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유다는 예수를 사랑했기에 배신했는가?
짐승 같은 인간. 괴물. 세계사에서 가장 미움받는 인간. 왜인가? 구원자라면 배신자가 필요하다. 유다가 예수의 절친한 친구였던가?

“유다가 빵 한 조각을 먹자, 사탄이 그의 마음속에 들어갔다.” (「요한복음」 13장 27절)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지만 도발적인 언급을 즐기는 여류작가 루이제 린저는 1983년 자신의 장편소설 『미리암』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했다. “그 누구도 여호수아에게 그렇게 열중인 사람은 없었고, 그처럼 그렇게 죽을 정도로 끈질기게 사랑했던 이도 없었다.”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싸우는 열렬 전사였던 이스가리옷 유다는 노예살이를 하던 자신의 나라, 그리고 정치적 구원자로 생각했던 여호수아에게 ?역사적으로 보면 올바른 이름인 예수를 린저가 그렇게 불렀다? 헌신했던가? 그가 예수를 예루살렘 최고 평의회로 넘겨 주었을 때 아마 그를 혁명가 역할로 밀어 넣고, 그럼으로써 일종의 대중봉기를 선동하려 했던가? 유다의 열정적 애국심이 예수 체포에 -이 경우 법정 심리에서 결국 예수가 정치적 메시아로 밝혀질 수 있고, 추악한 로마 점령군에 대항하여 봉기하라고 사람들을 선동할 수 있기에- 개입되었는가?

여호수아를 해방자처럼 예루살렘으로 끌어들이고, 봉기를 준비하는 대중에 의해 둘러싸이게 만든 이가 바로 유다였다고 한다. 이런 계획이 좌절되자 유다는 이성을 잃었다. 이 부분에 관해 서술한 루이제 린저의 글은 다음과 같다. “유다는 여호수아가 자신이 생각하려 했던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망연자실하여 나무에 스스로 목을 맸다.”

배려하는 배신자

주님을 배신한 자, 그는 수백 년 동안 수난극에서 사악한 조연이었으며 버림받은 인간의 전형적 사례로서 모든 종류의 지옥 설교에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짐승 같은 인간 유다는 오늘날 신학자와 문학가들이 항상 새로운 의구심을 갖도록 자극한다. 영원한 유대인처럼 용서를 빌며 그는 역사를 횡단하며 방황한다. 그는 자신을 해석하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아마 그 스스로에게도 설명할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존재로 남아 있다. 그는 인간 심연의 침묵하지 않는 증인이며, 선동적이고 교활하며 괴로워하고, 독선적이고 자포자기한 것에 대한 집요한 질문에 답해야 한다. 인간 유다는 우리를 놓아주지 않는다. 그가 행했던 것은, 마치 우리 자신의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났던 일인 양 우리를 분노케 한다.

“그리스도여! 당신이 내 말을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압니다.
그러나 나는 당신이 내게 원하는 것만을 하겠습니다.
(......) 그가 나를 왜 움직이게 만드는지 모릅니다.
그는 인간입니다 -그는 바로 인간입니다.
그는 왕이 아닙니다 -그는 내가 알고 있는
여느 사람처럼 바로 우리와 같은 사람입니다.
그는 나를 너무나 무서워합니다.
그가 차가워져 죽으면 그가 나를 놓아줄 건가요?
그도 나를 사랑하는가요? 그가 나를 좋아하는가요?
가련하고 늙은 유다여.
안녕 유다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우리는 그에 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유다의 나쁜 이미지는 성서에서 몇 가지 경멸적인 암시, 예컨대 소문, 사변, 선입관 그리고 아마 특이한 애정의 감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유다를 그런 행동으로 움직이게 만들 수 있었던 동기는 불분명하다.

그는 분노가 치밀어 예수를 배신했는가? 이런 평화주의에 물든 겁쟁이 예수가 자신의 혁명과 관계를 갖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에 실망해서? 아니면 유다의 배신 이면에 아주 상반되는 -그가 미래의 유대 왕으로 꿈꾸었던- 자기 스승을 배려하는 사랑이 숨어 있는가? 제사장 도당들이 그에게 소란스러운 유월절 축제 동안 예수를 보호하도록 -그렇지 않으면 로마인에 의해 구금될 가능성이 있기에- 제안했을 때, 그가 예수에 대한 순진하기 짝이 없는 걱정으로 인해 그들의 계략에 빠졌는가?

