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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태의 세계

중동태의 세계

: 의지와 책임의 고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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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6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408쪽 | 574g | 150*210*20mm
ISBN13 9788962622881
ISBN10 8962622882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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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면 ‘내가 뭔가를 한다(I do something)’라는 문장은 의외로 복잡한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내가 뭔가를 한다’라는 방식으로 지시되는 사태나 행위라 해도, 세세하게 검토해보면 내가 그것을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수행한다고는 단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무언가를 한다’라는 문장은 ‘능동(active)’이라고 형용되는 형식하에 있다. 방금 전에 우리가 확인한 것은 능동 형식으로 표현되는 사태나 행위가 실제로는 능동성 범주 속으로 완전히 수렴되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내가 걷는다’라는 문장이 지시하고 있는 것은 내가 걷는다기보다 오히려 ‘나에게 있어서 보행이 실현되고 있다’라고 표현되어야 할 사태였다. 즉, 능동 형식으로 표현되는 사태나 행위라 해도, 그것이 반드시 능동 개념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고는 보장할 수 없다. 내가 사과하는 일이 요구되었다 해도, 거기서 실제로 요구되고 있는 바는 내가 사과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안에서 사과의 심정이 나타나는 일인 것이다.

능동이라 부를 수 없는 상태를 가리켜 ‘수동(passive)’이라 부른다. 수동(受動)이란 문자 그대로 받는(受) 처지가 되어 뭔가를 겪는 것이다. 능동이 ‘하다’를 가리킨다고 한다면, 수동은 ‘되다(당하다)’를 가리킨다. 예컨대 ‘뭔가가 나에 의해 이루어진다(something is done by me)’라고 할 때, 그 ‘뭔가’는 나로부터 작용을 받는다. 그렇다고 한다면 능동 형식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사태나 행위는, 능동과 정확히 짝을 이루는 수동 형식에 의해 설명하면 된다고 결론지을 수 있을까?

능동과 수동의 구별은 모든 행위를 ‘하다’와 ‘당하다’로 배분하기를 요구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았듯이 이 구별은 대단히 불편하고 부정확한 것이다. 능동 형식이 표현하는 사태나 행위들이 전부 능동성 범주에 매끄럽게 들어맞지는 않으며, 그렇다고 해서 그 행위들을 수동 형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구별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다. --- pp.26-27

수업 중에 학생이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경우, 교사는 그 일에 대해 질책을 한다. 하지만 자세히 캐물어보자 그 학생이 “실은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어린 여동생과 남동생을 위해 매일 저녁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충분한 수면을 취하기가 좀체 쉽지 않고, 수업 중임에도 앉은 채로 졸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면 어떨까? 교사는 아마도 질책한 일을 후회할 것이다. 아니, 그 수준을 넘어서 “그랬어? 몸은 잘 챙기도록” 등, 격려의 말을 건네는 경우까지 있을 것이다. 수업 중에 졸았다는 행위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도 왜 교사의 대응은 돌연 정반대로 바뀌고, 또 우리 역시 그 변화에 납득하게 될까? 그가 질책 대상에서 벗어난 것은 ‘졸다’라는 행위에 대해 그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가정 사정 때문에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판단된 것이다.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지로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해야만 한다. 밤늦도록 자지 않은 것도 다음 날 등교에 대비해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도 모두 자신의 의지로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밤에 잠을 자지 않은 탓에 다음 날 교실에서 졸았다면, 그 사람은 그 졸음의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게 되며 질책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매일 저녁 아르바이트를 하던 그는 자신의 의지로 자유로이 선택하는 상황에 있지 못했다고 간주되었기 때문에, 질책 대상으로부터 벗어난 것이다. 바꿔 말하면 사람이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능동적이어야만 한다는 얘기가 된다. 수동적일 때, 혹은 수동적이지 않을 수 없을 때 사람은 책임을 질 존재로 간주되지 않는다. 그는 수면 시간을 줄이도록 강요당하는 수동적인 상태에 있다고 판단되었다. 그런 까닭에 책임지는 일 없이 질책 대상에서 벗어난 것이다.

반면 일찍 잠자리에 드는 일도 가능했는데 (텔레비전 게임 등을 하며) 시간을 질질 끌다가 잠을 못 잤다면 대부분의 경우 그는 의지가 약한, 수동적인 인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인물인 그가 수업 중 졸음으로 인해 질책당하는 단계가 되면, 돌연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는 의지를 갖춘 능동적인 인물로(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의지를 발휘하지 않은 인물로) 갑자기 바뀌어버리는 것이다. ‘너는 빨리 자든가 밤을 새든가를 자유로이, 자신의 의지로,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 있었다. 그런데 너는 밤새 자지 않는 것을 선택했다. 그런 탓에 지금 너는 수업 중인데도 졸고 앉아 있다. 졸음의 책임은 너 자신에게 있다. 너는 질책당해 마땅하다’라는 것이다. 이로부터 알 수 있는 것은 사람이 능동적이었기 때문에 책임이 지워진다기보다는 책임 있는 존재로 간주해도 좋다고 판단되었을 때 능동적이었다고 해석된다는 사실이다. 의지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책임이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책임을 지워도 좋다고 판단된 순간에 의지 개념이 돌연 출현한다. ‘밤에 자지 않은 탓에 수업 중에 졸고 앉아 있는 것이니 졸음의 책임을 지워도 좋다’라고 판단된 순간, 그 인물은 밤샘을 자신의 의지로 능동적으로 선택했다고 간주된다. 요컨대 책임 개념은 자신의 근거로 행위자의 의지나 능동성을 내세우지만 실은 그런 것들과는 뭔가 다른 판단에 의거하고 있는 셈이다. --- pp.31-32

