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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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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장 ] 버지니아 울프 전집-1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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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7월 26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72쪽 | 248g | 130*195*14mm
ISBN13 9791160200829
ISBN10 116020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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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간략하게 미스 시튼에게 말하였습니다. 그 몇 년 동안이나 교회당 지붕 위에 있었던 석공들에 대해, 땅속에다 퍼 넣을 금화, 은화 자루를 어깨에 메고 온 왕들과 여왕들과 귀족들에 대해, 그리고 어떻게 우리 시대의 재정의 거물급들이 나타나서는 다른 사람들이 금괴와 제련되지 않은 금덩어리를 내려놓던 곳에다 수표와 증권을 놓게 되었는가에 대해 이야기하였지요. 저기 있는 대학들의 발밑에는 그 모든 것이 놓여 있다고 말하였지요. 하지만 우리가 앉아 있는 이 대학으로 말하자면 그 호사스러운 붉은 벽돌과 정원의 텁수룩한 야생초 아래 무엇이 놓여 있을까요? 우리가 저녁 식사를 받아먹은 그 무지 접시 뒤에, 그리고 (내가 막을 새도 없이 내 입에서 이 말이 불쑥 튀어나왔는데) 그 쇠고기와 그 커스터드 그리고 그 말린 자두 뒤에는 무슨 세력이 있을까요?
--- p.32

인생이란 양성 모두에게?나는 보도를 따라 어깨를 밀치며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았지요?힘들고, 어렵고, 하나의 영원한 투쟁입니다. 그것은 커다란 용기와 강인함을 요구합니다. 또한 우리는 무엇보다 환상의 동물이므로 인생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을 요구합니다. 자신감이 없이는 우리는 요람 속의 어린 아기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헤아릴 수 없으면서도 말할 수 없이 소중한 자질을 가장 빠르게 갖출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들이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생각함으로써이지요. 즉, 자신이 다른 사람에 비해 타고난 우월함을 가지고 있다고 느낌으로써이지요?그 우월함은 재산, 지위, 곧은 콧대, 혹은 롬니가 그린 할아버지의 초상화일 수도 있지요.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애처로운 책략에는 끝이 없으니까요. 따라서 뭔가 정복하고 지배해야만 하는 가장에게는 사실상 인류의 절반인 수많은 사람들이 본디 자신보다 열등하다고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되겠지요.
--- p.51~52

16세기의 런던에서 자유로운 삶을 산다는 것은 시인이며 극작가인 여성에게는 그녀를 족히 죽였을지도 모르는 신경의 압박과 딜레마를 의미하였지요. 만일 살아남았다고 하더라도, 그녀가 써놓은 것은 무엇이든 간에 긴장되고 병적인 상상력에서 나왔으므로 비틀리고 기형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의심할 바 없이 그녀의 작품은 서명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여성이 쓴 희곡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책꽂이를 바라보며 나는 생각하였습니다. 그런 (익명이라는) 도피처를 그녀는 반드시 찾았을 테니까요. 19세기와 같은 최근까지 여성들에게 익명을 명령한 것은 정조 관념의 잔재이지요. 커러 벨, 조지 엘리엇, 조르주 상드 등 이들의 작품이 증명하듯 이 모든 내적 투쟁의 희생자들은 남자의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자신을 감추려고 쓸데없이 애를 썼지요. 이리하여 그들은 남성들에 의해 주입되지는 않았더라도 아낌없이 장려된 (가장 많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던 페리클레스7는 여성으로서 최고의 영광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는 것이라고 그 자신이 말하였지요) 관습, 즉 여성들에게 널리 알려진다는 것, 곧 명성은 혐오스러운 것이라는 관습에 경의를 표했던 것이지요.
--- p.71~72

책에서 조금 떨어진 곳을 배회하면서 나는 생각하였습니다. 메리 카마이클은 단지 관찰자로서의 자신에게 알맞게 되도록 작업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입니다. 나는 사실 그녀가 (내가 생각하건대) 소설가라는 부류 중에서 훨씬 덜 재미있는 분파, 즉 사색적인 소설가가 아닌 자연주의 소설가가 되려는 유혹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그녀가 관찰할 새로운 사실들이 너무나 많긴 하지요. 그녀는 더 이상 중상류층의 고상한 집에 자신을 한정시킬 필요가 없을 테니까요. 그녀는 친절을 베풀거나 짐짓 겸손하게 굴지 않고 동료애를 갖고 고급 창부와 매춘부, 그리고 발바리를 가진 부인이 앉아 있는 작고 향수 냄새가 나는 방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거기에 그들은 남성 작가들이 그들의 어깨에 억지로 갖다 입힌 조잡한 기성복을 입고 여전히 앉아 있습니다. 그러나 메리 카마이클은 가위를 빼 들고 각이 지거나 들어간 모든 부분에 딱 들어맞게 그 옷들을 잘라 입힐 것입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서 이 여자들을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진기한 광경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잠시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메리 카마이클은 아직도 여전히 우리의 성적 만행의 유산인 ‘죄’에 직면하여 자의식으로 번민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여전히 계층을 나타내는 번지르르한 옛 족쇄를 차고 있을 테니까요.
--- p.12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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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녀작인 『출항』(1915)에서부터 시작된, 적절한 문학 형식을 찾아 나선 울프의 모더니스트적 항해는 바로 그녀의 내면세계를 탐험하는 것과 다르지 않으며, 그 내면세계의 기저에 놓여 있는 것이 바로 성gender의 문제이다. (……) ‘자기만의 방’과 ‘오백 파운드의 돈’의 일차원적 의미의 관점에서, 그리고 가부장제 아래 여성의 억압과 그것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관점에서 이 작품을 보고 마는 것은 작품에 대한 정당한 대우가 아니며 알맹이를 놓치는 일이다. (……) 울프가 말하는 ‘자기만의 방’은 “여성이 남성처럼 글을 쓰고, 남성처럼 살고, 남성처럼 보이”기 위한 곳은 아닌 것이다. 울프는 이 글의 여러 군데에서, 특히 후반부에서 암시되고 있듯이, 가부장제 재현 체계의 그물에 걸려들지 않은, 아니 걸려들 수가 없는 여성 고유의 가치와 “기록되지 않은 몸짓과 말해지지 않은 또는 반쯤 말해진 것들”의 위력을 인지하고 있었다.
- 오진숙 (연세대 학부대학 대학영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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