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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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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

[ EPUB ]
전동균 | 창비 | 2019년 06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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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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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년 06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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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33.98MB ?
ISBN13 9788936408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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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내가 새매라고, 예티라고, 부들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저를 무엇이라고 생각할까요
그들의 형제인 나를

왜 내게는
소리 없이 소낙비를 뚫고 가는 날개가 없을까요
어떻게 나는
인간의 육신과 마음을 얻었을까요
구겨진 종이 같은
재를 내뿜는 거울 같은
--- 「약속이 어긋나도」 중에서


내 눈이 보는 게 무엇인지
나는 무엇인지
끊임없이 의심하리라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는 순간, 나는 만나리라

태양이 돌고 있는 별 같은
은하의 중심, 블랙홀 같은

단 하나의, 수많은 얼굴을
--- 「누구의 것도 아닌」 중에서


저는 키가 작고
불면증이 좀 있고
담배는 하루 반갑
일없이 빈둥대는 것을 좋아합니다
흰 종이 구겨지는 소리와
갑자기 유리창을 때리는 빗방울
속에서 펼쳐지는 날개,
어떤 꽃을 피워야 할지 망설이는
나뭇가지의 떨림을 보는 것도 좋아하지요
(…)
그래서 밥을 먹을 때마다
하늘을 볼 때마다
부끄럽고 미안하고 황홀해서
부서지는 햇빛이나 먼지 속으로 달아나고 싶어요
한낮에도 발가벗고 춤을 추고 싶어요
--- 「부끄럽고 미안하고 황홀해서」 중에서


가을에 피는 벚꽃을 찾겠습니다

정면에 속지 않겠습니다
그 너머를 보겠습니다

날마다 집을 짓는
거미들과 함께

슬픔에 가득 차서 항상 기뻐하며 살겠습니다

초록 앞에서 벌벌벌 떨며
뱀과 모래와 사람은 무엇이 다른지 계속 묻겠습니다

이제 저희는
저희 죄를 사랑하게 되었으니
--- 「당신 노래에 저희 목소리를」 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아프니까 내가 남 같다”라는 구절에서 쿵 그랬다. 아프니까 내가 남 같지가 않더라, 하는 게 늘상 내 입말이었으니까. “나는 내 손님이었구나”라는 구절에서 또 쿵 그랬다. 나는 내 주인이구나, 하는 게 일상 내 태도였으니까. 그게 뭐 별 문장이라고 그리 유난스러운 쿵쿵거림이냐 하면 무심한데 세심하게 굴러떨어져 나를 다치게 하지는 않았으나 일순 나를 멈춰 세우게는 한 돌의 심장 소리를 들어버려서라는 말은 할 수 있으리라. 이 들림의 열림, 그 사이를 들락거리는 바람의 있고 없음, 빨랫줄에 널려 말라가는 젖은 빨래의 무거움과 가벼움, 덕분에 나는 옷걸이에 걸린 옷가지를 하염없이 바라보고만 앉았어도 또 하나의 나를 만난 듯한 안도를 언도받기도 했지. “오늘 하루도 다 갔네, 뭘 했는지 몰라”…… 그러게, 그렇지. 이생이라는 게 사는 내내 갔는데 모르겠는 그것이지. 지나온 것만은 분명함을 알겠다 싶은 그것이지. 그러하니 시인은 제 안에서 저의 바깥으로 자주 걸어나올 수밖에 없던 게 아닐까. 그래도 괜찮았다,가 아니라 “그러나 괜찮았다”라는 말. 왜 좋지. 글쎄 왜 좋을까 하면 ‘그러나’의 돌려세움, ‘그러나’의 전반과 반전이 가져다주는 몸 비틂의 힘, ‘그러나’의 그러나저러나 결국엔 우리 모두 지나가고 지나갈 사람이라는 사실이 주는 절망의 희망. 내가 바닥이다 싶었는데 그 바닥에 박힌 돌 같은 시를 만났으니 요리 엉기고 조리 엉켰거늘 더불어 이 부러움을 어쩔까, “허리띠는 또 한칸 줄어드는데”라니!
-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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