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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

그림이 있어 괜찮은 하루

: 말보다 확실한 그림 한 점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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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7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254쪽 | 396g | 140*200*20mm
ISBN13 9788960535763
ISBN10 896053576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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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데이비드 헤팅거(David Hettinger, 1946?)의 그림은 대부분 혼자 책을 읽는 여인이 주인공이다. 세상 가장 편안한 자세로 책이나 신문, 그림책을 읽는 여인들. 마치 내가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에 가장 배꼽이 간지러워지는 순간을 캔버스에 재현해놓은 것 같다. 모조리 프린트해서 집에서 가장 볕이 잘 드는 곳에 걸어놓고 싶다. 우아하게 차려입은 여인들이 자연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따스한 그림들을 연속으로 감상하며 치열했던 20대를 돌아본다. 왜 나는 그렇게 거추장스럽게 많은 걸 가지고 다녔을까. 그리고 생애 처음 겪는 입덧 때문에 책도, 그림도, 음악도, 밥도 모두 즐길 수 없었던 지난 몇 달을 회상한다. 이제야 느껴지는 아이의 소중함, 내 일상의 자유, 남편의 든든함, 책이 주는 안정감 같은 것들이 한꺼번에 쏟아져서 벅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전보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그림들을 자주 보고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노력한다.
---「2부_80쪽」중에서

그래서 오늘은 대놓고 대학 노트를 펴든 채 니체, 쇼펜하우어의 글에 전율하고, 뭉크의 〈절규〉를 따라 그리던 ‘소설가 지망생’의 마음을 스스로에게 대입해보고 있다. 뭉크의 거의 모든 그림이 기분 나쁘게 어둡지만 그가 의도했던 것처럼 그림 속 인물들이 절절하게 삶과 죽음에 대해 울부짖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자신의 속을 다 뒤집어서 보여주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그는 자기 안의 어둠을 숨기지 않았으며 스스로를 용케 죽이지 않고 살아남아 그림으로 남겨 두었다. 평생 여성혐오증에 시달렸지만 가장 우아한 방식으로 여성을 그림 속에서 구원하고자 노력했다.
---「3부_127쪽」중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세상에서, 침묵처럼 편안하고 감미로운 그림을 감상하면서 쉬어 가자. 수면 위로 떠오른 끔찍한 잔상을 보고 난 후, 심란한 마음을 둘 곳 없어 더욱 한참 쳐다보게 된다. 예전에 클래식 에세이에 썼던 카피가 생각난다. “온 세상에서 쉴 곳을 찾았으나, 음악이 흐르는 침묵보다 더 나은 것은 없었다.” 이 카피를 쓰고 표지 사진(마이클 케냐의 사진) 저작권을 비싸게 구매해서 책 표지에 앉혔을 때 참으로 행복했다. 딱 원하던 침묵의 이미지였기에. 도시를 벗어나 온갖 책에서 쉴 곳을 찾았으나, 결국 그림이 있는 풍경보다 더 나은 것은 없었다. 오늘같이 내 과거가 초라하게 느껴지는 날엔 말이다.
---「3부_149쪽」중에서

교과서에서 처음 접했던 피카소의 그림은 괴기스럽고 아름답지 않아서 싫었다. 왜 위대하다는 거지. 왜 유명한 거지. 내 기분을 망치는 그림은 아무리 유명하다고 해도 두 번은 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유럽과 미국의 여러 미술관을 다니면서 피카소의 매력에 새롭게 눈을 뜨게 되었다. 아, 저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력. 그가 아니면 탄생이 불가능했을 그림들 앞에서 감탄했다. 여행과 30대가 내게 준 최고의 창작 선물이다. 그는 어떻게 나이를 먹고도 어린아이처럼 생각하고 그릴 수 있었을까. 최고가 아닐지는 몰라도 유일했던 존재(물론 그는 최고이기도 한 아주 드문 케이스이지만).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것을 그린다는 자신감. 한 분야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 나는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되돌아보게 된다.
---「4부_178~179쪽」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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