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조건은 환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 예를 들어 원-달러 환율이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올랐다고 해보자.(물론 현실에서는 이 정도의 환율 변동이라면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주지만, 쉬운 설명을 위해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겠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에 2달러짜리 물건을 수출해서 2,000원을 벌었다면, 이제는 1달러어치만 수출해도 똑같이 2,000원을 벌 수 있다.
그렇다면 수출가격을 아예 1달러로 내려서 팔아도 원화로 환산하면 매출은 똑같이 2,000원이다. 오히려 외국 시장에서는 2달러짜리가 1달러가 되었으니 가격경쟁력이 생겨서 더 많이 팔 수 있다. 이처럼 환율이 올라가면 달러 기준 가격을 내려서 수출을 늘릴 수 있다. … 이런 이유 때문에 환율이 상승하면 교역조건은 악화된다. 수출가격은 내려갈 유인이 생기는데 수입가격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p.32
일본이 TPP에 참여한다는 것은 사실상 미?일 FTA나 다름없다. TPP 참여의사를 밝힌 10개국(미국, 일본, 호주, 싱가포르, 뉴질랜드, 칠레, 말레이시아, 베트남, 페루, 브루나이, 그 외 캐나다와 멕시코 등도 관심을 보이고 있음)의 경제규모를 모두 합쳐보면 미국과 일본의 비중이 90%를 넘기 때문이다. … 미국과 일본이 자유무역협정을 맺으면 중국은 미?중?일 역학구도에서 소외될 수 있다. 따라서 중국도 TPP 참여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 그렇다면 한국도 TPP에 참여하면 되지 않을까? 그러나 한국은 TPP에 참여해봐야 별로 얻을 것이 없다. 양자 간 협상인 FTA와 비교했을 때 논의가 깊게 이뤄질 수도 없고, TPP에 참여한 대부분 나라들과 우리는 이미 FTA 협상을 맺었거나 추진중이기 때문이다.---p.52
환율은 외환의 가격이다. … 예를 들어 1달러당 환율이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오르면 1달러의 가격이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오른 것이다. 1달러를 살 때 예전엔 1,000원이 필요했는데 이제는 2,000원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율상승’은 ‘원화가치 하락’과 같은 말이다. 반대로 ‘환율하락’은 ‘원화가치 상승’과 같은 말이다. … 환율이 1,000원에서 2,000원으로 오르면 1달러로 예전보다 더 많은 원화를 얻을 수 있는 상황이 됐으니, 달러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원화를 확보하기 위해 달러 공급이 늘어난다. 즉 달러를 공급한다. 반면 달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달러가 무척 비싸졌으므로 구입을 꺼리게 된다. 즉 수요가 줄어든다. ---p.102
우리나라의 경상수지가 개선된다는 것은 곧 상대국의 경상수지가 악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결국 경상수지 개선은 교역 상대국의 희생 없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경상수지 개선책은 경제학에서 ‘인근궁핍화 정책(Beggarthy Neighbor Policy)’으로 불린다. 주변국을 가난하게 만들면서 성장하는 전략이란 뜻이다. 이 같은 인근궁핍화 정책은 필연적으로 교역 상대국의 보복을 불러 온다. 우리가 경상수지 개선책을 사용해 상대국의 경상수지가 악화되면, 상대국도 피해를 막기 위해 경상수지 개선책을 쓰게 되고, 이는 다시 우리의 경상수지를 악화시킨다. 우리가 추가로 개선책을 쓰면 상대국도 다시 개선책을 쓰는 악순환, 즉 무역전쟁이 벌어지는 것이다.---p.136
통화통합을 한 후에는 서로 물가상승률을 비슷한 수준에 맞출 수 있도록 공조를 해야 한다. 그런데 이는 각 국가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독립성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국가가 나 홀로 확장정책을 펴다가 해당 국가에서만 물가가 크게 오르거나, 나 홀로 긴축정책을 펴다가 해당국 내에서만 물가가 낮아지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 결국 통화통합을 하면 경제상황에 문제가 발생하는 국가들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각종 경제정책을 제대로 펼 수가 없다. 통화통합 때문에 환율정책을 쓸 수 없는 마당에, 통화정책도 맘대로 못 쓰는 것이다. … 오로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정부가 채권을 찍어 돈을 빌려 경기를 부양시키는 것뿐인데, 이 같은 재정정책에만 의존하면 국가채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 이것이 바로 현재 유럽 재정위기의 본질이다.---p.208
중국의 전략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의하면 “규제, 제도, 법률 등의 측면에서 바깥 시각과 달리 많이 부족한데도 제도구축 노력이 아직 지지부진하다”는 답만 돌아온다. … 그러나 이 같은 언급 이면에는 근본적인 자신감이 도사리고 있다. 이들이 꿈꾸는 것은 아시아 금융허브가 아닌 세계 금융허브이기 때문이다. … 중국은 장기적으로 위안화를 달러를 넘어서는 국제통화 지위로 격상시켜 상하이를 세계 금융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위안화 표시 채권발행 활성화, 위안화의 인근지역 유통 추진 등 여러 노력이 병행되고 있다. … 사실 홍콩이 IPO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사실 상하이와 차별성을 유지해 계속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노력이라는 견해가 많다. ---p.240
이코노미스트의 근거는 간단했다. 한국 시중은행들의 외화채무가 너무 많아 갚을 능력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 이코노미스트는 2008년 11월 HSBC의 자료를 인용하며, 2008년 12월이면 한국의 단기외채 비율은 외환보유액의 102%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 그런데 일부 시장관계자들은 이코노미스트가 ‘완벽한 오보’를 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 2008년 말 유동외채는 1,939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외환보유고의 96.4%에 달하는 수치다. … 결국 이코노미스트가 보도에서 ‘단기외채’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한국이 변명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하긴 했지만, ‘유동외채’라는 표현을 썼다면 충분히 수용할 만한 지적이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