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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결혼

보스턴 결혼

: 여자들 사이의 섹스 없는 사랑에 관한 사적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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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6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335쪽 | 410g | 135*215*30mm
ISBN13 9788993985788
ISBN10 8993985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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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에스더 D. 로스블럼 Esther D. Rothblum
샌디에이고 주립대학교의 여성학 교수다. 레즈비언 연구, 여성 심리학, 여성의 정신 건강 문제에 관심을 두고 강의와 연구를 하고 있다. 젠더와 성적 지향에 관해 스무 권이 넘는 책을 쓰거나 엮었으며 《레즈비언 연구 저널(Journal of Lesbian Studies)》의 편집자이기도 하다.
저자 : 캐슬린 A. 브레호니 Kathleen A. Brehony
버지니아 폴리테크닉 주립대학교에서 임상심리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버지니아 주 버지니아 비치에서 개업한 심리 치료사다. 여성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여성과 상담 치료(Women and Therapy)》 편집부에서 7년 동안 일했다.
역자 : 알 · 알
한쪽은 대학에서 철학을, 한쪽은 영어영문학을 공부했다. 성애적 관계를 거쳐 무성애적 관계로 남게 됐지만, 둘 사이에 낭만적인 구석은 별로 없다. 에로스나 로맨스보다 오래가는 것은 농담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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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속한 레즈비언 공동체에는 같이 살면서 긴 시간을 함께한 여자들이 있다. 성적인 사이이던 경우도, 전혀 섹스를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전에 애인 사이였다가 지금은 서로 다른 여자와 사귀는 중인데도, 공동체에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 두 사람을 커플이라 생각할 만한 유대가 남아 있기도 하다. 남자와 결혼했지만 가장 친한 여성 친구에 관해서 하는 말이 로맨틱하다고밖에 할 수 없는 여자들도 알고 있다. 수도회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레즈비언들은 일부 수녀들이 금욕 생활을 하면서도 서로 품고 있는 크나큰 열정을 설명해줬다. 나는 이런 여자들에 관해 쓰기로 결심했다. 비록 이런 관계를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할지에 관해서는 흐릿한 느낌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 pp.14~15

그러면, 성적인 관계가 없다면 ‘애인’ 관계의 본질은 무엇일까? 상대방과 섹스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관계(relationship)인가? 어떤 관계를 애인 사이로 인정하려면 성적 활동이 얼마나 필요한가? 내가 앞에서 묘사한 그 관계는 정확히 무엇인가? 우리는 실제로 전혀 섹스를 하지 않았으므로 ‘애인’은 아니었다. 나는 우리가 친구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친구가 딴 사람과 데이트한다고 해서 질투하거나 화낸 적은 한 번도 없다. 나는 친구가 자기를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보통 기뻐한다. 그렇다면 왜, 나는 그 사람이 나를 떠났을 적에 그렇게도 비참했던가? 대학 시절 남자 친구한테 차였을 때와 같은 기분이었다. 정도만 더 심했을 뿐. --- pp.38~39

1920년대가 되면서 여자들은 자기네 관계를 ‘보스턴 결혼’으로 부를 수 있는 사치를(아니 차라리 안전을) 더는 누리지 못했다. 심지어, 대체로 19세기 보스턴 결혼이 성적인 것이 아니라고 추정되던 대로 그 관계가 실제 무성애적인 경우에도 말이다. 1920년대(특히 프로이트와 정신분석이라는 유행을 거치며)에 성과학이 인기를 끌고, 래드클리프 홀이 1928년에 《고독의 우물》을 출판하기도 했으며, 1920년대 어느 정도 눈에 띄는 동성애 하위문화가 유럽과 미국에서 나타나면서 여자 둘이 지극히 가까운 관계를 누리고 동성애로 의심받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 p.58

거의 또는 전혀 성적이지 않은 여자들의 장기적 애정 관계를 표현하는 말로서 ‘보스턴 결혼’이라는 용어를 되살려내면 유용할 듯싶다. 이 용어는 여자들에게 저 정체 모를 성적 열정(이것 때문에 커플이 깨진다고들 말하지만)을 좇으라 하는 20세기의 압력을 넘어서 여자들에게 자기 관계를 달리 볼 길을 보여줄 수 있다. 이 범주를 다시 만듦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관계를 설명할 길을 열어줄 수 있는 것이다. 상당히 최근에 와서야 마치 본질적인 것인 양 사회적으로 구성된 요소가 없다고 해서 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이런 관계는 명예로운 역사를 가진, 해볼 만한 연대체라고 말이다. --- p.67

섹스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물론 넓은 의미에서 말이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잘 껴안고 다닌다. 많이 어루만지고 안아준다. 서로 존중하며, 오가는 언행으로 그런 마음을 보여준다. 우리 사이는 부드럽고 애정이 넘친다. 입맞추는 일도 많지만, ‘심각하게’ 그러지는 않고, 꽤 오랫동안 오르가즘을 같이 느낄 일이 없었다. 섹스/상담을 같이 해보자고 의논했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상황상 충분히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다. 당장은 우리 관계에 이런 점이 무슨 병은 아니라고 상당히 자신하며, 내 이런 생각이 사태를 부정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고 꽤 자신한다. (그렇지만 누가 알겠는가?) --- p.161

