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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에서는 천천히 걸을 것

치앙마이에서는 천천히 걸을 것

[ 양장 ]
리뷰 총점9.8 리뷰 21건 | 판매지수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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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에세이 top2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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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5월 24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448g | 138*190*20mm
ISBN13 9788934995814
ISBN10 893499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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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 가볼래?”
타쿠의 이야기를 들었던 것은 우리가 막 프리랜서 디자이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백수가 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운동을 다니고, 퇴사하자마자 끄적거리기 시작한 그림일기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일상. 갑자기 여유로워진 마음 한구석에는 언제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콕 박혀 있었다.
--- p.15

친구들 여럿이 한자리에 모이면, 어느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던 버스 안에서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더라는 이야길 하곤 했다. “나도 그랬어.” “나도 그런 적 있어.” 아침 전철 안의 찌푸린 얼굴과 밤 버스 안의 눈물로 흘러가는 날들이 우리의 날들이었다. 그런데 태국에 와서 문득 처음 보는 많은 얼굴들이 나를 향해 짓는 미소를 마주하게 된 것이었다.
--- p.40

나는 서울을 떠나서야 나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었다. 치앙마이에서 지낸 그 집은 잠시 묵어가는 여행 숙소와 아늑한 내 소유의 보금자리 사이 어디쯤엔가 있었다. 몇 달뿐일지언정 비교적 저렴한 생활비로 삶의 질을 올려볼 수 있는 집. 아침이면 밥을 차려 먹고 저녁이면 돌아가야 하는 곳. 하얀 벽과 큰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이 마음에 들었던 작은 공간. 나와 타쿠는 자유로움이 깃털처럼 두둥실 떠오르던 그곳을 우리의 집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멀고 먼 치앙마이까지 와서 얻은 집은 타쿠에게는 열 몇 번째 자취방이었을지 모르나 내게 있어서는 스스로 얻은 첫 집이었다. 꼴랑 세 달짜리 렌트룸이라곤 해도 몇 년 동안 벌어 모아둔 돈, 통장에 고스란히 넣어뒀던 퇴직금에서 떼어낸 ‘내가 번 돈’으로 꼬박꼬박 월세를 냈으니까.
--- p.66

디지털노마드가 되자는 대단한 결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괜찮았다. 치앙마이에 도착해 집을 구한 후 외주를 하게 됐을 땐 뜻밖의 행운이라도 만난 것 같았다. 그야말로 마법 같은 타이밍이었다. ‘내가 태국에 와서 일을 하고 있어!’ 마법이 풀리기 전, 그러니까 일을 마감하고 다시 반백수가 되기 전까지 일주일간은 그런 뿌듯함을 실컷 즐길 수 있었다.
--- p.96

뭐니 뭐니 해도 어디서든 맛있게 밥을 챙겨 먹고 건강하게 지내는 게 최고다. 태국에선 태국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혼자만의 책임감, 익숙한 맛을 찾게 되면 무언가에 패배하는 듯한 느낌을 받던 나는 상상 속 여행자를 놓아주기로 했다. 태국에서는 고수를 먹지 못하는 사람도 맛있는 온갖 음식을 잔뜩 즐길 수 있다. 이 말만 기억한다면. “마이 싸이 팍치.”
--- p.272

겨울바람을 맞으며 한국을 떠나 한참을 치앙마이의 여름 속에서 지냈던 나. 다시 돌아온 3월의 한국에는 이미 봄바람이 살랑거리고 있었지만 나는 아직 그렇게 한여름 이야기 속을 맴돌고 있었다. 몇 번이고 되짚고 그려내 마음에 깊이 남게 된 치앙마이를 몇 번이고 다시 그리워하게 되었다. 길가에는 어떤 나무가 자라고 있는지, 가게에선 어떤 물건을 파는지, 어떤 사람들이 어떤 표정으로 지내고 있는지. 무엇 하나 상상할 수 없던 곳. 지금은 눈앞에 있는 듯 떠올릴 수 있다. 이런 게 바로 여행이 끝난 후에 즐길 수 있는 묘미일지 모른다.
--- p.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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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내가 가본 치앙마이는 멋진 리조트가 있는 것도 특이한 볼거리가 많은 것도 아닌 참 밋밋한 동네였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돌아오고 나서 그곳이 자주 생각났다. 자주 갔던 카페나 밥집이 그리웠다. 이 책을 읽다보니 왜 치앙마이를 그리워했는지 알 것 같았다. 어느새 나는 비행기 티켓과 숙소를 검색하고 있었다. 올 겨울이 오면, 나는 치앙마이에 있을 예정이다.
- 수신지 (만화가, 베스트셀러 『며느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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