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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는 열여섯

별이는 열여섯

: 강아지와 보낸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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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9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278g | 148*210*20mm
ISBN13 9788993442250
ISBN10 899344225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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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그림 : 정수하
그린이 정수하는 1958년 충남 논산생. 1987년 베를린국립예술대 디자인과 졸업. 베를린도시 750주년기념사업 전시디자인에 참여, 세계문화예술축제(암스텔담) 한국부분 총감독 및 무대디자인과 제3세계전통공연(베를린) 무대디자인에 참여했다. 1986년 독일연극포스터 공모전 수상과 세계서커스제공모전(파리) 회화부문에 수상했다. 1990년 독일디자인 잡지사 〈MAX〉시각디자인을 담당했으며, 1984년부터 베를린을 중심으로 독일·프랑스·네덜란드·일본 등의 그룹전에 다수 참여했다. 1995년 한국에 귀국, 총체극 〈영고〉의 기획·대본·무대디자인을 맡았고, 국악전용극장 〈두레〉의 설립에 참여했다. 2004년부터 발리 소재 다국적 자연학교 건축디자인에 참여했으며, BAMBOO DESIGN 스튜디오 〈PIRI〉를 운영했다. 현재 인테리어, 조경, 건축디자인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카페바바누자》와 《길 걷는 디자이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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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가 버들골에 온 다음날 부기는 애완견가게에 들러 강아지집이며 밥그릇, 머리빗, 장난감, 간식 등 꼬마아가씨 살림살이를 장만했다. 이집 사람들은 국사봉 아래 돌 틈에서 흐르는 석수를 통에 받아먹는데 별이에게도 그 물을 먹일 요량이다. 개를 데려온 다음 날 부기는 가족들을 불러 모았다. 꼬마 이름을 지어야 하는데 좋은 의견이 있는가 물었다. 메리, 릴리, 토니…. --- p.16

부기가 어린 마음을 달랜다. 이제 재롱이를 어떻게 데려가느냐 하는 문제가 남았다. 당시 서울 시내에 자가용이 많지 않을 때라 승용차는 꿈도 못 꿀 일이고 기차로 가는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기차운송이 쉽지 않다. 규정상 재롱이를 객실에 태울 수 없는 것이다. 다시 한 번 할머니가 꾀를 낸다.
“강아지를 사과상자에 넣어 객실좌석 밑에 감춘 다음 치마로 가리겠다.” --- p.25

그런데 집에 온 지 얼마 됐다고 별이가 가족을 상대로 서열을 정하고 있다. 건방지기 짝이 없는 처사다. 자기와 가장 잘 놀아주고 예뻐하는 신검이가 1순위, 그 다음 친정에서 요람에 싸 서울로 데려오고 먹을 것 잘 주는 부기가 2순위. 나머지 막순과 해무, 할머니는 등급 외. 녀석의 판정이 매정할 정도다. --- p.35

드디어 녀석 배가 불룩해졌다. 걸음도 뒤뚱뒤뚱, 만삭임을 과시하듯 거드름을 피운다. 그런데 예정일이 지나도 소식이 없다. (중략) 부기는 퇴근하자마자 별이를 안고 병원으로 향했다. 얘기를 듣던 의사가 진찰을 해보자고 한다. 잠시 후, 강아지를 안고 나온 의사가 피식 웃는다.
“임신 아닙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이렇게 배가 부르는데 임신 아니면….” --- p.61

비 오는 날 빼고 할머니는 거의 매일 학교운동장을 걸었으며 그 옆을 작고 눈부신 금발의 요크셔테리어 한 마리가 쫄랑대며 경호한다. 등 굽은 노인과 젊고 활달한 애완견의 환상적인 조합이다. 할머니가 강아지 앞세우고, 강아지가 할머니 길잡이를 하는 가운데 둘의 우정은 날이 갈수록 깊어졌다. --- p.87

1976년 5월, 북극권 탐험을 마친 나오미는 귀국길에 안나를 포함하여 생사고락을 함께 한 개 네 마리를 일본에 데려간다. 마땅히 기를 곳이 없고 다시 길을 떠나야 했으므로 그들을 비교적 기온이 낮은 홋카이도 동물원 두 곳에 맡기는데, 그곳에서 안나가 다른 개와 사랑에 빠져 새끼를 낳는다. 그때의 기쁨을 나오미는 이렇게 표현한다.
“내 손자가 태어난 심정이다.”
안나를 얼마나 사랑했으면, 동물을 얼마나 존중했으면 이런 표현을 쓰겠는가. --- p.111

아무튼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른다면 별이란 강아지는 아무 일도 않고 무위도식한 죄로 가난과 곤핍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런데 별이가 일생에 걸쳐 딱 한 번 자력으로 먹을 것을 조달한 일이 있다. 그러니까 ‘사냥’을 한 것이다. --- p.123

다음날 새벽, 할머니는 조용히 눈을 감으셨다. 각시섬 맑은 물에서 태어나 평생 잠녀로 바다 속 드나들던 노친은 간난신고를 극복하고 자식들 부양하여 어엿하게 성장시켰다. 험한 세상 살아오며 자신의 행복보다 자식 위해 희생한 위대한 모성으로 삶을 꾸렸다. 시대의 질곡을 온몸으로 헤쳐온 할머니는 이승에 90년 10개월 머물다 자연으로 돌아갔다. 할머니가 남긴 자식과 거기 딸린 식솔들이 가는 사람을 보냈다. --- p.146

버들골 은하수연립 37호에 개초상이 난 것이다. 별이는 딱 하루 앓고 세상을 떴다. (중략) 부기는 베란다 창고에서 별이가 타고 떠날 배(관)를 꺼냈다. 한 달 전, 강아지 상태가 좋지 않자 동네 목공소에 주문해놓은 오동나무 배다. (중략) 예로부터 오동나무는 가야금 만드는 목재 아니던가. 우리 귀여운 꼬마아가씨는 향기 나는 오동나무 목선을 타고 고요의 바다건너 저 피안의 세계로 떠나리.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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