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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화양연화

서울 화양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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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4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532g | 152*195*30mm
ISBN13 9791188806072
ISBN10 1188806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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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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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리 · 하늘말나리 · 털중나리 등 우리 자생 나리들도 서양으로 반출되어 백합을 다양하게 개량하는 데 쓰였다. 우리는 이런 백합 구근을 많은 돈을 지급하면서 수입하고 있다. 다른 비비추와 달리 꽃대 끝에서 꽃잎이 360도 빙 돌려나는 흑산도비비추도 1980년대 중반 배리 잉거라는 미국인이 흑산도에서 가져가 ‘잉거비비추’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이처럼 수많은 우리 꽃들이 고향을 떠나 머나먼 타지 화단과 정원에서 피고 지고 있다. 그나마 우리 꽃들이 외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로 위안을 삼아야 하는 것일까.

물론 백석 시에서 갈매나무는 하나의 상징이기 때문에 따지고 들어가는 것 자체가 우스울지도 모른다. 다만 방대한 음식과 식물 이름을 정확하게 표현했다는 백석이기에 좀 의아한 것이다. 해방 전후 나무 이름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때여서 백석이 다른 나무를 갈매나무로 혼동했을 수도 있다. 시인의 고향에 갈매나무가 자라는 ‘갈매나무고개’가 있다는데 그 고개의 갈매나무는 정말 곧고 정한지도 모르겠다.

복사꽃은 이중섭 그림에서 자주 나오는 꽃이다. 그의 그림에서 복사꽃은 무릉도원, 즉 낙원을 상징하는 꽃이다. 이중섭은 주변에 아픈 사람이 있으면 쾌유를 비는 의미에서 천도복숭아를 그려 주었다고 한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온 은지화 ‘도원(낙원의 가족)’에는 복사나무가 가득하다. 남자는 큰 복숭아를 누워 있는 여인에게 선사하고 있다. 이중섭이 그림으로나마 아내에게 복숭아를 전해 주고 싶은 마음을 담은 것이다. 현실에서는 꽃과 익은 열매가 동시에 달리지 않겠지만 이중섭은 둘을 같이 그렸다.

분꽃은 재미있는 점이 참 많다. 소설에서 낮에 마당에 분꽃이 피어 있었다면 해 질 녘임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분꽃은 해가 뜨면 꽃잎을 오므렸다가 오후 네다섯 시쯤부터 다시 피기 때문이다. 그래서 영어 이름이 ‘네시꽃’이다. 시계가 없던 옛날에 우리 어머니들은 이 꽃이 피는 것을 보고 저녁밥을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는 나팔꽃과는 정반대다.

그러나 여뀌도 잘 보면 수수한 시골 아낙네같이 예쁜 풀이다. 꽃이 피기 전에는 빨간 좁쌀을 붙여 놓은 것 같다가 분홍빛의 작은 꽃들이 차례로 피는 것이 너무 곱다. 다만 꽃이 워낙 작기 때문에 자세히 보아야 볼 수 있다. 황대권은 《야생초 편지》에서 여뀌는 하나씩 떼어 놓고 보면 참 예쁜 꽃이라고 했다. 그런데 워낙 무더기로 나니까 그저 귀찮은 풀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고마리 · 부레옥잠 등과 함께 수질을 정화하는 고마운 식물이기도 하다.

문인들은 몰라도 일반인들이야 꽃 이름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아는 만큼 보인다고, 식물 이름을 알고 바라보는 것과 모르고 지나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이름을 아는 것은 대상과 ‘아는 사이’가 된다는 뜻이다. 도심에 많은 팬지 · 피튜니아 · 마리골드 · 베고니아 등 ‘4대 길거리꽃’과 은행나무 · 양버즘나무 · 느티나무 · 벚나무 · 이팝나무 · 회화나무 · 메타세쿼이아 등 ‘7대 가로수’ 정도만 알아도 거리를 걸을 때 느낌이 다를 수 있다.

식물도 감정이 있다면 금강초롱꽃이나 섬초롱꽃은 손기정 선수가 일장기를 달고 마라톤 하듯 마음이 불편할 것 같다. 나라를 빼앗기지 않았다면 우리 특산식물을 분류하는 일은 다소 늦어졌더라도 우리 학자들이 얼마든지 해 낼 수 있는 일이었다. 우리 꽃에 어엿한 우리식 이름을 붙였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을 수밖에 없다. 금강초롱꽃, 섬초롱꽃은 변함없이 피고 있지만 불편한 학명을 사실상 영속적으로 써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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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야생화 사진을 찍는답시고 국내외를 돌아다녔고, 이제 집에 있는 책의 거의 절반이 식물과 꽃에 관한 것이지만, 이렇게 ‘재미있고 쉽게 읽히는’ 식물 책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신문에서 ‘김민철의 꽃 이야기’ 칼럼을 보면 빠뜨리지 않고 읽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접하는 꽃들, 그리고 문학작품이나 그림, 영화 등에 등장하는 꽃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것도 독자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 박병원 (전 청와대 경제 수석)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간 내가 알고 있던 세계가 조금 더 넓어지는 경험을 했는데, 그건 역시 이곳에 등장하는 수많은 꽃 이름 때문이었다. 이름을 안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다는 뜻. 나는 이 책을 통해서 모르던 많은 이름을 알게 되었다. 이름을 알고 제대로 호명해 주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의 시작이다. 김민철 기자는 많은 소설가가 바로 그 사랑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것을 눈치 챈, 눈 밝은 고수다. 그 고수의 오랜 발걸음이 여기에 모여 있다.”
- 이기호 (소설가)
“이 책을 풀·나무와 친해지기 위한 첫 친구로 권하고 싶다. 저자가 이 책의 주인공이 된 식물들에게 담은 시선을 따라가노라면, 함께 살아 온 공간이, 문학이, 추억이, 삶이 그리고 그 의미들이 살아난다. 문학을 사랑하는, 자연과학을 전공한 기자의 장점이 잘 담겨, 식물에 대한 깊은 애정과 사색이 담겨 있으면서도 식물 정보가 정확하고 객관적이다.”
- 이유미 (국립수목원장)
“이 책이 잡초들과 ‘이름 모를 꽃’에게도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어서 더욱 감사한 마음이다. 온몸으로 꽃을 느끼고 사랑하는 저자의 꽃 같은 삶이 참으로 아름답다는 생각도 했다. 이 책은 분명 감정도 관계도 점점 메말라 가는 도시인들에게 단비가 될 것이다. 특히 교사, 학부모, 학생 들이 많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책을 펴내어 혼자 느낀 아름다움을 널리 나누어 준 저자의 넉넉한 마음씀씀이에 감사한다.”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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