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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목을 친 남자

왕의 목을 친 남자

: 프랑스혁명의 두 얼굴, 사형집행인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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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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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2년 06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308쪽 | 538g | 152*225*30mm
ISBN13 9788996877714
ISBN10 8996877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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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의 두 조수가 손을 묶는 동안, 국왕은 신부가 내민 그리스도 상을 입에 물었다. 머리카락은 기요틴의 칼날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짧게 잘렸고 셔츠의 옷깃 언저리는 뒤로 홱 젖혀졌다.
국왕이 신부의 부축을 받으며 처형대의 가파른 계단을 천천히 오르는 광경을 샤를 앙리는 마치 꿈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듯 멍하니 바라보았다. 손을 뒤로 결박당한 채 머리카락은 잘리고 셔츠 깃은 젖혀져 맨 목이 드러난 국왕의 모습을 보자 넓은 혁명광장을 메운 군중 사이에 동정 어린 탄식과 신음소리가 일었다. 우렁찬 북소리만이 지옥처럼 울려 퍼졌다.---p.247

대대로 사형집행인을 가업으로 삼은 집에서 태어나 프랑스 혁명과 조우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경애하는 국왕까지 자신의 손으로 죽여야 했던 한 인간의 드라마를 쓰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었다. 처형된다는 것은 물론 누구에게나 끔찍한 일이겠지만 처형을 하는 쪽에서도 두렵고 끔찍한 일일 것이다. 상송은 자신의 직무가 범죄인을 처벌하는 정의로운 일이라고 몇 번이나 스스로에게 되뇌며 가업을 이어왔지만 국왕 루이 16세의 처형에 직면하자 직업에 대한 정당성의 확신이 근저에서부터 흔들리게 된다. 그리고 나라 정세가 공포정치로 이어지면서 상송에게 더 큰 타격을 준다.
상송 가문의 문장을 보면, 두 마리의 개가 깨져서 울리지 않는 종을 이상하다는 듯 올려다보고 있다. 상송가의 역대 당주들은 사냥에 취미가 있었기에 항상 개를 길렀다고 한다. 개는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세상에서 배제된 상송가의 사람들은 개를 친구 삼아 함께 살아간다. ---맺음말 중에서

프랑스혁명이라는 격동기를 관통했던 실존 인물의 삶을 당시 굵직한 사건과 교차시키며 역사서, 전기, 소설이 가진 장점을 취해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 선 서술감각을 선보인다.
예를 들어 국왕 암살 미수사건의 주모자 다미앵의 능지처참 처형, 사회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목걸이 스캔들을 비롯해 혁명의 전조였던 바스티유 사형수 구출사건, 혁명의 가장 어두운 측면을 드러낸 9월 학살사건, 절대왕정의 마침표를 찍고 공화정의 성립을 공표한 루이 16세 최후의 날까지 다채롭고 흥미로운 사건과 일화가 한 사형집행관의 인생을 축으로 새롭게 배치되고 있다. 특히 한 장을 따로 할애하여 기요틴의 탄생 비화를 다룬 저자는 만민평등과 인도주의 사상의 발로로 고안된 기요틴이 도리어 대량살상 장치로 바뀐 역설적 상황을 입체감 있게 서술하였다.
---옮긴이의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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