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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작의 역사

모든 시작의 역사

: 우리와 문명의 모든 첫 순간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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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480쪽 | 656g | 150*218*25mm
ISBN13 9788934996200
ISBN10 893499620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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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기 식사가 개인의 몸을 강하게 만들고, 고기를 장만하는 일이 사회적 영혼을 강하게 만들었다는 주장은 몇 가지 의문을 던진다. 우선 이는 대단히 남자에게 의존하는 문명의 스케치다. 여기서 여자들은 자식을 낳고 간식거리를 마련하는 정도의 역할밖에 할 일이 없다. 그에 반해 식물 및 음식 익히기가 초기인간의 섭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치면, 여자에게도 더 중요한 의미가 주어진다. 그 밖에도 고기를 먹으면 뼈가 남고, 뼈는 100만 년이 지나도 학자들이 연구를 할 수 있는 데 반해, 식물 먹이는 그런 흔적을 훨씬 덜 남긴다는 우연한 상황은, 사냥꾼 태고남자를 옹호하는 학자들에게 과도하게 유리한 것이 아닐까?
---「2. 익혀 먹기의 시작」중에서

신체 그림, 조개구슬과 도구의 장식 등은 직접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을 보여준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장식의 생산자가 이것을 만들기 전에 생각한 것은 실용적인 맥락이 아니라 사회적?사변적인 맥락이었다. 창을 만든 기술자들은 이런 생각을 했다. 특정한 연쇄작용들을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장식 생산자는 사회적인 맥락에서 그런 작용들을 계산했다. 특정한 그림이나 목걸이를 보면 특별한 사회적 상황을 알 수 있을까? 예를 들어 다가오는 의식 儀式이나, 눈앞에 닥친 사냥을 알 수 있을까? 그림은 이런 것을 알려준다. “주목, 이제 다른 것이 온다.” 목걸이들은 다시 사회적 신분을 알려준다. 어떤 집단에 소속됨, 출신 배경, 당시의 집단들이 이미 지녔을 것으로 추정되는 ‘정체성’ 등을 알려준다.
---「5. 미술의 시작」중에서

인간 아기들은 스스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황에서 자기들이 홀로 방치된 게 아니라는 신호를 필요로 했다. 아기를 안는 팔 대신 마음을 진정시키는 전前 단계 음악을 통한 소통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어째서 그런 음악이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있었을까? 바로 어머니 목소리이기 때문이고, 반복을 통해 안정적인 기대감을 만들고 음높이와 고요함을 통해서는 위험이 없다는 상황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울부짖는 아기가 맹수들로 가득 찬 세계에서 자신과 어머니를 극한 위험으로 몰아가는 것이니 이런 진정 효과는 ‘생존전쟁’ 상황에서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보면 음악의 시작은 위안이었다.
---「7. 음악과 춤의 시작」중에서

법의 기원에 대해서는 이야기들이 있으나, 법은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 법이 그 어떤 원천에도 기대지 못하는 판이니, 하물며 명료하고 깔끔하고 정당한 법의 원천은 더욱 있을 수 없다. 시작이 모든 질서의 근본이라는 오래된 표상은 여기서 맞지 않는다. 이른바 시작이라는 것을 면밀하게 관찰할수록, 그것은 더욱 알 수 없고 우연하게만 보이니 말이다. 여기서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실은 전혀 다른 모습일 수도 있다. (중략) 법 스스로 자신의 시작들을 알 수 없게 만들었다. 규범이라는 건축물은 폭이 넓고 오래된 것일수록, 그 토대를 알아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12. 성문법의 시작」중에서

일부일처제는 이제 단순히 번식 모델일 뿐만이 아니라, 법의 형식이자 가족 구조이자 정절의 표현이 되었다. 일부일처제는 사랑의 기대다. 여기서 말하는, 한 시기에 오직 한 사람에게만 느낄 수 있는 사랑이 성적인 번식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커플의 성이 사랑의 선포가 된다. 사회학적으로 보자면 오로지 사랑에만 근거한 결혼이란 물론 전혀 있을 법하지 않다. 그 사이로 많은 것이 끼어든다. 재산, 교육, 경력 등 아주 많은 것이 가족에 달려 있다면, 어떻게 이 모든 것이 말할 수 없는 어떤 것, 쉽사리 도로 사라질 수 있는 어떤 것에 근거하도록 놓아둔단 말인가?
---「16. 일부일처제의 시작」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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