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웨이민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눈의 나라 삿포로札幌에서 뜨뜻미지근한 바람이 부는 도쿄로의 호출. 1년 만의 신주쿠新宿.
궈추성郭秋生은 여행가방에 짐을 챙기고 치토세千?로 향했다.
*
하네다羽田에서부터는 택시를 탔다. 요츠야四谷의 맨션은 깨끗이 청소되어 있었다. 양웨이민이 집세를 내며 철저히 관리했다는 증거다. 추성은 냉장고에서 시원한 우롱차 캔을 꺼내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할 일은 없었다. 여행가방에서 책을 꺼냈다. 닳아 헤진 개 도감. 몇 번을 봐도 질리지 않는다. 언젠가 꼭 개를 키우겠다.
우롱차가 비었다. 도감은 마지막 페이지. 다시 한 번 처음부터 읽었다. 아이리시울프하운드 사진을 펼친 순간, 전화가 울렸다.
“양웨이민이다. 한 시간 후 샹지위안香妃園.”
전화가 끊겼다. 오랜만에 듣는 대만어다. 양웨인민이 아니면 쓸 일이 없었다.
추성은 샤워를 했다.
*
양웨이민이 먼저 와 있었다. 안내된 독실로 들어가서 양웨이민 맞은편에 앉았다. 바로 요리가 나왔다.
“잘 지냈냐?”
“잘 지냈어.”
대화는 그걸로 끝이었다. 추성은 묵묵히 식사를 했다. 양웨이민은 추성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차를 홀짝였다.
“베이징 놈들이다.”
추성이 다 먹자, 양웨이민이 다시 입을 열었다.
“몇 명?”
“모른다…….”
양웨이민이 메모지를 쓱 내민다. 주소와 집 주소가 적혀 있다. 맨션 주소는 오쿠보大久保였다. 머릿속 지도에서 위치를 확인했다.
“내일 밤, 11시. 거기 있는 인간 모두.”
“도구는?”
“편할 대로 하거라.”
“몇 명인지 알 수 없으니까 총이 좋겠어.”
“오늘 밤 안에 보내마.”
“끝난 뒤에는?”
“요츠야에 있거라.”
더 물을 건 없었다. 양웨이민이 봉투를 테이블 위에 꺼내 놓는다. 돈이 들어 있다. 100만 엔은 족히 됨 직한 두께였다. 추성은 봉투를 집어 들었다. 잘 먹었다는 인사도 않고 독실을 나왔다.
*
요츠야의 맨션에 돌아와서 개 도감을 봤다. 전혀 질리지 않는다.
아이리시세터, 아프간하운드, 저먼셰퍼드, 도베르만, 핏불테리어……. 깊은 산속에서 개와 함께 사는 삶. 그 꿈을 간절히 꾸며 살아왔다.
현관에서 소리가 났다. 누군가가 왔다 가는 기척이 난다. 우편함에 꾸러미 하나가 떨어져 있다. 엄중히 포장된 헤이싱黑星―중국제 토카레프. 탄창이 셋. 탄환 50발.
헤이싱을 분해했다가 다시 조립했다. 탄창을 밀어 넣는다. 헤이싱이 되살아났다. 헤이싱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추성은 개 도감으로 시선을 돌렸다.
*
사람들이 토하는 훈기를 뚫고 지나갔다. 알코올, 위액, 오줌이 뒤섞인 냄새. 소란, 적막, 소란, 적막. 네온사인 불빛과 음지―음지로 골라 걸었다. 가부키초에서 쇼쿠안職安 길을 지나 오쿠보로 향했다.
호텔 거리로 들어서자, 매춘부들의 시선이 날아든다. 금발의 콜롬비아인, 갈색의 동남아시아인, 그리고 유독 눈에 띄는 오카마|여장을 한 남성 동성애자로, 대개 풍속업에 종사한다 - 옮긴이|들. 떼로 뭉쳤고, 또는 외따로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다. 매춘부들 뒤에는 삐끼와 기둥서방이 숨어 지내고 있다. 장사꾼도 있다. 아무도 추성에게는 말붙이지 않는다.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메모지에 적힌 맨션을 찾았다. 안에 들어가자 공기가 다르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고 계단으로 올라갔다. 장갑을 꼈다. 귀에 솜을 넣었다. 헤이싱을 빼들었다. 약실에 탄환을 장전한다.
건조한 금속음이 난다.
재킷 주머니에 넣어둔 예비탄환을 확인했다. 쓸 일은 없겠지.
추성은 504호실 앞에 섰다. 문패는 없다. 문을 노크하고 기다렸다.
“누구야?”
베이징어가 들려왔다.
“추이후 형님이 보낸 물건입니다.”
비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잠시 후 실린더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문틈에 손을 밀어 넣고 있는 힘껏 잡아당겼다. 의아해하는 얼굴의 남자. 그 남자의 배를 걷어차고 방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1DK(방 하나, 식당, 부엌) 공간에 남자가 셋. 한 남자는 배를 움켜쥐고 웅크리고 있다. 다른 둘은 작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무언가 나누는 중이다.
“어디서 온 놈이야?!”
“뭔 수작이야?”
오른쪽 남자를 쐈다. 머리에 적중하며 피와 뇌수가 사방으로 튄다. 왼쪽 남자가 몸을 숙인다. 총을 틀어서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남자가 뒤로 날아간다, 테이블 위의 물건들을 흐트러뜨리며.
사타구니가 뜨겁다. 단단해지며 흥분한다.
“상하이, 이 개새끼…….”
문을 열어준 남자가 발을 붙잡고 늘어진다. 걷어찼다. 남자가 바닥에 대자로 뻗었다. 쐈다. 남자 몸이 경련을 일으킨다.
“난 대만인이야.”
추성이 베이징어로 나지막이 말했다. 남은 탄환을 세 명에게 다 쑤셔 박았다. 피와 살과 플라스틱카드가 흩날렸다. 카드―파친코 선불카드였다.
*
매춘부, 사기꾼, 장사꾼, 주정뱅이, 양아치, 미니스커트의 여자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