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미술치료
가족이란 인간이 태어나서 최초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혈육들로 이루어지는 집단이며 인간의 성격과 행동패턴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기관이다. 특히 부모의 애정과 관심, 신뢰는 자녀의 인격형성에 절대적 기반으로 청소년의 성장과 발달 과정에 있어서 사회의 문화전달 기능, 가족보호 기능, 교육 등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가족으로부터 받은 사랑은 후일 배우자와 자녀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랑의 원천이 된다. 그러나 유년기에 ‘학대’, ‘유기’, ‘방치’, ‘무관심’ 등으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자랐거나, 부모의 심한 갈등관계로 불안을 겪고 자란 자녀들은 결혼 후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사랑을 주지 못하고 부정적인 자녀양육 방식을 대물림한다.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갈등관계 속에서 정서적으로 불안하게 성장한 역기능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은 청소년기에 자아정체감 혼란을 겪게 된다. 이로 인해 ‘무력감’, ‘열등감’, ‘반항심’, ‘공격성’, ‘폭력성’ 등을 나타내기도 한다. 이는 부모의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자녀의 정상적인 발달이 저해되는 것이다.
일선 학교에서는 전인적인 성장발달이 어려운 교육 풍토, 성적불량 학생의 소외감 증대, 시험체계의 병리로 인한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또한 교사와 학생 간, 학생과 학생 간의 비인격적인 인간관계는 협력과 도움을 제공하는 관계가 아닌 경쟁적 관계로 변모되어가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청소년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은 채 좌절감을 느끼며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지 못하고 가출과 방황 끝에 자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비행청소년이 되어 폭력을 일삼으며 심각한 사회문제를 초래하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학교폭력과 청소년들의 자살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 되면서 정부에서는 그 심각성을 느끼고 다양한 대책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국은 OECD회원국 중 자살율 1위라는 오명이 지속되고 있으며 여전히 일부 학교에서는 청소년들의 학교폭력이나 자살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 구체적인 근본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최근 한 통계조사에 의하면 청소년의 학업성적에 대한 고민과 부모의 ’과잉기대’가 청소년의 ‘일탈행위’, ‘가출’, ‘자살 충동’ 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청소년들의 심리적인 혼란은 청소년 자신 또는 불량친구의 유혹, 학교 환경 요인, 사회 환경요인 등에서 기인한다. 특히 청소년들의 ‘일탈행동’이나 ‘자아정체감 혼란’은 일차적으로 가족 간의 ‘대화단절’과 ‘정서적 불안’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부모가 일관성 있는 행동모델을 제시하지 못하는 역기능적 가정환경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세상 부모들은 자녀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잘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때로는 부모의 넘치는 관심과 기대가 자녀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기도 한다. 특히 아무것도 모르는 유아기에 부모가 자녀에게 준 아픔과 상처들은 그들을 평생 동안 고통 속에 살아가게 할 수도 있다. 어떻게 자녀를 기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까? 일탈행동을 하는 자녀를 둔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신들은 “자녀를 잘못 기르지 않았다.”고 말한다. 자녀를 낳아서 자신의 부모님들이 했던 방식대로 최선을 다해 길렀다고 한다. 그러나 자녀가 청소년이 되자 어느 날 갑자기 반항과 가출을 일삼고, 학교도 가지 않은 채 친구들과 어울려 폭력을 행사하고 다니는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비행 청소년이 되었다고 호소한다. 자녀가 일탈행동을 하는 그 원인조차 모를 뿐 아니라 자녀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불안해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우리 주위에는 자신의 문제 뿐만 아니라 가족문제로 인해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인과론’에 의하면 ‘모든 사물의 생성과 변화에서, 원인이 되는 상태가 있으면 반드시 그 결과가 되는 다른 상태가 일어난다.’고 한다. 자녀의 문제행동에도 반드시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정신분석 심리학자들은 자녀의 문제행동에 대해 부모가 그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특히 애착 이론가들은 “어린 시기에 자녀가 부모와 안정적인 애착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청소년기에 심리적인 혼란을 겪으며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자녀가 문제행동을 하는 경우 부모들은 자신이 자녀를 잘못 길러서 자녀가 문제행동을 하게 된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는 자신들의 양육방식에 대해 깨닫지 못하고 자녀들의 문제행동에 대해 그 원인과 책임을 자녀에게 돌리며 비난하거나 처벌함으로써 부모-자녀와의 관계를 점점 악화시키고 있다.
