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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의 여행

사진가의 여행

: 사진가 14인의 매혹의 세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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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9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24g | 150*220*20mm
ISBN13 9788993818451
ISBN10 8993818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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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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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처음 발명되고 나서부터 여행의 의미도 꽤 달라졌다. 돌이킬 수 없고, 다시는 볼 수 없던 것을 사진으로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벼운 사진 한 장이 비싸고 사치스런 선물보다 더 귀한 선물이었다. 먼 고장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서 사람들은 눈을 비벼가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
사진은 말과 글로 다 할 수 없는 것을 들춰낸다.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것이 많다고 절망하는 시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사진은 그렇게 ‘말할 수 없이’ 아름다운 것의 일부나마 보여준다. 침묵이 들려주는 세계다. 말없음표 속에 담긴 긴장과 여운이다. 말없음표처럼 우물쭈물 더듬거려야 하고 입을 다물어야 보이는 세계다.--- 「책머리에」

펠릭스는 “기구로 쓸 거대한 풍선을 만들려고 200명이 넘는 처녀 재봉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7킬로미터의 비단을 바느질했다”는 소식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게다가 천을 외상으로 구입했다는 그의 수완에도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렇게 전직 기자로서 펠릭스는 ‘언론 플레이’에도 능했다. 그는 귀를 번쩍 뜨이게 하는 소식에 굶주리고, 가려운 데 를 긁고 싶어 안달하는 매스컴에 자기 등을 대주었다.
(...)
펠릭스 나다르가 승선할 열기구 ‘르 제앙(거인)’호의 기약 없는 공중여행을 환송하기 위해 다시금 모였다. ‘거인’호의 높이는 45미터에 달했다. 지름은 25미터. 그 속에 사진에 필수적인 암실 외에 화장실도 갖추었다. 욕실은 없었지만, 빵과 포도주, 샴페인 등 식료품은 최대 75킬로그램을 실었다. 이렇게 펠릭스는 파리 시민에게 ‘지상 최대의 쇼’가 된 기구를 타고 올라가, 공중에서 ‘지상 최대의 구경거리’를 보여주겠노라고 호언장담했다.--- pp.72-73

그 참담한 행군 중에도 리는 옛 솜씨를 살렸던 것일까? 그녀는 잠시 모델이 되었다. 큰 화제가 된 사진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녀는 히틀러의 독수리 둥지라고 하는 뮌헨, 베르슈테스가덴 성에 들어갔다가 욕조를 발견하고는 벌거벗고 뛰어들었다. 너무나 씻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장면을 셔먼이 찍었다. 그런데 그 욕조는 히틀러 전용이었다(이 일화에 대해서는 다니엘 지라르랭 편저 《논쟁이 있는 사진의 역사》 참조). 얼굴을 붉히며 눈을 돌리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혓바닥으로 핥고 손으로 주무르고 싶게 하는 누드가 아니다. 역사적 누드였다. 역사에 눈을 뜨라고 자극하는 사진이다. 악마의 욕조에 들어가 앉았지만 태연하게 목덜미를 씻는 한 여자의 모습이다. 마녀 같은 순진함과 철부지 같은 몸짓으로, 다른 인종을 증오하다 미쳐버린 사내의 욕조에 들어앉아 아무렇지 않은 듯 몸을 씻는 여인이다. 성경이 전하고 많은 화가들이 그린 “늙은이들에 놀란 수잔나”의 주제와 비슷하다.--- p.155

“달은 아직 뜨지 않았다. 반짝이는 화덕 불빛만 나란히 누운 세누시 족 주인과 아바카르의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 둘은 아랍어로 더듬대며 나직하게 말을 나누었다. 꼬마 둘은 벌써 곯아떨어져 크게 코를 골았다. 여자들은 모래 속에 다리를 파묻고 조용히 눈을 멀뚱멀뚱 깜빡였다. 그런 깜빡이는 움직임만이 불빛을 반사했다. 둥근 불빛의 어스름 너머로 어둠 속 어디에선가, 아이들이 여전히 뛰어노는 소리가 들렸다. 낙타도 만족한 듯 꿀꿀대는 소리를 냈다. 이런 모습 위로 한밤중의 하늘이 거대한 지붕처럼 펼쳐졌다. 검고, 깊고, 부드러운 벨벳이다. 잘게 흩어진 별들이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빛으로 수놓인….”

조지의 여행일지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행간이다. 조지는 놓쳐버린 장면을 두고두고 생각했다. 사막의 황홀경은 그의 머릿속에만 남았다. 아직 컬러필름을 상용화하기 전이고 감도 높은 필름도 없을 때였다.
--- pp.175-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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