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 엄마, 내가 이 일을 10년 넘게 해서 반쯤 도사 소릴 듣는데…… 아까 오른쪽 가슴에 뭔가 만져지더라. 병원에 한 번 가 봐요.”
얼마 전 뭔가 만져졌던 그 자리였다. 그날 이후 생리가 끝날 때마다 세심하게 만져보곤 했었는데 별다른 느낌이 없어 이번 달에도 그냥 지나치고 말았다.
유방 검진을 한 지도 얼마 지나지 않아 무시하려고 했는데, 아주머니의 말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다.
“내가 병원 가보라고 한 사람들 중에 암 진단받은 사람 몇 명 되거든…….”
멍울이 만져질 땐 전문의 검진받아라
폐경 전 여성의 유방은 생리 주기에 따라 크기 변화를 반복하게 됩니다. 생리를 시작하기 직전에 가슴이 가장 커져 있으며 생리를 시작하면서 점차 작아지게 됩니다. 그러므로 생리 직전에 가슴을 만지면 유방 조직이 울퉁불퉁하게 만져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30세 이상의 여성은 생리 시작 후 3~7일 사이에 자가 검진을, 폐경이 된 여성은 일정한 날짜를 정해서 자가 검진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가 검진 시 통증을 동반하지 않는 멍울, 피부의 함몰 및 피부 변화, 유두의 분비물, 그리고 겨드랑이와 쇄골 주변에서 덩어리가 만져질 때는 반드시 전문의의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
“홍성숙 씨, 결과가 암으로 나왔어요.”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가장 잔인한 순간이다. 보통은 ‘결과가 좋지 않네요.’라고 말하지만 왠지 그런 말은 그녀에게 더 심각한 상황을 떠올리게 할 것 같아 있는 그대로 직접적인 표현을 선택했다.
유방암 확진 방법
맘모그램, 초음파, MRI 등의 영상 검사들은 모두 유방에 어떤 혹이 있는지를 검사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양성인지 악성(유방암)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아래와 같은 검사가 필요합니다.
세포검사
얇은 바늘을 이용해서 유방의 혹이나 림프절의 세포를 뽑아서 검사하는 방법으로, 정확도가 99%에 달합니다. 주로 유방암의 진단보다는 림프절 전이 여부를 검사하는 데 사용됩니다.
총조직검사
유방암을 확진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입니다. 유방암이 의심되는 부위에 검사용 굵은 바늘을 삽입하여 조직을 얻은 후 현미경을 통해 그 조직에서 암세포를 확인하는 검사입니다.
수술적 조직검사
세포 검사 또는 조직검사 방법으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을 경우나 석회화 등을 검사할 때 이용하는 방법으로 피부를 절개해 의심되는 부위를 직접 잘라내어 검사합니다. 가장 확실한 조직검사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 사람들 다 암에 걸려도 나는, 나만은 아니길 바랐다. 엄마와 같은 전철을 밟고 싶지도 않았고, 언니처럼 젊은 나이에 외롭게 생을 마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더 조심하며 살아왔다.
그래서였을까?
유방암은 왜 생기는 걸까?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유방암의 원인도 아직까지 확실하게 밝혀지진 않았습니다. 다만 암을 일으키는 중요한 위험인자들을 유추해 볼 수는 있는데, 주요한 유방암 위험인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가. 유방암 혹은 유방 양성 질환의 과거력
나. 유방암의 가족력
다. 유방암 유전자 돌연변이(BRCA1, BRCA2)
라. 이른 초경 또는 늦은 폐경
마. 출산을 하지 않은 여성이나 30대 이후에 첫 출산을 한 여성
바. 폐경 후 호르몬 치료(5년 이상)
사. 올바르지 않은 생활습관(불규칙적인 생활 리듬)
아. 음주
자. 폐경 후 과체중
남편은 벌써 가슴이 없어질 수도 있는 상황에 놓인 내가 맘에 걸리는 모양이다. 날 한번 힐끔 쳐다보더니 말을 이어간다.
“좀 생각해 봤어. 그런데 말이야. 당신을 잃는 것보다는 가슴 한쪽이 없더라도 당신이 내 옆에서 오래오래 살아주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겠더라고. 혹시 완전히 제거하는 방법이 최선이라면, 그 방법이 안전하다면 당신 나 때문에 망설일 필요 없어. 물론,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야. 당신은 또 다른 입장일 수 있겠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난 당신 결정 존중할 거니까, 오로지 당신만 생각해. 알았지?”
유전성 유방암이란?
유전성 유방암이란, 한 가족 내에 여러 명의 유방암 환자가 있으며 그들의 유전 방식이 멘델의 법칙을 따를 때를 말합니다. 전체 유방암의 약 5%를 차지합니다. 특정 유전자가 밝혀져 있는 경우도 있지만, 원인 유전자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전성 암이지만 유방암 환자의 가족력이 없는 경우도 흔하게 존재합니다. 가족성 암(전체 유방암의 약 10%)은 가족 내에 여러 명의 유방암 환자가 있지만, 멘델의 법칙을 따라 유전되지 않으며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발견되지 않은 경우입니다. 하지만, 대부분(85%)의 유방암은 산발성 유방암으로 가족력이 없습니다.
유전자 검사 누가 받아야 하나?
모든 유방암 환자가 유전자 검사 대상은 아닙니다. 아래와 같은 경우 유전성 유방암을 의심할 수 있으며 유전자 검사를 추천합니다.
가. 유방암 혹은 난소암의 가족력이 있는 유방암 혹은 난소암 환자
나. 40세 이전에 유방암이 발병된 경우
다. 유방암과 난소암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
라. 양쪽 유방에 모두 유방암을 진단받은 경우
마. 남성이 유방암 진단을 받은 경우
바. 60세 이전에 진단된 삼중음성 유방암
사. BRCA(유방암 유전자) 돌연변이가 확인된 가족의 구성원
절망을 떼어낸 자리, 희망으로 채우다
“홍성숙 씨 정신 좀 드세요?”
간호사의 따뜻한 손길이 느껴졌다. 잠시 잠든 것 같은데 수술이 끝난 듯했다.
오른쪽 가슴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통증이 아니었더라면 가슴을 잘라냈다는 걸 실감하지 못할 뻔했다. 상당한 양의 거즈 덩어리와 수술용 브라가 오른쪽 가슴을 덮고 있어서 오히려 가슴이 더 커 보였기 때문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