프랑스의 언어학자 에밀 벤베니스트가 지적했듯이, 능동태와 수동태를 대립시키는 언어에 일단 친숙해져버리면 이 구별은 점점 더 필수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일본어 화자의 경우에도 사정은 다를 바 없다. 이 구별을 알아버리면 행위는 능동이나 수동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이외는 머릿속에서 떠올리는 것조차 어려워지고 만다. 그러나 이 또한 벤베니스트가 지적한 바이지만, 사실은 많은 언어들이 능동태와 수동태라는 구별을 알지 못한다. 이 두 가지 구별은 모든 언어에 서 발견되는 보편적인 것이 아닌 셈이다. 이 구별을 근저에 두고 있는 듯 보이는 인도-유럽어족에 속하는 언어 들의 경우에도 이 구별은 조금도 본질적이지 않다. 단지 역사적 발전 과정에서 상당히 후대가 되어서야 출현한 새로운 문법 규칙임이 이미 밝혀져 있다.

벤베니스트는 여기서 더 나아가 흥미로운 사실을 전해준다. 능동태와 수동태의 구별이 새로운 것이라는 말은, 일찍이 능동태도 아니고 수동태도 아닌 ‘중동태middle voice’라는 태가 존재했고 이것이 능동태와 대립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본래 존재하고 있던 것은 능동태와 수동태의 구별이아니라 능동태와 중동태의 구별이었던 것이다. 이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경이로움을 느낀다. 평상시에 능동과 수동의 대립은 마치 필연적인 대립인 듯이 우리의 사고 깊숙한 곳에서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흉내내기라도 하듯 문법도 능동태와 수동태라는 두 가지 태를 갖는다. 그러나 본래 그것과는 다른 태가 존재했으며 다른 대립이 존재하고 있었다. 능동태와 수동태의 대립은 보편적인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다. ---pp.41-42

능동태와 수동태의 대립을 대전제로 삼은 다음 거기에 수렴되지 않는 제3항으로 중동태를 거론하는 방식이 문제인 것은, 그렇게 하면 결국 이 태를 불필요하게 특별 취급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 방식이 신비화의 양상을 노출하고 만 적은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철학에서 이 경향이 현저하다. 최근 100년 동안 철학에서는, 서양 근대 철학에 고유한 ‘주체-객체’ 구조가 의문시되어온 경위와 관련되어, 한편에선 이 구조를 능동-수동이라는 문법 구조에 포개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이 구조로 환원되지 않는 중동태를 찬양하는 식의 사례들이 산발적으로 발견된다. 가령 근대적인 ‘주체-객체’ 구조를 뛰어넘으려고 한 대표적인 철학자는 마르틴 하이데거로서, 찰스 스콧이나 데이비드 레빈 등의 논문은 그의 철학을 중동태의 퍼스펙티브에서 논하였다. 그러나 이들 텍스트의 성격상 그로부터 배울 게 별로 없다는 점이 대단히 유감스럽다. 그들이 말하는바(그리고 그들이 알고 있는바)는 능동태에도, 또 수동태에도 속하지 않는 중동태가 있었다는 점이고, 그리고 그게 전부이다. 이런 식으로 중동태를 신비화하면 할수록 능동태와 수동태의 대립은 일상 감각에 뿌리박은 보편적 대립으로 강고해져간다. --- p.91-92

의지 개념은 책임 개념과 강하게 결부되어 있다. 이 점은 ‘의지’가 그 일상적 용법에서도 무슨 일인가를 시작할 능력으로 연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행위를 자신의 의지로 개시했다고 상정될 때, 그 사람에게 그 행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어떤 행위가 과거로부터의 귀결이라고 한다면 그 행위를 그 행위자의 의지에 의한 것이라 간주할 수 없다. 그 행위는 그 사람에 의해 개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그 행위자가 모종의 선택을 하긴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선택은 여러 요소들의 상호작용의 결과로 출현한 것이어서, 그 행위자가 자기 의지에 의해 개시한 것이 아니게 된다. 일상생활에서 선택은 부단히 행해지고 있다. 사람은 의식하지 않더라도 늘 행위하고 있으며 모든 행위는 선택이다. 그런데 만약 선택이 그것이 과거로부터의 귀결이라고 한다면 의지의 실현이라고는 간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렇게 결론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의지와 선택은 명확히 구별되지 않으면 안 된다.’
--- pp.15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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