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공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파우치에 수납된 철구와 하루의 MP가 허락하는 한, 어둠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듯 이동하며 마법을 계속 던져댔다. 잿빛끈의 저택에서 사토 일행을 상대할 때와는 다르게, 지금의 하루는 다소 무리한 자세에서도 백발백중이 가능한 제구력을 지녔다. 종횡무진으로 달리며 때로는 직선으로, 때로는 변화를 주면서 펼치는 공격은 압권 그 자체였다.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넬에게 한 방 먹이지는 못하는 건가.”
“예?”
쉴 새 없이 질주하던 하루가 멈춰 섰다. 스테이터스의 MP를 보아하니, 아직 여유가 있었다. 그렇다면, 아무래도 철구가 바닥난 것 같았다. 아무리 하루라도 방금 격렬하게 움직인 탓에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철구를 든 상태에서의 전력질주&투척을 했으니 지치는 게 당연했다.
“하루나는 꽤 재미있는 마법을 쓰네. 녹여버리는 건 미안할 것 같아서 맨손으로 잡았는데, 꽤 충격이 느껴졌어.”
-56p
“……하루나, 정말 강해졌네요.”
치나츠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모의전의 감상을 중얼거렸다. 안심한 듯한, 그리고 약간 쓸쓸한 듯한 그런 목소리였다.
“일주일 만에 이렇게 강해졌지. 이 사부도 경악하고 있어.”
“후훗. 역시 하루나는 하루나네요. 이번만은 제가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기우였던 것 같아요.”
“그래도 아직 치나츠 쪽이 강하지 않아? 아, 나는 기사단장이라 너희의 상황을 알고 있거든. 너희 동료 중에는 직업 레벨이 5인 녀석도 있다며?”
“유감이지만, 저는 레벨4 승려였어요. 아마 하루나에게 이미 따라잡혔을 것 같네요…….”
아니, 저 녀석은 아직 레벨3이다. 뭐, 무관의 사제지간의 혜택을 받고 있는데다, 하루 자신의 노력에 의해 크게 성장한 것도 사실이지만. 자신이 도와주려던 절친한 친구가 예상보다 훨씬 강해진 바람에, 지금까지 품고 있던 걱정이 동요로 바뀐 것일지도 모른다.
-59P
하지만 어제의 나, 그래도 이러면 안 되지. 과거의 실수 때문에 술을 끊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로 확연한 의지로 맹세했잖아. 그런데 이게 뭐야? 기억이 사라질 정도로 술을 퍼마시면 어떻게 하냐고. 나이를 좀 생각해. 이제 그런 실수를 벌일 나이가 아니잖아?
“미, 미안해. 실은 나도 그 일 후로 술을 끊었거든. 오래간만이라서 내 주량을…….”
“아, 나야말로 정말 미안해. 그렇게 즐거웠던 건 정말 오래간만이었거든. 저기, 뭐냐…… 미안해.”
그래요. 전면적으로 제가 잘못했어요. 아무리 변명을 해봤자, 최종적으로는 내가 잘못한 것이다.
응, 맞아. 정신이 들어보니 나는 넬의 침대에서 알몸에서 자고 있었어. 그리고 넬도 그랬다고! 무슨 일이있었는지는 대충 감이 올 거야. 더는 나에게 죄를 뒤집어씌우지 마. 반성하고 있단 말이다……!
-74P
허공에 존재하는 빛의 창이 힘차게 날아가더니, 고블린들의 선두 집단에 꽂혔다. 저렇게 반짝반짝 빛나는 창이 날아오면, 상대가 공격을 펼쳤다는 것을 바로 눈치챌 것이다.
하지만 치나츠의 마력과 고블린의 내구력(+강철 장비)은 극명하게 차이가 났다. 고블린들은 방패로 방어 태세를 취했지만, 그 방패마저 그대로 관통하고 만 것이다.
전선은 그 뜻밖의 공격 때문에 혼란에 빠졌다. 피해는 후방에 있는 열까지 전해졌으며, 얼추 열 마리 가량의 고블린이 방금 공격에 의해 퇴치됐다. 지면에 깊숙이 꽂힌 글리터 랜스는 자신의 역할을 마치자 그대로 입자가 되어 흩어졌다.
“우와~ 엄청나……!”
“오, 위력이 꽤 괜찮은걸. 글리터 랜스는 빛 마법 중에서 몇 안 되는 공격수단이지. 아직 화살이 닿는 거리도 아니니까, 한동안은 상대방의 공격 범위 밖에서 일방적으로 공격할 수 있겠어.”
“좋아. 나도 일석이조를 노려봐야지!”
-124P
그녀의 무시무시한 점은 그것만이 아니다. 스테이터스로 압도하고 있는 나의 공격을 수월하게 막아내고 있었다. 저 압도적인 집중력의 끝에는 무엇이 보이고 있는 걸까.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로 내 검을 막아내며, 튕겨냈다. 자신이 받는 충격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불가사의한 기술을 사용해 나를 밀어내기도 했다.
“후우 ── 하아…….”
큰일이다. 내가 밀어붙이고 있지만, 그녀와 이렇게 격돌하면 할수록 마음이 흐트러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잠시 거리를 벌린 후, 호흡을 가다듬──.
카앙!
──을 수는 없었다. 넬 님은 검은 공? 같은 것을 손에 쥐고 있었으며, 내가 거리를 벌리려고 하자마자 그것을 있는 힘껏 던졌다.
내 안면을 향해 정확하게 날아온 그것을, 나는 몸을 비틀어 피했다. 등 뒤에서는 우지직하는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14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