나는 레즈비언들이 우리 공동체의 일부이며 단순히 따로 돌아다니는 개인들은 아니라고 생각하려 한다. 이를테면 “나 이 도시로 이사하려고 해. 누구 나랑 이사하고 싶은 사람?”이라고 하고 싶은 것이다. 내 언니도 여기 살고 있는데, 내게서 멀리 이사가게 된다면 다시 생각해보겠다고 한 적이 있다. 이런 경우가 사회적으로 더 받아들여지는 까닭은 우리가 자매이기 때문이다. 만약 언니가 이사한다면, 나도 언니를 따라 이사할 건지 심각하게 고려할 것이다. 나는, 친구들끼리도 똑같이 했으면 하고 바란다. --- p.188

내 생각으로는 이것이 바로 왜 그토록 많은 레즈비언들이 전 애인들의 애인들과 얽히는지 설명해주는 이유 중 하나다. 친구가 되면 덜 위험하다는 뜻인가 보다(하지만 나는 오히려 위험이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이브한테는, 나를 자기 친구로 만들어 보겠다 함은 매리앤과 내가 자기 앞에서 만날 것이고 그러면 자기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거라는 뜻인 거다. 또 내가 이브의 친구라면 나는 이브에게도 충실해야 한다. 그러나 사실 이브는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매리앤과 나는 지난 삼 년간 원하기만 하면 서로 성적으로 맺어질 수 있었는데도 그런 적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또 다른 수준의 실상은, 내 생각에 이브한테는 결코 나처럼 매리앤의 온전한 모습에 이르는 길이 없다는 것이다. 매리앤이 나한테 하는 말이 있다. “당신은 다른 어느 누구보다도 나를 잘 알아요.” --- p.197

나는 시더와 부둥켜안고 포옹도 하고 입도 맞출 수 있지만, 명치께에 저 간질간질한 느낌이 없다면 그걸 성적인 접촉이라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안다. 어떤 사람은 명치께에 그 간질간질한 느낌이 와도 절정이 없었기 때문에 그것을 ‘성 접촉’으로 여기지 않을 수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안아주고 입 맞추는 일이 성적인 거라고 여길 수 있다. 우리는 친구들 옆에서도, 아무도 없을 때에도 끌어안고 있다. 그리고 나는 그런 것들이 맘에 든다. --- p.213

나한테는 사람들이 이 관계에 익숙해지는 게 중요한 문제예요. 바로 그래서 비밀로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구요. 정치적인 의견을 표명하는 건 내 인생에서 중요한데, 이게 그만큼 중요해요. 이건 단순히 사회적인, 개인적인 의견 표명이 아니라 정치적인 표명이에요. 세상에는 두 종류 이상의 관계가 있다. 다시 말해 친구 사이 아니면 애인 사이 말고도 더 있다, 라고 사람들의 의식을 깨우치기 위해서죠. --- p.248

어쨌든 사회가 무성애적인 관계들을 더 포용해야 한다고 진심으로 믿는다. 무성애자들이 많이 존재하거나 최소한 섹스가 많지 않은 관계들이 존재할 거라고, 그게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텔레비전, 책,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게 실제보다도 섹스가 많이 벌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고 말이다. 실제로는 그렇게 많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는 섹스가 관계에서 전부이자 궁극인 것이라고 생각하게끔 강제당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관계가 전적으로 섹스에 관한 것은 아니다. 서로 함께하는 것, 상대가 성장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것, 상대를 위한 일을 하고 그 곁을 지켜주는 것 또한 우리 관계다. 그걸 달리 어떻게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 p.283

아직도 당신이 손에 넣지 못한 어떤 언어를 바라는가? 나는 내가 가족 구성원 중 일부와 느끼는 가까움, 그러니까 우정의 요소와 더불어 혈연보다 더한 수준의 헌신을 포함하고 있는 가까움을 기술할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나는 다른 사람을 돌보는 부드러운 친밀함을 이야기할 방법이 있으면 좋겠고, 육체적으로 돌봐주는 친함과 감정적으로 돌봐주는 친함을 구별할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친구 사이나 동거인들하고 맺는 관계에서 발전되는 몸의 편안함, 친근함에 관해 말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내가 친구들과 종종 느끼는 가벼운 성적 기운을 가리킬 말이 있었으면 좋겠다. …… 나는 우정 관계에서 나누는 헌신을 설명하는 언어와, 내가 가장 가까운 사람들한테 기댈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나타낼 언어가 있으면 좋겠다. 나는 감정적 친밀함의 수준에 관해, 그리고 인간관계 속에서 알아가고 알려지는 것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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