지극히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유다는 아마 순진하고 경건한 심성을 지닌 인물이었든가? 그는 곧 도래할 신의 왕국에 관한 소식을 그가 대위기를 조장하여 최후의 날이 오도록 강제해야만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렇게 열광적으로 받아들였던가? 적의 수중에 떨어진 메시아 예수에게는 자신을 세계의 주인으로 공표하고 크고 끔찍한 최후의 심판을 여는 것 이외에 도대체 무엇이 남아 있었던가? 조급한 종교적 열정을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 위장 배신이었던가? 물론 유다의 정신생활을 철저히 규명하고, 원시적 신뢰와 사랑의 능력이 결핍되었다는 결과를 도출하는 심리학적인 설명도 빠지지 않는다.

“정말이지 네 고유의 죄가 거기에 있다. 너는 애초부터 실제로 믿기를 거부한다. ?너는 거부하는구나. 내가 그 말을 평가하는 것을 명심해라. ?그리스도 안에 너를 위한 충분한 사랑도 있었음을 명심하라. 그리고 그의 도움은 아마 네가 의심할 때까지 계속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와 그의 사랑에 비교하면 너의 불신으로까지 이어져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의 신의에 대한 너의 결핍된 신뢰에 이르기까지만 이어질 것이다.” (마리오 포밀리오, 『다섯 번째 복음서』)

‘이스가리옷’, 비수를 든 남자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12명의 친밀한 동지 중 한 명이었던 예수의 제자가 무슨 이유로 자신의 친구인 예수와 소원해졌는지 우리는 모른다. 언제 그의 희망이 사라졌으며, 왜 그가 절망하게 되었는지 우리는 모른다. 성서도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한다. 복음서들이 이스가리옷 유다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은 단지 몇 줄의 객관적 사실에 불과하다. 루이제 린저가 사도 내부에서 유다의 역할을 긴장감 넘치고, 명확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이것은 판타지에 지나지 않는다.

“명석한 두뇌, 하지만 비밀에 싸여있다. 그는 말을 거의 하지 않지만, 모든 것을 보고 들었다. 그는 절대 웃지 않고 거의 잠도 자지 않았다. 그는 항상 뛸 준비가 된 경비견처럼 예수 곁에 있었다. 그는 소식을 가져와야 할 경우에만 그의 곁을 떠났다. 그는 파발꾼이 되었다. 그는 매일 체포, 몰수, 고문, 십자가 형벌 등의 소식을 가져왔다. 그는 가격과 세금, 그리고 3중 세금, 즉 제사장, 로마, 국내 궁정에 바치는 세금의 상승 폭을 기록했다. 그는 가난한 자들의 비참함과 상류층의 사치스러운 삶을 기술했으며, 이런 경우에는 불타는 눈으로 여호수아를 바라보았다. 그는 방해꾼이었다. 여호수아는 그의 그런 점을 꾸짖지 않고, 그의 말을 말없이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경청했다. (......) 그는 다른 사람들을 위한 소식 전달자였으며 재정 관리자였다. 그는 스스로 이런 직무를 수행했다. 너희는 주머니에 얼마나 많은 돈을 가졌는지 알아야 한다. 생각도 하지 않고 닥치는 대로 살아서는 안 된다.” (루이제 린저, 『미리암』)

그의 이름도 분명하지 않다. ‘이스가리옷’은 ‘가리옷, 게리옷 출신의 남자’, 아니면 ‘비수를 든 남자’라는 의미의 ‘시가리어’로 해석된다. 로마인들은 민족주의에 열광하는 유대인 저항그룹에 소속된 자를 ‘시가리어’라 불렀다. 그들은 암살에서 완전무결함을 과시하곤 했다. 사람들로 큰 혼잡을 이룬 곳의 한 가운데에서 그들은 갑자기 -‘시카’라는 작은 단검으로- 찌르고 대중 속으로 번개처럼 빠르게 사라졌다. 이런 설명이 개연성이 없지는 않은데, 왜냐하면 예수의 제자 무리에는 ‘열정자 시몬’이라 불리는 최소한 한 명의 유대 해방운동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람어에서는 ‘이스가리옷’이 ‘거짓말쟁이, 위조자’로도 이해될 수 있다. 그러면 이것은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배신자를 가리킬 때 사용하는 욕설이 될 것이다. 유다가 나사렛 예수의 가장 친밀한 교우 관계에 속하고 있다는 사실만이 분명하다. 그가 어떻게 예수에게로 왔는지 우리는 모른다. 그러나 그는 다른 제자들과 함께 오랫동안 방랑하면서 스승의 옆에서 기아와 갈증을 공유했다. 다른 제자들처럼 그는 ‘복음’을 의미하는 ‘좋은 소식’을 전도하고 인간들의 짐을 가볍게 하려고 파견되었다.

