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교회는 흥미롭게도 두 가지 상반된 현상들을 인하여 깊은 몸살을 앓고 있다. 한편으로는, 갑자기 불어닫친 방언과 예언과 치유에 대한 열풍으로 많은 교회들이 성령의 현저한 나타남들에 대해 흥분하면서 적극적으로 동참하거나, 아니면 눈에 보이는 현상들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은사운동에 대한 비판적이고 회의적인 시각으로 이들을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교회들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교회들이 영적인 지도자들의 부패와 부정 때문에 실망하고 좌절하며 고통을 겪고 있고, 일부 교회에서는 자신들의 지도자들의 자격시비에 대한 논쟁으로 인해서 그리스도의 몸을 쪼개고 분열하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한국 교회는 부흥의 정점을 지나 이미 쇠퇴의 기미를 보이고 있으며, 과거의 가난하고 힘들었던 때의 깊은 영성을 잃어버리고 권력과 성공의 논리를 대변하면서 주님이 원하시는 낮은 곳으로 가기를 거절하는 타락의 징조도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과연 성령은 이 시간 한국 교회를 지켜보시면서 어떠한 생각을 하고 계실까?
때아닌 방언과 예언과 치유에 대한 열풍이 한국 교회에 불어닥쳤다. 일부는 하늘의 언어에 대한 소망과 이 땅에서의 육신의 완전함을 위하여 더 성령님의 은사들을 갈망하고 있고, 또 다른 일부는 십자가의 복음을 강조하며 균형잡힌 신앙생활의 필요성을 근거로 이들을 비판하고 있다. 누가 옳은 것일까? 이러한 성령의 은사들의 나타남은 모두 다 사탄이 만들어 낸 것일까? 아니면 성령이 오늘날 한국 교회들에게 주시는 특별한 음성이 있는 것일까? 16년이라는 긴 세월을 사랑하는 고국을 떠나 보스톤 광야에서 학문하며 훈련받으면서도 늘 한국 교회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던 저자에게는, 이러한 여러 현상들 속에서 한국 교회를 향한 성령님의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고 본다. 본 저자는 이러한 현상들에서 병들어 죽어가고 있는 그리스도의 몸을 향한 성령의 탄식어린 절규를 듣는 동시에,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고자 하시는 성령의 강한 의지를 본다.
현재 한국 교회에서 발생하고 있는 성령의 은사들의 현저한 나타남은, 병든 그리스도의 몸을 살리기 위한, 그리고 영적으로 침체되고 무기력해진 한국 교회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으시고자 하시는 성령의 강한 의지의 표출로 보여진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는 우리들의 제한적이고 불완전한 신학적인 틀과 전통의 이름으로 성령의 불을 소멸해버리는 죄를 범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는, 성령이 그리스도의 몸 ‘전체’를 세우고자 부여하시는 성령의 여러 은사들을 많은 성도들은 자신들의 ‘개인’적인 영성을 높이기 위하여, ‘개인’들의 육체가 온전케 되기 위하여, 그리고 ‘개인’을 향한 하나님의 계시의 예언을 듣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고 있다. 우리 아담의 후손들은 항상 우리들의 ‘개인’적인 욕구를 채우기 위하여 성령을 추구하며 성령을 이용하려 하는 죄악된 경향이 있지만, 성령은 그리스도의 몸 ‘전체’를 온전케 하시는데 자신의 사역을 집중하시고 계신다. 그리고 성령은 그리스도의 몸을 구성하는 우리 개개의 성도들이 다 그리스도의 형상으로 변화되어지기를 간절히 원하신다. 우리는 성령이 주시는 선물은 사모하면서, 성령이 원하시는 그리스도의 성품으로의 거룩한 변화는 거절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얼마나 자주 우리가 받은 방언과, 치료와, 예언과, 말씀의 은사들을 통해서 성령이 그토록 원하시는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기 위하여 수고해 보았는가?
성령은 죽어 있는 마른 뼈와 같은 성도들을 살리시어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게 하신다. 성령은 그리스도의 몸을 이루고 있는 성도들 속에서 하나님 조차도 자신의 정욕을 위하여 이용하려 하였던 옛 아담의 이기적인 본성을 죽이고, 하나님의 뜻에 자신을 온전히 복종하신 그리스도의 거룩한 성품을 가진 새 인류를 창조해가고자 하신다. 성령은 성도들 개인이 다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자신들의 죄된 본성을 못 박고, 성령을 따라 행함으로 성령의 열매를 맺고, 그 열매들이 그들의 거룩한 성품이 되기를 원하신다. 그리고 우리의 죄된 육체에 그리스도의 영광스러운 몸을 덧입히시고자 지금도 성화와 영화의 변화를 계속해서 진행해 가고 계신다. 하나님의 아들과 딸들이 영광 중에 나타날 때, 파괴된 피조 세계도 하나님의 손에 의하여 다시 창조의 질서를 회복하게 될 것이다.
