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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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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1995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38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0130453
ISBN10 897013045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p. 46
어찌됐건 이제 나는 더 이상 그들의 눈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하루 저녁의 파티에서 니콜라는 나를 정복했고 또 나를 팽개친 것이다. 일순간 나는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고독감에 휩싸였고 부당하게 위배당한 자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그때부터 나의 마음 속에는 하나의 상처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그것은 결코 아물 수 없는 상처로 자리잡게 되었다.

p. 204
어떤 기대감 속에서 산다는 것은 의혹과 희망 그리고 고통과 기쁨이 교차되는 생활을 의미한다. 나 역시 그러한 철칙에 예외는 아니었다. 나는 니콜라가 용기있는 사람임을 잘 알고 있었다. 이 어두운 시기가 지나면 충분히 다시 일어서서 새로운 작품을 써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노라면 나는 서늘함을 느끼고 닭살을 돋을 지경이었다.
--- p.46-204
예감이란 과연 믿을 만한 것인가?
오늘 아침 비몽사몽간에 머릿속에서 파괴의 수레바퀴가 '철커덕'소리를 내며 굴러가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나는 현란하게 등장하는 괴물들을 쫒아내려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나는 눈을 감은 채 그들이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끊임없이 무언가 말하는 것을 그대로 듣고만 있었다. '니콜라 파브리가 콩쿠르 상을 수상할 것이다..... 니콜라 파브리가 콩쿠르 상을 수상할 것이다....' 나는 이 괴물들이 하는 말이 전혀 헛된 소리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창을 통해 들어온 아침 햇살이 호텔 방의 볼품 없는 장식들 위를 비추면서 마치 환자의 혈색과도 같은 색을 연출하고 있었다. 나는 런던의 안개를 피해 비시(프랑스의 중부도시 -옮긴이주)에 오는 버릇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사정이 완전히 바뀌어 안개를 동반해 비시까지 온 것 같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정원의 오솔길 위로 10월의 안개가 베일처럼 깔려 있었다. 니콜라의 승리가 거의 확실시 된 지금, 안개는 나를 사로잡고있는 회한의 색조와도 같은 더러운 잿빛을 띠고 있었다. 공쿠르 상 수상자 발표전날부터 모든 라디오 방송에서는 그가 유력한 수상후보라는 소식으로 떠들어대고 있었다. 사실 나는 내심 만족했어도 되었으리라. 왜냐하면 그의 승리는 나의 예상과 딱 들어맞는 것이며 더욱이 나 자신도 그의 승리를 고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의 승리는 내 운명의 시험을 의미했다. 이제 겁내지 말고 정면으로 직시해야 하는 운명, 바로 나 자신이 이끌어온 운명이다. 그러나 나는 우울했다. 아직 푸른 기운이 남아 있는 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기둥으로 장식된 가두 판매대에서 떠들어대는 소방수의 나팔소리도, 신선한 물 한잔도 나의 우울증을 한층 깊어지게만 할 뿐이었다.
---p.11~12
'괴롭혀 드릴 의도는 전혀 없어요. 제 이름은 헨리에트 켁퍼슨이라고 해요. 얼마 전헤 한 친구에게서 <사랑은 의무>라는 책을 선사받았는데......뭐라 말씀드릴 수가 없군요! 이해하시겠어요? 저는 제 오빠가 소설을 쓴 적이 있다는 걸 전혀 몰랐어요......'
'무슨 말씀이신가요?'
'저는 어윈 브라운의 누이동생이에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 내가 공들여 쌓은 탑이 단번에 무너지는 것을 눈으로 보는 듯 햇다. 나는 비참하게 뭐라고 얼버무리면서 정신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 p.22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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