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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사냥 (하)

가족 사냥 (하)

[ 양장 ]
리뷰 총점8.8 리뷰 8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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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7월 09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782쪽 | 820g | 148*210*40mm
ISBN13 9788991931947
ISBN10 899193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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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작품이 서스펜스 호러라는 장르로 국한된 소설 공모에 뽑혀서 출간되었던 터라 두 번째 작품도 같은 장르로 써 달라는 요청을 받은 상태였습니다. 무엇이 호러인지는 잘 모르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무서워할까를 궁리하던 기억이 납니다. 도망칠 수 없는 상황 자체가 공포가 아닐까, 그렇다면 인간이 도망칠 수 없는 대상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모든 사람이 공유하며, 권력도 부도 의미를 잃는 것, 누구나 평등하게 고민할 가능성이 있는 것…… 그것이 바로 가족이었습니다. 앞에서도 썼지만, ‘가족으로 돌아가자’라는 풍조에 대한 반발심도 있었습니다. 가족이란 문제는 안이하게 다루거나 남의 일처럼 다루기에는 모두들 힘들어하는 문제일 거라는 예감도 있었습니다. 발표 당시는 미숙한 점이 많았음에도 호의적으로 평가해 준 독자나 평론가가 많아서 큰 격려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망외의 기쁨이었지만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하여 『영원의 아이』를 집필하던 오랜 시간과 정신적 부담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긴 이야기입니다. 밝기만 한 내용은 아니지만, 소중한 시간을 내서 읽기 시작하셨습니다. 감히 기대해 달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작가의 말 중에서

아들이 웃었다. 이목구비는 모호한데 웃고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는 비극은 머릿속으로 보는 수밖에 없어. 하지만 그런 번거로운 일은 아무도 하지 않아. 그러니까 세계적으로 보자면 엄마도 존재하지 않는 거야. 이렇게 작은 나라에서 사람이 죽어도 세계 각국의 텔레비전에는 나오지 않을 테니까. 엄마의 죽음도 우리 가족의 죽음도 말하자면 제로인 거야. 세계 각국의 사람들에게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아들이 테이블 너머로 팔을 쑥 뻗었다. 유코는 엉겁결에 몸을 뒤로 뺐다. 아들은 피가 묻은 칼을 쥐고 있었다. 테이블을 보니 남편도 시아버지도 음식 접시들 위로 몸을 엎드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 등에는 칼자국이 나 있다. 아들이 웃으며 “엄마, 아무 데도 존재하지 않는 엄마” 하고 칼을 휙휙 휘둘렀다.---상권 중에서

“마미하라 씨…… 지난 십삼 년 동안 묻고 싶었던 게 있어요.”
후지사키가 말했다. 그는 옆구리에 손을 짚은 채 마미하라 쪽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 사건에서…… 용의자는 자기를 학대하고 이혼한 어머니, 말하자면 자기를 버린 모친 앞에 이십 년 만에 나타난 거였습니다. 수사본부나 저는 용의자가 아무런 정도 없는 어머니에게 돌아갈 리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마미하라 씨는 틀림없이 돌아올 거라고 주장했죠. 그 뒤로 상황이 복잡해져서 마미하라 씨한테는 끝내 묻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쓸데없는 물음이긴 하지만, 머리에서 떠나지 않아요.”
“왜 놈이 거기 나타날 거라고 생각했느냐고? 그건, 그냥 직감 같은 거지.”
마미하라는 대답했다.
후지사키는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그렇겠죠. 저도 경부보님다운 뛰어난 직감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궁금한 건 그게 아니라…… 용의자는 무엇 때문에 어머니를 만나러 갔을까요? 놈은 식칼을 품고 있었어요. 그 식칼은…… 누구에게 휘두르려고 준비한 걸까요? 자기가 야쿠자가 되고 처자식까지 죽이게 된 것도 다 어머니 탓이라는 원망 같은 게 있었을까요? 어머니를 죽일 생각이었을까요? 마미하라 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마미하라는 저도 모르게 오른쪽 눈썹의 흉터를 만졌다. 그러다가 그대로 얼굴을 손바닥으로 거칠게 쓸고 말했다.
“어머니 품에 안기고 싶어서지.”
---하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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