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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보내는 상자

하늘에 보내는 상자

: 믿고, 사랑하고, 내려놓을 줄 알았던 엄마의 이야기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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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가족 에세이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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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157쪽 | 360g | 148*210*20mm
ISBN13 9788974428259
ISBN10 8974428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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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그리운 이유는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그중에서 특히나 그리운 것은, 나에게 모든 게 괜찮을 거라고 안심시키는 엄마만의 방법이었다. 엄마는 기도로 까진 무릎에서부터 마음의 고통까지 모든 걸 낫게 하셨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위해 기도하셨다. 아빠나 잭과 나, 그리고 우리 남매의 배우자들과 아이들, 친구와 이웃들까지, 누구든 사소한 일로 아파하면 엄마는 그들을 위해 기도하셨다. 엄마는 천성적으로 다른 사람에 대해 공감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이 때문인지 낯선 사람들조차도 종종 엄마에게 고민을 털어놓곤 했다. 엄마는 종교나 신념과는 상관없이, 항상 그들 모두를 위해 기도하셨다. ---p..20

상자를 거꾸로 흔들자 수백 개나 되는 쪽지가 쏟아져 나왔다. 우리는 함께 쪽지들을 펴고 읽으면서, 쪽지에 적힌 날짜들을 큰 소리로 외쳤다. “2003!”, “1994!”, “1989!” 우리는 놀라서 할 말을 잃었다. 쪽지는 2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우리 가족의 삶이 일거수일투족 기록되어 있었다. 그 동안 우리 가족의 모든 희망사항과 고민거리, 사소하고 중대한 결정사항, 그리고 엄마가 기도한 내용들이 눈앞에 마법처럼 펼쳐졌다. 엄마가 남긴 건 우리 가족의 일대기이자 우리 가족에게 보낸 소중한 연애편지와도 같았다. ---p..30

엄마와 아빠는 부부 생활의 낭만을 유지하기 위해, 때때로 주말에 부부 여행을 떠나곤 하셨다. 아빠는 이 여행을 위한 자금을 포우(PAW)자금이라고 부르셨다. 이는 ‘Pee Away(떨어져서 오줌 눠)’를 의미하지만, 아빠는 한 번도 오줌이나 그와 비슷한 비속어를 언급하지는 않으셨다. 아빠는 매일 밤 계산기 제조회사의 서비스 매니저 일이 끝나면, 그날그날의 잔돈을 빈 병에 담으셨다. 또 나와 잭에게도 주기적으로 동전을 모으도록 하셨다. 이렇게 해서 150달러가 모이면, 엄마와 아빠는 함께 짧은 휴가를 떠나셨다. ---pp.60~61

엄마의 공감대에는 경계선이 없었다. 미용실 직원부터 수리공까지, 시무룩한 10대 아이들부터 은퇴를 앞두고 불안해하는 노인들까지, 엄마는 ‘만인의 어머니’였다. 한번은 내가 플로리다로 엄마를 만나러 갔을 때, 아침 식사로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계란요리를 먹으려고 크래커 베럴에 갔던 적이 있다. 엄마는 그때 식당 종업원을 가리키면서 나에게 이렇게 속삭였다. “저 여자 이름이 브리타니야. 너무 사랑스러운 여자인데 형편없는 남편이랑 이혼하고 아이 넷을 혼자서 키우느라 고생하고 있지.” 브리타니는 엄마를 발견하고 다가와서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처럼 꼭 껴안았다. ---pp.74~75

온갖 걱정거리를 하늘에 보내는 엄마의 능력은 직업 문제나 건강 문제와 같은 큰 사안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엄마는 작은 문제들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특히 집을 매매하는 건에 대해서는 맹렬하기 그지없었다. 우리 부부가 살던 뉴욕 아파트를 헐값에 팔려고 했을 때 엄마는 저 높은 곳의 부동산 전문가인 성요셉에게 도움을 청했다. 엄마는 성요셉 동상을 앞뜰의 잔디밭에 묻으면 집을 성공적으로 팔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졌다. 맨하탄의 보도를 파헤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도 엄마는 여전히 좋은 결과를 기대했다. “제발 브로드웨이 2166번지를 팔아주세요”라고 쓴 한 달 뒤 구매자가 계속 나타나지 않자 엄마는 독촉장을 보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던지 새로운 방침을 시도했다. “부활절 일요일에는 꼭 브로드웨이 2166번지를 팔아주세요.” ---pp.117, 119

결국 친한 친구 한 명이 이런 조언을 해주었다. “언젠가 집에 아무도 없을 때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나서 눈이 퉁퉁 붓도록 울어봐.” 나는 그 말대로 했다. 세차게 쏟아지는 샤워 물줄기 아래서 격하게 흐느끼며 “왜 날 두고 떠났어?”라고 묻거나 “엄마가 다시 왔으면 좋겠어. 너무 보고 싶어. 사람들이 엄마가 더 좋은 곳에 있다고 하는 게 너무 싫어. 더 좋은 곳은 나랑 같이 있는 거잖아”라고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하지만 타월로 물기를 닦을 무렵엔 기분이 나아진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단지 다시 강해질 준비가 된 것 뿐이라도 말이다.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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