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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4호의 그 남자

704호의 그 남자

송민선 | 가하 | 2012년 09월 0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6.0 리뷰 2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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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9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500쪽 | 520g | 128*188*30mm
ISBN13 9788966473199
ISBN10 8966473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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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있는 사람 외롭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실까?”

그가 머리통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준다. 손길이 닿은 건 머리인데 어이없게 심장이 두근거렸다.

“착각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백한 가지 방법요.”

“어떤 착각을 했는데?”

말을 돌릴까 하다가, 은솔은 정직하게 마음을 드러냈다.

“나만 어떤 남자한테 특별한 게 아닐까 하는 착각요.”

“그 착각 한번 마음에 드는군요.”

은솔이 미처 방어할 새도 없이 도영은 그녀의 콧잔등을 가볍게 잡았다가 놓아주며 일어섰다. 당황한 은솔은 벌레가 앉았던 자리처럼 코를 마구 긁어댔다. 그런데 싫지 않은 감정이 움트고 부풀어 올라 내부를 채워나갔다. 그가 한 마지막 말에 주책없이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달은 저 멀리 떠 있고 별도 잠든 밤. 아스라하게 들려오는 소스락소스락 나뭇잎이 춤추는 소리, 이제 불 밝힌 텐트도 몇 곳 보이지 않았다.

“이제는 내 차례인가.”

은솔은 뜻 모를 말에 도영을 쳐다봤다. 그는 바닥에 있던 맥주 캔을 따 마시고 있었다. 은솔은 도영이 다시 타다 준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떨어지는 체온을 보호했다.

“은솔 씨한테 나는 어떤 남자?”

“옆집 남자.”

일 초도 망설임 없이 나오는 은솔의 대답에 부드럽게 휘었던 도영의 입술이 차갑게 굳었다.

“단순히 옆집 남자, 그것뿐이다?”

“앞집 남자는 아니잖아요.”

“기가 막히는군. 설마 화냈던 거에 대한 복수는 아닐 테고.”

그리 화날 말도 아닌데 도영이 얼음같이 눈동자를 차갑게 빛내 은솔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슬아슬하게 이어가던 분위기가 끊어졌다.

“누구처럼 옹졸하지 않거든요. 옆집 남자 싫으면 앞집으로 이사 오든가요.”

“난 지금 심각한데.”

움직임조차 없이 말하는 도영의 모습은 공허하기까지 했다.

오은솔은 어려운 여자임에는 분명했다. 정확히 자신의 마음을 알면서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속내가 궁금했다. 이미 마음의 속도는 급물살에 떠밀려 가서 찾을 수도 없는데, 그녀는 제자리 뛰기다. 그렇다면 같이 뛰어줄 참이다.

슬금슬금 표정을 살피던 은솔이 심각할 정도로 콧잔등을 찡그렸다.

“나도 농담 아닌데, 그러면 도영 씨는 뭐라고 생각했는데요?”

도영은 통보하듯 말했다.

“오은솔 남자.”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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