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기차 안의 창가에 서서 돌 하나를 손에 들고 창밖으로 내밀어 그것을 던지지 않고 그냥 철로를 받치고 있는 둑 위로 떨어뜨린다고 하자. 공기저항의 영향을 무시한다면 나는 그 돌이 직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인도를 걸어가다가 나의 그러한 장난질을 바라보는 사람은 돌이 포물선을 그리며 땅에 떨어지는 것을 보게 된다. 이제 내가 묻겠다. 돌이 거쳐 간 ‘위치들’이 ‘실제로’는 직선 위에 있는가, 아니면 포물선 위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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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으로 날아가는 한 마리의 까마귀를 상상해보자. 둑 위에 서서 관찰할 때 그 까마귀는 직선을 그리며 등속으로 날아가는 방식의 운동을 한다. 만약 우리가 달리는 기차 속에서 창문 밖을 내다보며 날아가는 까마귀를 관찰한다면 둑 위에 서서 관찰할 때와는 다른 속도와 방향으로 그 까마귀가 날아가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그렇더라도 그 까마귀가 직선을 그리며 등속으로 운동하는 것으로 보이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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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상대성의 이론에서 속도 c가 극한속도의 역할을 한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다시 말해 실제의 물체는 무엇이든 그 속도가 c에 도달할 수도 없고, c를 넘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물론 속도 c의 이런 극한속도로서의 특징은 로렌츠 변환의 연립방정식으로부터도 분명히 도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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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일반법칙은 모두 우리가 원래의 좌표계 K의 공간-시간 변수 x, y, z, t 대신에 또 다른 좌표계 K'의 새로운 공간-시간 변수 x', y', z', t'를 도입할 때 정확하게 똑같은 형태의 법칙으로 변환되게끔 수립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원래 변수의 크기와 프라임 표시(')가 붙은 변수의 크기 사이의 관계는 로렌츠 변환에 의해 주어진다. 이를 압축해 간단하게 진술하면 다음과 같이 된다. “자연의 일반법칙들은 로렌츠 변환에 대해 공변(共變, co-variant)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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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계를 이런 의미에서 4차원의 연속체로 간주하는 데 익숙해지지 못한 것은 상대성의 이론이 등장하기 전에는 물리학에서 공간의 좌표들과 비교해 시간은 어떤 다른, 그리고 보다 독립적인 역할을 했던 사실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우리는 시간을 독립적인 연속체로 다루는 습관을 갖게 된 것이다.
---p.73
물체의 중력질량은 그 관성질량과 같다(동등하다). 역학에서 이 중요한 법칙에 대한 기록이 그동안에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해석된 적은 없다. 이 법칙에 대한 만족스러운 해석은 우리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식해야만 얻어질 수 있다. 물체의 동일한 성질이 상황에 따라 ‘관성’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중력’(말 그대로 ‘무게’)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p.85~86
또 한 종류의 2차원 생명체들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들은 앞의 경우와 달리 평면이 아닌 구의 표면에 있다. 평평한 생물체인 그들은 잣대를 비롯해 그들 자신의 물체와 함께 구의 표면에 정확하게 들어맞게 존재하며, 그 표면을 벗어날 수 없다. 그들이 관찰하는 우주 전체는 전적으로 구의 표면에만 펼쳐져 있다. 이런 생명체들이 그들의 우주의 기하학을 평면 기하학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더 나아가 그들의 막대를 ‘거리’가 실현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그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들이 만약 직선을 실현하려는 시도를 하는 경우에 실제로 그들이 얻게 되는 것은 곡선이기 때문이다.
---p.133
공간과 시간이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관념은 극단적으로는 이런 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만약 물질이 사라진다면 공간과 시간만이 남게 될 것이다(물리적 사건이 발생하는 일종의 무대로서). 이러한 관점의 극복은 처음에는 공간-시간의 문제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으로 보였던 발전, 즉 장(, field)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결국은 이 개념이 원리상 입자(물질점)라는 관념을 대체할 권리를 주장하게 된 결과로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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