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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날개를 펼친 밤

푸른 날개를 펼친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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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5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16쪽 | 552g | 150*210*30mm
ISBN13 9791187812210
ISBN10 118781221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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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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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이 대화창이 열린다.

수 : 나를 찾고 있나?

옥기린이 흠칫 놀라며 검을 잡는다. 상대는 화면 안에 있다. 그런데도 눈치채지 못하다니. 수의 내력(內力)이 예상 외로 뛰어나다는 증거이다.
저 앞쪽 소나무 아래에서 흰 그림자가 일어선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흰 머리털과 흰 얼굴, 흰 옷은 설광에 흡수되고 까만 눈과 빨간 입술만이 공중에 떠 있다. 가슴이 싸하게 아리다. 조금 전 노을에 물든 구름을 봤을 때처럼.
수의 까만 눈이 갈매기 날개처럼 휘어지고, 빨간 입술이 꽃잎처럼 피어난다. 웃는 것이다. ‘아름답다’와 ‘슬프다’라는 말이 같은 의미를 지녔음을 오늘에야 분명히 알았다. --- p.36

갑자기 자신이 부끄럽고, 죽음이 두려워진다. 훌쩍훌쩍 울기 시작한다. 온 우주에 혼자 남아 이제 낯선 곳으로 떠나야 한다는 원초적 고독이 눈물을 그칠 수 없게 한다.
꽃 속에서 한 여인이 나타난다. 하얀 옷을 입었는데, 움직일 때마다 노을빛에 아른아른 물든다. 웃으며 다가와 옥기린을 아기처럼 품에 안는다. 하얀 손으로 눈물을 닦아 준다. 품속은 폭신하고 아늑하고 향기롭다. 그냥 안아 주었을 뿐인데, 상처가 아물고 공력도 보충된다. 여인이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긴장이 풀리며 스르르 잠이 온다.
평온한 잠에 빠진 옥기린을 내려놓고 여인이 일어선다. 문득 정신을 차린 옥기린이 멀어져 가는 여인을 향해 외친다. 이름을 알려 주시오. 맑은 메아리처럼 대답이 들려온다. 제 이름은 가인, 가인입니다. 하늘 가득 아름다운 얼굴이 피어났다가 차차 희미해진다. 짧은 순간이지만 그 모습은 가슴에 또렷이 각인된다. --- p.79

주위에 정적이 흐른다. 옥기린의 귀환을 반기던 사람들은 잘못 들은 거나 아닌지 서로를 쳐다본다. 묵묵히 옥기린을 내려다보던 스승이 무겁게 입을 연다.

검치 : 가인을 만났었더냐?
옥기린 : 생명을 구해 주셨습니다.
검치 : 그것으로 만족할 수 없겠느냐?
옥기린 : 연모의 정이 골수까지 찼으니, 제 의지를 벗어났습니다.
검치 : 그녀를 본 이상 어찌할 수가 없구나.

옥기린이 일어서며 삿갓을 벗는다. 뻥 뚫린 왼쪽 눈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옥기린 : 패륜의 죄, 한쪽 눈알로 대신했습니다.

옥기린이 검으로 검치존자의 가슴을 겨눈다. 검치존자는 연민이 가득 담긴 눈으로 옥기린을 바라본다.

검치 : 강해졌구나. 검법 이름이 무어냐?
옥기린 : 무위검이라 지었습니다.
검치 : 좋은 이름이구나. 자, 오너라.

스승의 뒤로 스크린처럼 펼쳐진 하늘에 가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스승은 그와 가인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옥기린은 정신을 집중하여 기회를 노린다. 온화해 보이던 스승에게서 무형의 기운이 일어난다. 점점 커져 산이 된다. 옥기린은 답답함을 느낀다. 검의 빠르기로는 그 누구라도 벨 자신이 있다. 허나 아무리 빠른들 산을 어떻게 벤단 말인가. --- p.103

타락천사의 검이 옥부인의 정수리를 향해 날아간다. 순간 비녀 하나가 날아와 검에 부딪힌다. 강력한 공력이 담긴 비녀에 밀려, 검은 엉뚱한 허공을 가른다.
맞은편 문으로 흰 옷을 입은 여인이 들어선다. 비녀를 빼서 던진 탓에 치렁한 머리털이 허리까지 늘어진다. 몸매는 늘씬하고 얼굴은 갸름하다. 속눈썹이 긴 눈은 반달형이고, 도톰한 입술은 타오르듯이 붉다.
이름 수심린, 전적 5전 5승, 서열 2687위. 아쉽게도 일류무사에 불과하다. 하긴 5전만에 일류무사에 이른 걸 보아 절정고수 이상의 실력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

