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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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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6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10g | 131*192*30mm
ISBN13 9788956251769
ISBN10 8956251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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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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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쳐놓은 밥상에서 주워 담은 뜯다 만 치킨 세 조각과 절인 무 몇 조각이 뒤섞여 있었다. 그나마 제일 큰 치킨 한 조각을 집어 입 안에 구겨 넣는데 울컥 목이 메어왔다. “지랄…….” 영순은 얼른 도리질을 치고 꿀꺽 목구멍 속으로 밥을 넘겼다. 새삼 서러울 게 뭐 있다고, 내내 그래 온 인생인 것을. 하지만 아무래도 강우의 일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배운 사람인데……. ---p. 7

한번 시작된 걱정은 자꾸만 꼬리를 물어 불안은 점점 커져갔다.
영순은 기어이 대기실 옷장 깊숙이 감춰두고 있던 은행 통장을 챙겨 들고 목욕탕 문을 나섰다. 잔고는 팔백오십여만 원이었다. 지난 반년 가까이 더운 목욕탕 안에서 현기증이 나도록 다른 이의 때를 밀어주고 한 푼 두 푼 모은 돈이었다. ---p. 28

동생이 대학에 들어가자 그녀의 생활은 더욱 쪼들렸다. 그동안 꽤 경력도 쌓였고 기술도 인정받았지만 그게 곧바로 월급과 연결되는 세상은 아니었다. 그녀는 그동안 한 푼 두 푼 억척같이 모아온 통장을 헐어 동생을 뒷바라지했다. 계절이 바뀌어도 자신은 시장통 허름한 옷 한 벌 제대로 사 입지 않은 채 회사에서 내주는 유니폼으로 지내면서도 동생에게는 달마다 용돈이며 때맞춰 옷가지까지 거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언제나 더 많이 못해 줘서 안타까운 기색일 뿐 피로감조차 내보이지 않았다. ---p. 43

어쩌면 내 마음속에 그런 누이가 창피하다는 쓰레기 같은 생각이 내내 들어 있었는지도 몰라. 맞아, 그랬을 거야. 돈은 받아 쓰면서도, 그 돈을 주는 누이는 부끄러워했던 거라고! 그래서 투명인간처럼 여기며 아예 의식에서 지우려 했던 거야! 그런 놈이 어떻게 인간이야! 완전 쓰레기야! 평생을, 불과 세 살 많은, 다르지 않은 청춘의 누이인데! 열일곱 그 설레는 가슴에 보이지 않는 그물을 뒤집어씌워서, 희망의 골수를 야금야금 도둑처럼 빨아먹고! 내가 누이의 인생을 거덜 낸 거야! ---p. 125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억누르며 강우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오냐, 무슨 짓이든 한다! 뒷돈도 찔러주고, 사기도 눈감고, 어린애한테도 무릎 꿇고, 할 수 있는 무슨 짓이든 한다! 한 방, 한 건이면 인생이 바뀐다! 이젠 되돌려놓는 게 아니라 완전히 바꿔버릴 테다……!
---p.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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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영순은 5남매의 장녀다. 자신은 초등학교를 마친 것으로 감지덕지하지만 남동생 강우는 대학에 보내 뒷바라지했다. ‘시다’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미싱공 보조로 하루 스무 시간이 넘는 중노동을 했지만 동생에게는 용돈조차 거르지 않았다. 영순은 언제나 ‘배운 사람’을 입에 담고 살며 동생이 공부를 계속하는 것이 자신의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강우는 ‘공순이’ 누이를 창피해하며 오로지 가난을 면하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는다.

자식을 모두 유학 보내고 투자회사에서 퇴직한 강우는 60평 아파트에 살지만 자신을 위한 누이의 희생에 채무감을 느끼며 누이에게 벽을 쌓아간다. 그러던 중 가지고 있던 주식 한 종목이 갑작스레 상장이 폐지되고, 직접 차린 광고 기획사마저 문을 닫게 되면서 18평짜리 아파트로 이사한다. 예순 나이에 아들과 손주들을 돌보며 산동네에 살고 있는 누이는 목욕탕에서 남의 때를 밀어주며 모은 돈을 모두 강우에게 준다. 설상가상으로 온몸에 홍반이 돋아 병원을 찾은 누이는 간경화 진단을 받고, 간이식 수술까지 필요한 상황으로 몰린다. 기증자를 기다리며 시골로 요양을 떠나는 누이를 보며 강우는 사업을 되돌리고 누이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생 한 방을 노리며 불법의 유혹에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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