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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생존

완벽한 생존

리뷰 총점9.2 리뷰 9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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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6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378g | 148*210*20mm
ISBN13 9791189150105
ISBN10 1189150107

카드 뉴스로 보는 책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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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집사람은 가족들 곁에서 떠났잖습니까.”
안도감이 묻어나는 말투였다. 끔찍한 사건 사고에 휘말린 죽음을 수없이 목격해온 그는 가족의 배웅을 받으면서 떠나는 죽음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것인지 잘 알았다.
“그건 그렇죠.”
미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도 저 밖에서는 갑작스러운 범죄의 습격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떤 기미도 없이 불쑥 등장한 범죄에 희생된 사람은 끔찍한 죽음을 맞고, 그를 사랑했던 사람들의 삶은 망가진다.
--- 본문 중에서

공범으로 의심되는 남자를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사람은 없었다. 키는 작지도 크지도 않았고, 체격은 뚱뚱하지도 마르지도 않았다. 흔한 머리 모양이었고, 얼굴엔 뚜렷한 특징이 없었다. 꼬치꼬치 캐묻는 미희에게 지친 시장 상인들이 마지막에 내뱉는 말은 거의 같았다.
그냥 평범했어요.
--- 본문 중에서

지옥은 사건 현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건은 유황 냄새나는 연기처럼 관련된 사람들의 삶 속으로 스며들어서 끝내 그들의 삶을 지옥을 만들어 버리기 일쑤였다. 미희의 삶 역시 남편이 살해당한 후로 오랫동안 무너져 내렸다. 겉으로 보기엔 이제 괜찮아 보였지만 정말 그런 것인지 경수는 확신하지 못했다.
--- 본문 중에서

아빠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이 들었던 순간, 모든 세상에서 불이 꺼지고 어둠만이 남은 기분이었다. 악랄하고 더러운 것이 가득한 세상이 호시탐탐 누군가의 삶을 빼앗으려고 기다리고 있음을 그때야 알았다.
세상이 품은 악의가 언제 덮쳐올지는 알 수 없었다. 그것은 언제든, 도무지 예상하지 못한 일상의 구석에서 갑자기 잭나이프처럼 날카롭게 칼날을 퉁기며 등장해서 삶을 갈가리 찢어버렸다.
--- 본문 중에서

대체 어떻게 치워야 할지 난감한 현장을 둘러보다가 웃고 말았다. 그 옛날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그런데 이 광경을 보고 잔소리를 할 남편이 이젠 없다. 갑자기 그가 죽던 날 병원에서 그랬던 것처럼 속이 메스꺼워졌다. 충격과 상처는 옅어졌지만 아직도 진행형이었다.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으리라고, 작고 소박했던 상담실에서 상담사가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완벽히 치유되는 상처는 없다. 다만 그 상처를 다루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알게 되는 것이다. 오두막 사건 유족들도 그럴까.
--- 본문 중에서

아버지 이야기만 나오면 윤석은 단단히 벽을 세우고 움츠러들었다. 그 벽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채은은 몰랐다. 아마 윤석 자신도 그 무엇이라도 딱 잘라 말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과 사실이 얽혀있을 것이다. 감당하기 힘들어서 어둠으로 덮어버리고 아예 들여다보지도 않는 기억. 자신 속의 어둠은 스스로 감당하기 마련이지만 희미한 불조차 밝힐 힘이 없을 때는 누군가 작은 불씨를 들고 그 어둠 속으로 걸어와 주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아빠가 살해된 후에 채은 자신이 그리고 미희가 그랬듯이. 유정 언니라면 윤석 오빠의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것을 걷어낼 수 있을까. 채은은 평소보다 말이 훨씬 적어지고 쌀쌀맞아진 윤석을 생각하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 본문 중에서

귀엽게 생긴 꼬마였어요. 그런데 애답지 않게 좀 싸한 느낌이랄까, 애늙은이 같은 느낌이랄까……. 표정이 없고 말까지 없으니까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남자를 아저씨라고 불렀어요. 가족도 아닌데 같이 다니는 것이 이상하다 싶었죠. 얼굴이 어둡고 음침해 보이는 남자였는데 그냥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었습니다.”
미희가 공범이라고 생각하는 남자는 여전히 ‘평범한’ 남자였다. 특별한 특징도 없고, 공개된 장소에서 눈에 띄는 짓도 벌이지 않았다. 그 평범함이 벽이 되어 그 남자에게 이르는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 본문 중에서

첫인사를 건네는 남자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뚝뚝하고 퉁명스러웠다. 미희는 그가 늘 건네는 평범한 첫인사말이 싫었다. 특히 사건에서 손을 뗀 후에는 그가 자신을 비난하려고 일부러 그렇게 물어오는 기분마저 들었다. 이 사건 때문에 남편이 당신 대신 죽기까지 했는데, 그냥 도망쳐서 홀로 평온한 삶을 누리는 당신은, 잘 지내십니까.
잘 지내지 못했다. 잘 지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무리 도망쳐도 죄책감과 상처가 뒤쫓아오고, 이제 괜찮아졌나 싶은 순간 그곳에 다시 지옥을 만든다. 그는 사건을 쫓으면서, 미희는 사건을 잊으려고 애쓰면서 둘 다 살아남기 위해 버티고 있었다.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이 사라지고 없는 이 세상 위에서.

--- 본문 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세기말을 앞둔 1999년. 숲속 외딴집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그곳에서 발견된 것은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불탄 시체 한 구와 토담 앞에 쌓아 올린 사람의 머리 열하나. 참혹하고 끔찍한 이 사건은 ‘오두막 사건’으로 불리게 된다.
그곳에 취재를 나갔던 미희는 어린아이 하나와 공범이 더 있었을 것을 추정하지만 사건은 자살한 남자가 저지른 짓으로 종결된다. 공범의 존재를 주장하던 미희는 유명해지기 위해 사건을 이용한다는 비난을 받게 되고, 제보자를 만나러 나갔다가 눈앞에서 남편이 살해당하는 일을 겪게 된다.
그로부터 20년 가까이 흐른 어느 날, 미희의 메일함에 ‘오두막 사건’에 관해 제보할 것이 있으니 연락을 달라는 메일이 계속 날아드는데…….

“누군가에겐 끝났는지 몰라도 내겐 아직 끝난 사건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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