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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나누었던 순간들

우리가 나누었던 순간들

장자자 저 / 정세경 | 도도 | 2019년 07월 1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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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516쪽 | 518g | 128*188*26mm
ISBN13 9791185330600
ISBN10 11853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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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류스산은 기다리는 일에 익숙했다. 이 작은 진에서 뭘 기다리는지 알 수 없지만 늘 기다려왔다. 하지만 오늘은 누구를 기다리는지 류스산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여름방학 내내 돈을 내놓으라고 하던 그 여자아이는 오늘 오지 않았다. 아무리 기다림이 익숙하다 해도 기다리던 사람이 나타나지 않으면 슬프게 마련이다. 그런 슬픔을 책에서는 ‘실망’이라고 했다. 나중에 어른이 된 뒤에야 류스산은 그보다 더 큰 슬픔인 ‘절망’이 있다는 걸 알았다.
--- p. 57

그 순간 류스산의 머릿속에 지난 2년 동안의 수많은 아침 풍경이 떠올랐다. 그 수많은 아침마다 그는 학교 입구의 정류장에서 무단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안개가 아직 걷히지 않은 아침, 그녀는 그 안개 속의 차에서 뛰어내려 그에게 사뿐사뿐 걸어왔다. 그는 어떻게 된 거냐고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어쩌면 학교를 다니며 밤새 일하는 것일 수도 있고, 친구 집에서 자거나 근처에 친척집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괜히 물어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문득 그 많은 아침에 자신이 왜 묻지 않았는지 깨달았다. 사실 그는 무단의 눈빛에서 ‘나한테 아무것도 묻지 마’라는 말을 읽었던 것이다. 만약 물었다면 다시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p.119

“우리 진에선 사람이 죽으면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 빛난다고 믿어. 근데 하늘에 있는 영혼은 나중에 집으로 돌아올 때 길을 잃고 산에서 떠돌기 쉽다는 거야. 그래서 윈벤진에선 장례를 치를 때 가족과 마을 사람들이 산길을 따라 산꼭대기까지 등롱을 달아. 영혼이 집으로 돌아오는 방향을 찾을 수 있게 말이야.”
류스산이 자세히 설명해줬다. 청샹은 그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으며 등롱을 켠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등롱의 불이 흔들리더니 어둠 속에서 한 점 한 점 불빛이 서서히 꿈틀대며 숲이 빽빽한 산속에 작은 길을 만들었다.
--- p.349

나는 찾고 찾아 가장 완벽한 엄마를 찾았다. 다만 엄마의 유일한 단점은 바로 내 곁에 없다는 것이다.
--- p.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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