부모의 자녀양육방식이 억압적이고 비민주적일 때 자녀들은 ‘두려움’, ‘공포’, ‘불안’, ‘분노’, ‘억울함’, ‘좌절감’, ‘낮은 자존감’, ‘정서적 단절’등을 불러와 부정적이고 역기능적인 부모-자녀 관계를 형성한다. 역기능적인 가족의 부모는 자녀가 일탈행동을 하게 되면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거나 극복하지 못하고 자녀에게 신체적·언어적 학대를 가하기도 한다. 이는 가족구성원간의 갈등관계를 야기하기도하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가정폭력이나 ‘가출’, ‘자살’, ‘이혼’ 등의 ‘가족해체’로 이어지게 될 수도 있다.
본서에서는 자녀문제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는 가족을 대상으로 ‘가족미술치료’를 실시한 사례를 기술하였다. 자녀는 친구들의 유혹에 빠져 일탈행동을 하게 되었고, 부모는 이러한 자녀에게 언어적·신체적 학대를 가했다. 이로 인해 딸은 심리적으로 매우 혼란한 상태에 빠져 있었고 부모-자녀 관계는 극도로 악화 되어 위기의 가족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에 전 가족을 대상으로 ‘가족미술치료’를 실시하여 가족의 자아존중감과 의사소통, 부모의 양육방식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며, 궁극적으로 가족관계가 개선되고 가족생활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체계적인 이해의 틀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본서는 필자의 미술치료학 박사학위 논문 ‘가족의 자아존중감, 의사소통 및 가족관계 개선을 위한 가족미술치료 사례연구’를 바탕으로 일부를 수정, 보완, 첨부하여 단행본으로 발간한 것이다. 소개되는 가족미술치료 사례연구는 면접이나 참여관찰, 또는 기존의 심층적인 기록들을 이용하여 자료를 수집하는 전통적인 사례연구라기보다는 미술활동을 통해 가족치료를 실시한 독창적이고 특별한 사례연구이다. 따라서 기술된 치료과정 및 가족미술치료 프로그램의 설계는 가족치료 실천분야에 매우 유익하고 유용한 자료로 제공될 것으로 기대한다.
가족미술치료 사례연구인 필자의 박사학위 논문이 발표되자 “가족치료에 좋은 귀감이 된 사례연구를 단행본으로 발간해서 일반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마음의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지인들의 지지와 격려에 용기와 힘을 얻어 단행본 발간을 결심하게 되었다. 또한 심리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족을 미술치료로 어떻게 치료하였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고 일반인이나 대학교에서 미술치료를 수강하는 학생과 교사, 사회복지사, 가족상담사 등 심리치료 현장에서 가족을 도우려는 분들에게 실질적인 이해와 활용을 돕고자 하였다.
미흡한 부분이 많지만 가족미술치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믿음으로 다시 용기를 내어 개정판을 출간하게 되었다. 필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단행본으로 발간할 수 있도록 많은 용기와 격려를 해주신 많은 분께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논문과 단행본으로 발간하도록 허락해 준 내담자 가족에게도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리며, 늘 행복한 가족, 아름다운 가족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끝으로 이 순간에도 가족으로부터 받은 아픔과 상처로 심리적 고통을 지니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행복바이러스’를 전파하고 싶다. 세상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이해하고 용서하면서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누리며 멋진 삶을 살아가기를 희망하면서…
---「책머리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