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 무역 개입에 관한 이론적 작업은 전지전능한 정부가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어 최적 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이루어졌다. 현실 세계에서는 정부가 전지전능하지도 않고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도 않다. 정부가 특정 산업을 위해 정책을 사용하도록 정치적 압력을 받는 경우에도 이러한 이론적 결과들이 성립할 수 있는가? 그 답은 당연하게도 ‘아니오’이다.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들이 정부정책을 좌우할 수 있는 경우에는, 이러한 개입을 정당화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가 상당히 약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경쟁하는 많은 산업 중에서 전략적 개입의 가치가 있는 산업을 정부가 선정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에서 회의적일 수밖에 없으며, 특히 정치적으로 영향력 있는 국내의 생산자들이 무역정책을 종종 결정하는 대의 민주주의에서는 특히 그러하다. --- 제3장 보호주의:경제적 비용인가, 정치적 이득인가?
무역으로 인해 많은 영향을 받는 노동 집약적 산업에서도 일자리 상실의 원인은 수입이 아니라 자본에 의한 노동의 대체나 신기술의 도입과 같은 기술 변화 때문이다. 무역보호로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멈추게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의류 산업에서는 고용자 수가 장기적으로 감소해왔는데, 상대적으로 높은 무역 장벽으로도 이러한 추세를 멈추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노동자들이 제조업으로부터 빠져나가는 것을 감속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수입 제한을 정당화한다. 이 경우 두 가지 점을 인식해야 한다. 즉,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다른 곳에서의 일자리를 파괴함으로써만 어느 산업에서의 일자리를 ‘구조’할 수 있으며, 보호는 비용이 많이 드는 비효율적인 일자리 지원정책이라는 점이다. --- 제4장 무역, 일자리, 그리고 소득분배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한 기업이 다른 시장에서 다른 가격을 부과한다는 사실은, 반경쟁적 행위나 약탈적 관행과 같이 경쟁을 저해하고 시장을 왜곡하기 위한 정책이 아닌 한 불공정한 것도 아니고 문제가 되지도 않는다. 이러한 행동을 방지하기 위해 반덤핑정책이 입안되었다면, 반덤핑정책은 경쟁을 유지하고 시장 왜곡을 시정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어느 정도 장점을 가지고 있다. 불행하게도 반덤핑정책은 이런 상황을 식별하고 대응하기 위해 입안된 것이 아니다. 이로 인해 반덤핑법은 국내 기업들이 몇 가지 관료주의적 명령에 따르기만 하면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인상을 준다.
예를 들면, 반덤핑법이 외국 수출업자에 의한 약탈적 가격 책정을 방지한다면 이는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수출업자가 미국 생산자를 축출하여 독점적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자기 제품을 원가 이하로 판매할 때 약탈적 가격 책정이 발생한다. 약탈적 가격 책정을 하는 기업은 초기에 상당한 손실을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하며 차후에 독점적 지위를 행사하여 이러한 손실을 보전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이 기업이 미국과 다른 국가 내의 경쟁업체들을 효과적으로 축출할 수 있는 경우에만 타당하다. 방글라데시의 수건 생산업체가 외국의 경쟁업체를 축출하여 독점적 지위를 얻으려고 했는가? 콜롬비아의 화훼 농가가 같은 일을 한 적이 있는가? 대부분의 해외 수출업자는 그들의 판매물품에 대하여 가능한 한 높은 가격을 받으려고 한다. 경쟁업체들을 모두 축출한다는 망상을 즐기는 기업은 세상에 거의 없다. ---제5장 대외 경쟁으로부터 구제
한 국가는 어쩔 수 없이 세계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세계화는 하나의 선택이기도 하다. 한 국가는 무역과 외국인 투자정책을 통해 세계경제로의 편입 정도를 선택할 수 있다. 캄보디아, 베트남 및 우간다와 같은 국가들은 세계시장에 적극 진출한 결과, GDP 대비 무역 비중이 급등했다. 한편 이집트, 나이지리아, 도미니카공화국과 같은 국가에서는 무역 비중이 감소하였다. 이러한 무역 비중 감소는 부분적으로 국내 정세 불안, 거시경제정책의 오류, 혹은 특정국 재화(예를 들면 잠비아의 구리)에 대한 수요 감소에 기인하지만, 일부는 세계경제에 참여하고자 하는 국민들의 역량을 의도적으로 막은 정부정책에 기인한다. 예를 들면, 한때 세계에서 무역규모가 꽤 컸던 국가 중 하나인 이집트는 GDP 대비 수출(또는 수입) 비중이 현재는 약 12%에 불과한데, 이 수치는 대다수 수출 지향형 개발도상국 무역 비중보다 현저히 낮은 것이다. 이집트는 무역을 억제하고 이 비중을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하고자 하였다. 세계경제로의 편입을 선택하지 않은 많은 국가들은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
---제6장 개발도상국과 시장개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