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사람들 사이에서 기습이 싸움의 주요 형태였던 이유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선제공격’을 하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동물들은 몸 자체에 ‘무기’를 탑재하고 있어 비무장 상대를 기습하기 어려운 반면, 인간은 무기를 사용하고 무기 없이 붙잡히면 무방비 상태나 마찬가지다. --- p.24∼25
암컷은 어느 때고 수정란을 하나씩만 품을 수 있다. 따라서 진화적으로 말해 암컷은 신중하게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암컷은 양보다 질을 추구한다. 암컷은 생존과 번식에 가장 적합해 보이는 수컷을 선택해 그의 유전자와 자질을 새끼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인간처럼 수컷도 새끼를 기르는 데 동참하는 종들의 경우 수컷의 부양 능력과 충직함도 고려할 중요한 사항이다. (…) 수컷은 무수히 많은 암컷을 수태시켜 대대로 자신의 유전자를 대폭 늘릴 수 있다. 수컷의 성적 성공을 제약하는 주된 요인은 다른 수컷들과의 경쟁이다. --- p.72
군비 경쟁은 대체로 경쟁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안보 딜레마에서 비롯되는 군비 경쟁의 독특한 특징은 경쟁하는 양쪽 모두의 기본적인 동기가 방어적이라는 것이다. 이 역설적인 악순환을 멈추는 한 가지 길은 서로에 대한 의심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의심과 불안은 떨쳐내기가 힘든데, 상대방에게 공격적 의도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불안을 줄이는 방법이 하나 더 있다. 안보 딜레마 상황에서 양쪽 모두 방어를 우려하면서도 적극적으로 선수를 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 그런데 사실 이 선택지는 상대방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어 안보 딜레마를 심화한다. --- p.84∼85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국가와 전쟁을 밀접히 연관 짓는 주된 이유인 폭력에 의한 죽음의 비율은 사실 국가 치하에서 감소했다. 제일 많이 감소한 것은 내집단의 치명적 폭력이었으며, 이는 국가가 내부 평화를 강요하는 데 성공한 결과였다. 홉스는 무정부 상태가 폭력에 의한 죽음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며 많은 경우 나쁜 정부보다 더 나쁠 수 있다고 옳게 주장했다. --- p.106
강한 안보 압력은 아시리아 제국과 로마 제국을 비롯해 가장 막강했던 제국 중 일부의 형성과 군사화, 팽창과 관련이 있었다. 역사가들은 방어적 동기에 대한 언명을 의심하여 국가의 팽창을 추동한 예상 이익을 열거하는 경향이 있지만, 안보에 대한 고려와 예상 이익은 대립하지 않고 오히려 뒤섞였다. --- p.122
그렇다면 이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19세기 초 이래의 변화는 무엇일까? 무엇 때문에 국가들이 덜 싸우게 되었고, 민주주의 국가들 간 전쟁이 사실상 사라질 정도로 그들의 선호가 바뀌었으며, 국제 무역이 급증하는 한편 보호주의가 감소했던 것일까? 이런 현상들을 조화시킬 수 있는 요소, 교전의 전반적인 감소, 근대의 민주주의-자유주의 평화, 자본주의 평화를 포괄하고 통합할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일까? 우리는 어떤 요소를 놓치고 있는 걸까? --- p.223∼224
일반적으로 사회는 근대화될수록 평화 쪽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지만, 모종의 이유로 대규모 폭력을 받아들이는 개인이나 소집단은 항상 있을 것이다. 따라서 비재래식 테러는 엄연히 문제다. --- p.330
인간의 치명적인 폭력과 전쟁은 사실 전혀 특별하지 않다. 근본적으로 말해 ‘전쟁 수수께끼’의 해답은 그런 수수께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폭력적 경쟁, 일명 분쟁(종내 분쟁 포함)은 자연 전체의 통칙이다. 유기체들은 언제나 자원이 부족한 조건에서, 그들 자신의 증식 과정 탓에 자원 부족이 더 심해지는 조건에서 생존하고 번식하기 위해 자기들끼리 경쟁한다. 이 근본적인 현실 안에서 유기체들은 협력 전략, 경쟁 전략, 분쟁 전략에 의지하고 이 전략들을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으며, 어떻게 조합할지는 특정한 상황에서 각 전략의 유용성에, 그리고 진화 경로에 따라 형성된 유기체 각각의 특수한 형태에 달려 있다. --- p.346
전쟁은 인간 동기체계 일반의 밑바탕에 놓인 인간 욕구의 대상들과 동일한 대상들을 얻기 위해 수행해온 것이다. 다만 폭력적 수단으로, 물리력을 사용해 수행해왔을 뿐이다. 정치(국내 정치와 국외 정치)는 어떤 특별한 목표, 고상한 ‘국가적 이유’를 다루는 활동이라기보다는 진화상 형성된 이런 인간의 욕구를 국내 수준과 국가 간 수준에서 달성하려는 활동이다. --- p.349∼350
선진 사회 사람들이 욕구의 대상을 두고 계속 치열하게 경쟁하고는 있지만, 인간의 행동 ‘도구상자’에서 폭력적 선택지는 실용성이 떨어진 반면 평화적 선택지는 갈수록 중시되어왔다.
--- p.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