성서는 책이 없으면 이해하지 못하는 책이다. 바흐나 미켈란젤로가 아니며, 셰익스피어나 샤갈도 아니며, 부누엘, 파솔리니, 스코르세지의 영화도 전혀 아니다. 의미와 진리, 고통과 죽음, 죄와 미래 등에 대한 질문도 아니며 근동이나 우리 자신의 영혼에서 일어나는 혼돈도 아니다. 성서는 역사 혹은 자연과학의 교과서도 아니다. 성서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뚜렷한 흔적과 신뢰할 만한 전승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성서를 단지 정보에 대한 갈증으로만 읽은 사람은 성서의 오류와 모순에 실망할 것이다.<br/><br/>왜 창조에 관한 두 가지 서로 다른 보고가 연이어 등장하는가? 왜 인간이 첫 번째 버전에서는 남성의 형상과 여성의 형상으로 등장하고, 두 번째 버전에서는 -후에 신이 그를 위해 배우자를 만들어주었지만- 아담만 존재하는가? 왜 신은 여러 가지 이름을 지니고 있는가? 여호수아가 태양에 멈추라고 어떻게 명령할 수 있었던가? 예수가 실제로 무엇을 말했는가? 도대체 그는 언제 그리고 어디서 태어났는가? 그리고 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유대인 혹은 로마 점령군, 아니면 분노한 신인가? 성서는 그 어떤 정보도 주지 않는다. 혹은 빈약하기 그지없는 정보만을 준다. 성서는 역사를 서술한다. 수백 년 동안 구전된 후에 비로소 기술된,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유래한, 모순되는 이해관계로 기술된 역사이다. 이것이 성서를 인간적이고 매력적으로 만든다.<br/><br/>성서는 서술 당시의 삶을 묘사한다. 인간의 모습이 어떠했느냐는 질문에 인간은 무엇을 할 능력이 있느냐는 서술로 응답한다. 성서가 인간 심장의 심연을 반영하기에 폭력, 비열함, 거짓 등이 곳곳에 서술된다. 그리고 인간이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점점 더 많은 휴머니티, 폭력의 단념, 화해도 서술된다. 가장 오래된 이야기에서 유혈이 낭자한 정복을 몸소 외쳤던 신이 점점 더 단호하게 폭력의 나선을 부숴버린다. <br/><br/>신화는 동화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며 논리적 사고로 나아가는 순진한 전 단계 이상이다. 신화는 그 자신만의 진리를 담고 있다. 신화는 서술함으로써 현실을 설명한다. 현 상황이 과거에는 어떻게 그 근거를 줬는가? 미래는 어떻게 생성될 수 있는가? 그리고 성서의 신화 한가운데에서 계몽이 시작된다. “너는 어떤 우상도 만들지 말라”(「출애굽기」 20장 4절)라고 더는 조작할 수 없는 신이 시나이산에서 자기 민족에게 요구한다. 인간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하는, 자선을 베푸는 존재, 아니면 엄청난 두려움을 주는 존재인 천상의 권력을 그는 이미 창조 과정에서 무장 해제시켰다. 그는 태양, 달, 별을 하늘 천장에 램프처럼 매달았다(「창세기」 1장 14절 이하).<br/><br/>이 책은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던 바이에른 방송국 프로그램 [라디오 지식]을 위해 기고했던 원고로 성립되었다. 바이에른 2 방송국 프로그램의 동료들에게 우정과 감사의 마음으로 이 책을 헌정한다.<br/>-크리스티안 펠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