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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기진 인생, 맛있는 문학

허기진 인생, 맛있는 문학

: 생을 요리하는 작가 18인과 함께 하는 영혼의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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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584g | 152*200*30mm
ISBN13 9788973812912
ISBN10 897381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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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유승준
1964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와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정신세계사, 디자인하우스, 청림출판 편집주간 등을 거쳐 가나북스 대표로 일하며 오랫동안 책을 만들어왔다. 한국 식문화와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그는 『김치 천년의 맛』, 『집에서 만드는 궁중음식』, 『남도땅 멋길 맛길』, 『도요지 따라가는 국토 순례길』 등 각 고장의 특색 있는 문화를 새롭게 조명한 책을 다수 기획했다. 그 밖에 직접 쓴 책으로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요리와 그것이 상징하는 세계를 탐구한 『사랑을 먹고 싶다』, 유교ㆍ불교ㆍ무속의 고장인 안동을 예수 마을로 만들어온 교회 공동체 백 년의 역사를 기록한 『안동교회 이야기』, 슬로시티로 지정된 남도의 낙원 증도와 한국의 대표적인 여성 순교자 문준경 전도사의 일대기를 취재한 『천국의 섬, 증도』가 있다. 특히 『천국의 섬, 증도』는 2009년 12월 CBS TV에서 『시루섬』이라는 제목의 창사 특집 드라마로 제작, 방영되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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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좋은 문학작품이란 사람 냄새가 나는 작품이다. 사람 냄새란 곧 밥 냄새다. 어린 시절 해 질 녘 어스름에 동구 밖까지 풍겨오던 구수한 저녁밥 짓는 냄새가 나는 그런 작품을 읽으면, 허기진 정신의 배가 가만히 부풀어 오르는 포만감을 느낄 수 있었다. 모처럼 고향 집을 찾은 자식을 위해 아껴두었던 묵은 김치와 산채 나물에 귀하디귀한 생선과 고기까지 마련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따뜻한 밥 한 상을 차려내는 그런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지는 작품을 읽으면 눈가에 눈물이 맺히면서 잃었던 식욕이 되살아나기도 했다. 한 줄의 문장 속에서 우리네 삶을 둘러싼 시간과 공간은 서로 얽히고설켜 맛있는 밥을 지어냈다. --- p.8

지나간 밥은 다 똥이죠. 이것이 밥에 대한 백성들의 인식이에요. 매하고 같은 거예요. 나는 아까 밥 먹을 때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밥이란 게 도대체 뭔가. 꼭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만 밥이고 지나고 나면 말짱 헛것이 되잖아요. 그리고 우리가 열흘을 굶어서 죽는 게 아니에요. 한 끼를 안 먹으면 정신이 몽롱해지고, 두 끼를 안 먹으면 몸이 작동하지 않아서 누워 있어야 해요. 세 끼를 안 먹으면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죠. 나는 정말 밥이 무서워요. 아까 바다에 나가서 낚시하는 걸 봤는데, 물고기가 미끼를 물잖아요? 그놈은 뭘 먹으려다가 자기가 먹이가 되고 마는 거예요. 그걸 보니까 낚시하는 사람들이 참 불쌍해 보이더라고요. 참 저걸 재미라고 저러고 있나 싶어서. --- p.141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돈을 번다면 행복해지는 게 목적이고 돈을 버는 것은 목표인데, 지금은 다들 돈 버는 것 자체가 인생의 목적이 되었어요. 남들보다 더 많이 벌고, 남들보다 더 높이 출세하고, 남들보다 한발 앞서 1등이 되는 게 목적인 세상이 되었다는 거죠. 많은 국민들이 불감증에 걸려 그게 마치 자신이 세운 목표인 것처럼, 자기가 스스로 생각한 것처럼 살고 있어요. 사실은 그게 자기 생각이 아닌데, 자기가 원했던 인생이 아닌데 말이죠. 이게 바로 자본주의의 폭력성이 우리에게 주입한 것이고, 우리는 그 포로가 되어 있는 거예요. 우리가 꿈꾸던 애초의 행복은 어디로 갔느냐 이거죠. 이렇게 살면 국민 1인당 GNP가 5만 달러가 된다 한들 행복해지겠어요? --- pp.200-201

자신의 생존이나 보존 본능을 위해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인 거라고요.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는 거니까요. 어떤 시인이 화해나 공존을 노래하는 것과 초국적 기업이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은 모두 생물로서의 인간에게 작동하는 본능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맥도날드의 이윤 추구가 본질에 좀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나 그렇게만 나가면 생태계가 파괴되기 때문에 지배자적 위치를 점유하면서도 생물학적인 종의 차원을 계속 유지하려면 주변 생태계와 조화롭게 살아야만 하는 거죠. 그래서 개인적인 이익 추구 못지않게 공동체의 공존을 위한 배려 같은 것도 필요한 거예요. 시 같은 경우는 인간의 이익 추구 본능을 무시하고 자꾸 공존이나 화해만 이야기하니까 그런 것들을 이제 좀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과 결합해서 해석해주는 것이 인간 이해에 보다 근접하지 않을까 판단했어요. 그래서 맥도널드가 추구하는 영리적 측면과 시인이 가지고 있는 성찰적 측면이 결합되면 자본주의에 내포된 공격적 측면이 조금 상쇄되지 않을까 생각해본 것이죠.
--- pp.276-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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