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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 전당포의 수상한 장부 2

까마귀 전당포의 수상한 장부 2

: 신데렐라와 죽음을 부르는 구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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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4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348쪽 | 326g | 128*188*30mm
ISBN13 9791188793815
ISBN10 118879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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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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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시마 씨…… 아무리 봐도 이건, 저한테는 잡동사니로밖에 안 보이는데요.”
녹슨 오르골, 색이 바랜 자수 그림, 머리가 빠진 일본 인형…… 상자 안에 들어 있는 건 그야말로 쓰레기라고 부르기에 합당한 물건뿐이었다.
“네 말대로 잡동사니지. 돈도 안 되고, 재활용도 할 수 없는 쓰레기와 마찬가지인 물건들이야.”
“돈이 안 되는 물건에 돈을 낸 거예요?”“난 내가 가치가 있다고 느낀 물건에는 반드시 돈을 내기로 했거든. 그리고 이 세상에 공짜보다 무서운 건 없으니까.”
공짜보다 무서운 건 없다. 치사토도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였다. 하지만 카라시마의 매입 기준만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이런 잡동사니에 돈을 쓰는가 하면, 고가의 명품이나 귀금속 등은 감정조차 하지 않고 거부하기도 한다.
“청소 특급 하게와시 씨는 물건을 쓰레기로 만들지 않는 것을 모토로 삼고 있거든. 그리고 정보 교환 목적도 겸하고 있지.”
물건이 모이는 곳에는 정보가 모이는 법.
카라시마는 1층 손님에게서 물건을 사들이고 2층에서는 단골에게 정보를 판다. 카라시마가 곧잘 사는 건 시장가치가 없는 잡동사니뿐. 치사토가 보기에 이 전당포의 주요 수익은 1층이 아닌 2층에서 나는 듯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겐 쓰레기라도 나한테는 보물이 될 만한 물건이 섞여 있는 경우가 있어. 아아, 이것 봐. 이런 거.”
카라시마가 눈을 반짝이며 본 것은 빨간 여성용 구두였다. 중고스러운 느낌이 거의 없었다.
카라시마는 셔츠의 가슴 주머니에서 꺼낸 안경을 끼고 구두를 살피기 시작했다. 고상한 광택을 내뿜는 심홍색 새틴. 뒤꿈치부터 발끝으로 이어지는 우아한 곡선에서는 색기 같은 게 느껴졌다. 무심코 신어 보고 싶어지는, 그런 구두다.
“밑창에 미끄럼 방지 스웨이드 가죽이 씌워져 있어. 이건 아마 댄스용 신발일 거야. 벗겨지지 않도록 목도 깊이 파여 있고.”
카라시마의 말대로 밑창에는 갈색 스웨이드가 붙여져 있었다. 땅에 닿지 않는 부분에는 별처럼 생긴 꽃 모양 소인이 찍혀 있다. 브랜드 마크려나?
“다른 한 쪽은요?”
“없어. 오른쪽뿐이네.”
구두로써 한쪽밖에 없다는 건 치명적인 결함이다. 때문에 쓰레기가 된 거겠지.
“한 쌍이 아닌 게 아쉽네요.”
“그런가? 한쪽밖에 없는 것도 미스테리어스 해서 좋잖아.”
눈을 가늘게 뜨고 손 안의 구두를 바라보는 카라시마는 아주 즐거워 보였다.
“……즐거워 보이네요, 카라시마 씨.”
“즐거워. 여성의 장식품은 재밌거든. 남성은 물건 자체에 집착하지만 여성은 물건을 포함한 추억이나 관련된 사람에 집착하지. 이 구두에도 뭔가 멋진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지도 몰라.”
카라시마는 그렇게 말하고 치사토에게 구두를 내밀었다. 뭘 원하는지는 바로 알았다. 이것이 치사토가 전당포에서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몸 상태는?”
“괜찮아요.”
카라시마에게서 구두를 받아 심호흡을 한 다음 눈을 감았다. 손끝에 신경을 집중하자 흐릿한 영상이 짤막하게 흘러가고, 이윽고 선명해졌다.
계단……?
치사토의 뇌리에 비친 것은 파란 융단이 깔린 계단이었다. 그 아래에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아름다운 여성이 누워 있다. 초콜릿색의 풍성한 머리칼과 똑같은 색의 눈동자. 검은색 원피스. 왼발은 맨발, 오른발에는 이 빨간 구두를 신고 있었다.
정말로 흠 잡을 데 없는 미인이다…… 머리에서 피를 흘리고 있지만 않다면.
“……읏!”
들고 있던 구두를 떨어뜨릴 뻔했다. 눈을 뜨자 이변을 알아챈 카라시마가 치사토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뭐가 보였어?”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는 여성이요…… 계단 아래에 쓰러져 있었어요.”
살아 있었는지 죽었는지는 모른다.
“구두는?”“오른쪽만…… 신고 있었어요. 왼쪽은 맨발이었고요.”
카라시마는 그랬군, 할 뿐이었다.
“경찰에 안 갖다줘도 괜찮을까요?”
“그건 우리 일이 아니야. 사고이건 사건이건 경찰이 이미 처리했겠지. 애초에 뭐라고 말하면서 전해줄 생각이야?”
치사토는 입을 다물었다. 이 구두를 신고 있던 여자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습니다? 머리가 돌았다고 생각할 게 뻔하다.
“이게 행복한 신데렐라의 구두가 아니라 정말로 다행이야.”
카라시마는 빨간 구두를 선반에 장식하고는 황홀하게 미소 지었다.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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