이 모든 그리스도의 새 창조의 사역을 위해서 성령은 각 지체들에게 다양한 은사들을 나누어주시고 서로 섬기며 돌아보아 그리스도의 몸을 온전케 하기를 원하신다. 방언을 주심은 개인들의 신앙을 세워 교회 공동체를 더 잘 세우고자 하심이고, 육신의 질병을 고쳐주심은 온전해진 몸으로 교회 공동체를 더 열심히 섬기게 하심이며, 예언의 말씀을 주심은 위로받고 치료된 마음으로 병든 그리스도의 몸을 고치라고 하심이다. 우리는 성령의 은사들을 구하면서, 얼마나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고자 하시는 성령의 간절한 소원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는가?
따라서 본 저자는 성령의 은사들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그리스도의 영으로서의 성령의 정체성과 사역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행해져야 한다고 본다. 우리들의 현재와 우리들의 개인적인 영성에 몰입해 있던 이기적인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 속에서 창조로부터 새 창조까지 그리스도의 사역을 다 아우르는 성령의 거룩한 사역에 대해서 묵상해 보기를 원한다. 하나님의 구원 역사의 중심에 십자가에 달려 죽으신 그리스도가 서 계시고, 이제 성령은 그리스도의 영이라고 불리우면서 그리스도의 새 창조의 사역을 우리 가운데서 계속 진행해 가고 계신다. 이 웅장한 하나님의 위대한 구원사 속에서 성령은 현재 내 안에서, 그리고 교회 안에서 무슨 일을 행하고 있으며, 성령이 현재 나에게, 그리고 교회에게 원하시는 것은 무엇일까?
특히 본 저자와 이 저서를 읽고 있는 한국의 독자들은 방언의 은사가 필요하다. 본 저자는 천국에서 영원히 하늘의 언어로 하나님을 찬양할 것이기에 현재 알아듣지 못하는 하늘의 언어로 말하는 것에는 별로 큰 관심이 없다. 단지, 16년 동안 영어로 생각하고 영어로만 글을 써온 본 저자가 성령의 사역과 정체성에 대해서 한글로 글을 쓰고 있기에, 현재 한국의 대중들이 능통하게 사용하고 있는 한국말의 방언을 받기를 위해서 성령님께 기도한다. 또한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방언의 통역 은사를 받기를 소원하는데, 특히 영어화된, 그리고 지나치게 학문적일 수 있는 본 저자의 부족한 한국말을 잘 이해할 수 있는 통역의 은사를 받기를 원한다.
성령의 은사를 받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 무엇인지 아는가? 그것은 그리스도의 몸을 향한 성령의 불타는 열정을 마음에 품는 것이다. 이 그리스도의 몸을 향한 성령의 불타는 열정을 본 저자와 독자들이 공유할 때, 우리는 언어적, 문화적, 그리고 학문적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서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성령의 큰 은혜를 맛보게 될 것이다.
지난 여름 한국을 방문하였을 때, 여러 목사님들과 교수님들로부터 한국 교회를 위한 책을 한 권 쓰라는 권면을 받았다. 광신대학교의 최순봉 교수님, 평택대학교의 김동수 교수님, 안양대학교의 정연락 교수님, 분당 새서울 교회의 박인혁 목사님, 양주 함께하는 교회의 황갑수 목사님, 송파 반석위에 교회의 서은성 목사님들의 조언에 감사드린다. 특히 앤도버 뉴튼 신학교(Andover Newton Theological School)에서 가르치던 중 안식년을 맞이하여 어떤 책을 쓸까 고민하던 차에, 주님의 인도로 킹덤북스(Kingdom Books) 대표 윤상문 목사님과 연결되었다. 윤 목사님은 본 저자에게 성령에 관한 책을 한 권 집필하라는 권고를 하셨고, 손수 미국으로 많은 책들을 보내어 주시며 저자를 격려하며 기도해 주셨다. 장인 정신을 갖고 멋진 걸작품을 만들어 주신 윤상문 목사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또한 본 저자의 집필을 위해서 온갖 짜증도 참아준 아내 심현정, 그리고 아들 이사야에게 감사한다. 그러나 누구보다도 더 감사해야 할 분은 본 저자에게 한국 교회를 향한 당신의 간절한 마음을 직접 보여주신 성령님이시다.
멀리 보스톤 광야에서
2011년 12월
이승현
--- 저자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