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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오는 날의 약속

첫눈 오는 날의 약속

책읽는 가족-5이동
박경태 글 / 김세현 그림 | 푸른책들 | 1999년 11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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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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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1999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65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88578100
ISBN10 8988578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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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닷바람이 휘이익 휘파람 소리를 내며 불어옵니다. 그 바람에 실려 온 비릿한 갯내음이 쓸쓸한 선착장에 가득합니다.

밀물이 들기를 기다리는 낡은 고깃배들은 버려진 것처럼 뻘 속에 처박혀 있습니다. 배 위에 꽂힌 만선 깃발이 넝마 쪼가리를 걸어 놓은 양 나부낍니다.

먹이를 찾아 낮게 날던 갈매기들도 이제는 고단한 날개를 접고 뱃머리에 앉아 쉬고 있습니다. 바람에 중심을 잃고 비칠비칠 몸을 가누지 못하는 갈매기들이 왠지 가엾습니다.

하늘엔 가오리연이 떠 있습니다. 꼬리가 세 개나 달린 가오리가 긴 연줄에 몸을 맡긴 채 유유히 하늘을 날아다닙니다. 나는 모습이 바다를 헤엄치는 가오리 같습니다. 훈이는 외투 깃을 세우고 선착장 귀퉁이에 걸터앉아 연을 날립니다.

'대보름날 연줄을 끊어 연을 날려 보내거라. 그리고 가오리연이 바다에 떨어지기 전에 마음 속으로 한 가지 소원을 빌어라. 그러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단다.' 아침에 연줄을 고쳐 매 주던 할아버지의 말이 문득 떠오릅니다.
'무슨 소원을 빌까?'
훈이는 생각에 잠겨 물끄러미 연을 올려다봅니다.

쌀쌀하지만 연을 날리기엔 더없이 좋은 날입니다. 적당한 바람이 불어 얼레를 애써 풀거나 당기지 않아도 연은 꼬리를 펄럭이며 얌전히 납니다. 훈이는 할아버지가 만들어 준 가오리연을 하늘 높이 띄워 놓고, 갯벌에 바지락을 캐러 나간 할머니를 기다립니다. 함께 놀아 줄 또래 친구가 없는 훈이는 날마다 선착장에서 연을 날리며 시간을 보냅니다.

선착장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고 있으면 즐거웠던 지난 시절이 아지랑이처럼 가물댑니다. 밀물이 들면 은빛 갈치떼, 등 푸른 전어 떼, 살찐 조기 떼가 헤엄치던 갈매 마을 앞바다... 해질 무렵 고기를 가득 실은 고깃배들이 모여 들던 정다운 포구...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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