타락천사 : 만화루 제일의 기녀가 숨은 고수였다니 뜻밖이군.
수심린 : 그대도 흑문이 보내서 왔나?
타락천사 : 그렇다.
수심린 : 사내대장부가 어찌하여 남의 개 노릇을 하는가. --- p.126

남빛 어둠이 아련히 풀어지는 새벽, 헝클어진 머리털을 날리며 술을 마시는 외로운 영혼. 달은 이울고 새벽바람은 소슬하다. 바람에 풀잎이 스산히 몸을 눕힌다. 타락천사의 초췌한 얼굴에 음영이 짙게 어린다. 고독에 절어 내면으로부터 배어 나오는 창백한 그림자.
가슴이 짠하게 아려 온다. 나는 너를 위로해 줄 수가 없다. 네 삶의 아픔은 너의 몫이다. 스스로 견뎌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가 고개를 들어 정면으로 응시한다. 도울 수 없다면 왜 날 만들었는가? 그대 재미를 위해서? 만족을 위해서? 아니면 현실도피의 방법으로? --- p.138

회색무사의 몸이 바람에 흔들리다가 힘없이 고꾸라진다. 타락천사가 다가가 복면을 벗긴다. 낯익은 얼굴이 외롭게 웃고 있다. 까맣게 잊었던 자신의 얼굴이다.
타락천사가 멈칫거리며 물러선다. 자기의 얼굴을 더듬더듬 어루만진다. 헤벌어진 입 속으로 중얼거린다. 그럼 나는 누구지. 나는 누구인데 나를 죽인 거지. 내가 나를 죽였으니, 나는 죽은 건가 산 건가.
주춤주춤 뒷걸음질치던 타락천사가 제 발에 걸려 엉덩방아를 찧는다. 앞에서 자신의 모습이 희미해진다. 엉덩이를 끌며 뒤로 물러난다. 자신이 바람에 날려 무로 사라진다. 일어서서 뒤돌아 뛰어간다. 곤두박질치면서 달려간다.
히오 히오 히오, 마음이 없는 놈을 보았소. 히오 히오 히오, 자기를 죽인 놈을 보았소. 마음도 없고 몸도 없으니 나는 내가 아니오. 나는 내가 아니니, 내가 아닌 나는 누구인가. 하늘이 나인가, 바람이 나인가. 허공마저 내가 아니니, 차라리 꿈속의 나인가. 꿈속의 나이라면, 꿈을 꾸는 나는 누구인가. 히오 히오 히오, 마음이 없는 놈을 보았소. 히오 히오 히오, 자기를 죽인 놈을 보았소.
덩실덩실 춤을 춘다. 표정 없는 얼굴이 입을 헤벌리고 이쪽저쪽 바라보니 영락없는 탈바가지다. 넝마 옷 속 팔다리를 이리 실룩 저리 실룩 흔드니 두말없는 미치광이다.
--- p.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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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무심코 읽다가 점점 빠져들었다. 건조하기만 했던 삶에 촉촉한 균열이 가는 짜릿한 느낌이었다. 읽는 내내 삶이란 이름의 지겨운 사막 속에서 숨겨진 보석을 찾아내는 쾌감에 전율하였다.
- 김기국 (번역가)
이 작품에는 무한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모두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자기 내면의 그룻 만큼만 담아가시길. 그것만으로도 당신의 삶은 윤택해질 거라 확신한다.
- 김철영 (직원존중 주식회사 집필, 엑스퍼트컨설팅 마케팅 팀장)
“내 인생의 주연이자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는 바로 나다.” 여기에는 이 간단하고도 명확한 진리가 담겨 있다. 모든 외부의 조건은 배경에 불과하다. 내가 나를 만든다.
- 류준구 (수도공업고등학교 교사)
“푸른 날개를 펼친 밤”은 소설이라기보다 자기계발서에 더 가깝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자신이 이토록 소중하게 느껴진 적이 없다.
- 김귀선 (동산하이테크닉 부장)
게임의 난이도가 높다고 게임을 포기한다면 게이머로서의 자격이 없다.
인생은 게임이고 고통은 난이도다. 고통스럽다고 삶을 포기한다면 인간으로서의 자격을 잃는 것이다.
- 김병오 (환경보건뉴스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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