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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의 수인

천국의 수인

[ 양장 ]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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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중남미소설 55위 | 스페인/중남미소설 top100 8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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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9월 24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40쪽 | 546g | 128*188*30mm
ISBN13 9788954619110
ISBN10 8954619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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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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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김주원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스페인어권의 문학을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보르헤스의 거울의 유희』, 『뽈뽀론』, 『돈키호테』, 『옥스퍼드 살인 방정식』, 『살인자의 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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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나는 알고 있었다. 언젠가 이 거리에 돌아와, 재와 침묵의 시대라는 몽롱한 잠에 빠진 바르셀로나의 어둠 속에서 영혼과 이름을 잃어버린 남자의 이야기를 하리라는 것을. 이 글은 도시의 저주받은 자들의 비호 아래 열정적으로 쓴 일화이자, 가슴에 사무친 약속과 저주의 대가로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의 기억 속에 아로새겨진 말들이다. --- p.7

“그날 밤은 네게 이야기를 조금밖에 하지 않았어, 다니엘.”
“아저씨가 날 믿는다고 생각했는데요.”
“눈 딱 감고 내 인생을 숨김없이 털어놓을 수도 있었지. 그런데 그러지 않았어. 널 보호하기 위해서.”
“보호한다고요? 나를요? 대체 무엇으로부터요?”
“진실로부터, 다니엘…… 진실로부터.” _ 93쪽

“어디에서 왔소?” 페르민은 정신착란에 빠져, 순간 그 노파를 자신의 어머니라고 생각했다.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요, 어머니.” 그가 속삭였다.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살아 돌아왔어요.” --- p.219

어린 시절의 나를 계속 쫓아다니는 그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내가 학교에 가고, 시우다델라 공원에서 놀고, 아버지와 진열창 앞에 멈춰 서서 경탄의 눈길로 만년필을 들여다보고―아버지와 나는 그 만년필이 빅토르 위고의 소유였다는 가게 직원의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레알 광장에 앉아 클라라에게 책을 읽어주며 보는 눈이 없다 싶으면 그녀를 힐끔거리던 나를 하나하나 지켜봤을 그의 모습을. 어느 누구 하나 관심이나 눈길을 주지 않던 그림자 같은 거지를. 페르민, 그는 나의 수호자이자 친구였던 것이다. --- p.287

발스의 흔적을 찾는 일이 어려워져갈수록 역사 속에서 그의 이름을 지우고 사라질 권리를 그에게 인정하는 게 싫었다. 내 역사 속에서는 더더욱!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아야 했다. 그의 눈을 들여다봐야 했다. 하늘 아래 단 한 사람일지라도, 그가 정말 어떤 사람이고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아는 이가 있다는 것을 그에게 상기시키기 위해서라도! --- p.347

바로 그때였다. 내가 문득 뒤돌아보았을 때 교회의 맨 뒷줄에서 나를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는 낯선 이의 모습을 본 듯한 기분이 든 것은. 이유를 제대로 설명할 순 없지만 일순간 그 수상한 사람이 다름아닌 ‘천국의 수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렇지만 다시 바라봤을 때 그는 이미 그곳에 없었다.
--- p.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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