우리나라 가치투자자들이 미국의 파도와 우리나라의 파도가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 무관심한 것인지를 한번 되묻고 싶다. 성장국가 주식시장에서 일어나는 파도는 워런 버핏이 주로 활동하는 미국시장과는 차원이 다른 양상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파도’를 무시하는 자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비합리성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나서, 이것을 무시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우리는 현재 워런 버핏과는 환경이 다른 주식시장에서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주식시장에는 투자해야 할 때가 있고, 투자하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 그러나 많은 투자자가 지금이 투자해야 하는 시기, 다시 말해 백 보 안에 들어와 있는 시기인지, 아니면 투자하지 말아야 하는 시기, 다시 말해 백 보 바깥에 있는 시기인지를 잘 모르고 있다. 이에 따라 이것에 대한 지침을 제공하는 것을 이 책의 중요한 소명 중 하나로 삼고 있다.
미국에서 나타난 행태는 전 세계 곳곳에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파도 현상을 유발하는 기술적 행태의 모범 답안 역시 ‘미국’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을 살펴보면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 나타난 행태의 반 이상을 살펴본 것과 같다. 미래에 우리나라가 글로벌 No.1이 된다면, 미국이 우리나라를 ‘카피’할 수도 있겠으나, 아직은 요원한 일이다. 어찌 됐든 카피 행위는 강력하게 이뤄지며, 미국 주식시장의 수십 년 성장 역사가 단 몇 달간의 주가 흐름, 혹은 몇 주간의 주가 흐름에 축약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위기와 관련해서 기억해둘 가장 중요한 문장이 한 가지 있다면, 그것은 "위기는 회복된다." 그래서 "위기는 기회다."라고 하는 말이다. 이 말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면 이 장의 목표는 달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실물경제의 측면에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인도, 중국 등을 비롯해 약 50개 주요 국가의 과거 100~200년의 경제성장 자료를 살펴보면, 역사적으로 발생한 경제위기 중 회복되지 않은 위기는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회복은 뜻밖에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우리가 아는 주요 30개 국가(대표적으로 중국, 인도,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 이스라엘, 일본 등)의 약 30년 전부터의 주식시장, 그리고 미국을 포함한 영국, 독일, 호주, 캐나다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50년 혹은 100년 이상의 과거 주식시장을 살펴봐도 위기가 발생한 경우 주식시장이 회복하지 않은 경우는 한 번도 없다.
하락률이 높다는 것은 고무줄이 팽팽하게 당겨졌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런 하락률에 우리가 알고 있는 선을 타고 올라가는 회복 행태를 결합시켜 보면, 높은 하락률은 역설적으로 아주 좋은 투자기회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주식시장에 일반투자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웬일인지 외국인 투자자들만 득실거린다. ‘계곡’에 고기는 많고 물은 얕아서 준비체조조차 없이 뛰어들어도 되는 시점인데, 안타깝게도 일반투자자는 뛰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지금이 최악의 상황인가?” 위기가 발생하면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고려해서 의사결정을 하는 방법이다. 지금 우리는 ‘파도’를 어떻게 고려할 것인가를 살펴보고 있기 때문에, 파도의 원인이 되고 있는 ‘투자자 심리’를 살펴보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파도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대형 투자자들은 위기가 발생하면, 회복이 이뤄지는 것을 확인하고 투자 집행을 하는 것이 아니다. 더 이상 악재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되지 않고, 회복이 ‘기대’되는 순간 투자를 집행하기 시작한다. 실물경제 자체의 회복을 무작정 기다리지는 않는다. 경제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어도 최악의 상황이 지나가고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추가적인 큰 악화가 없을 것으로 기대되면, 주식시장은 대개 총알같이 위를 향해 날아오른다.
경제가 성장하면 주식시장이 성장한다. 그러나 경제성장 그래프를 보면 ‘성장’이 확실하게 느껴지는데, 주식시장 그래프를 보면 주식시장이 성장하는지 안 하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부정합 성장을 하기 때문이다. 다우지수에서 보았듯 주식시장의 성장은 국면을 끊어서 보면 성장이 이해되지 않는다. 아주 장기적인 기간을 살펴야 한다. 여기에서는 장기적인 기간을 통해 형성되는 성장의 개념을 ‘코스피 성장 역사’를 통해 간단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 경제성장 속도를 기초로 코스피지수의 1만 도달 개념에 대해 살펴본다. 코스피지수 1만은 수치 자체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고 ‘주식시장은 성장한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목적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과거의 휴식기를 마무리하고 10년 관점에서 보면, 분명한 성장기로 접어 들었다. 성장 초기 단계인 현재는 붐과 상품시장 강세 그리고 유럽 재정위기가 삼파전을 벌이고 있지만, 10년 관점에서 길게 보면 유럽위기도 지나가고, 상품시장의 강세도 지나갈 것이며, 붐까지 완전하게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독자들은 책의 내용을 읽으면서, 어떤 부분은 ‘특정 전문가들만 알 수 있는 대외비 자료’가 아닌가 하고 의아하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투자의 본질’은 ‘가치’에 있다고 보기 때문에, 사실 ‘가격의 변화’는 공유해야 할 하나의 정보이지, 어느 특정집단이나 일부 전문가가 향유할 노하우나 비밀은 아니라고 본다. 이런 것이 어떤 노하우가 되고, 또 이것을 추구하는 투자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앞으로도 이런 생각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고, 시장에서 일어나는 ‘파도의 비밀’에 관해서는 언제 어느 때라도 공유할 생각이다. 진정한 노하우는 가치 관점에서 보면 적어도 ‘10년 동안 꾸준히 투자할 수 있을 정도의 기업’을 찾아내는 능력이다.
현재 많은 사람이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심각하게 악화할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본다. 시끄럽던 미국의 더블딥에 대한 우려가 지금은 까마득히 잊혀진 것과 마찬가지로 유럽 재정위기 또한 시간이 갈수록 잊혀져 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현재는 우려가 계속되기 때문에 우려 해소시점까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현재 유럽 재정위기는 현재에만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아니고, 이들 국가의 저성장 문제에 기초해서 앞으로 10년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우리 앞에 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