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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은 티셔츠를 입고

마르지 않은 티셔츠를 입고

[ 양장 ] 현대문학 핀 시리즈-시선2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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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희곡 top100 2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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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8월 3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88쪽 | 240g | 104*182*14mm
ISBN13 9788972751168
ISBN10 8972751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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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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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으면 아무도 없다

벌써 덥다
여름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운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아서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여덟 개의 침대가 있는 방에서
이렇게 많은 사랑의 말이 새겨져 있는 벽 앞에서

나는 군대에 다시 가는 꿈을 꾼 적 없고 원고가 불타오르는 꿈을 꾼 적 없고 양고기 먹은 밤에도 순한 양이 우는 꿈을 꾼 적 없다 지난 사람의 침대에서 지난 사람에게 속삭인 말을 하고 아직 안 끝났어 마르지 않은 티셔츠를 입고
--- 「도미토리」중에서

내가 미군이 버린 깡통처럼 뒹굴고 있을 때 친구를 사귀었다 그 애는 흑인이었는데 우리가 얼굴을 비빌 때마다 그 애의 머리칼이 내 뺨과 이마를 할퀴어 나는 피범벅이 되었다 상관없었다 그 애의 억세며 곱슬곱슬한 머리칼은 매력적이었지만 촘촘히 땋지 않으면 자기 머릿속으로 파고든다고 했다 나의 어머니는 원래 속눈썹이 자꾸 눈을 찔러서 언제나 피멍이 들어 있었다 아버지가 패지 않아도 내 친구가 서양에서 왔다는 말을 어머니는 믿지 않았다

내 어머니들은 나를 버린 어머니를 한 번도 욕하지 않았다 트로트를 틀어놓고 춤을 추는 할머니가 될 때까지 할머니들은 예쁘지 않았고 전쟁을 겪었으며 부스스 살아남았다 혼자서 한글을 깨친 이는 깨진 장독으로 이름을 썼다
--- 「너는 언제나 아름다웠지만 한 번도 예쁘지 않았다」중에서

어린 시절 집 앞에서 사람들이 소를 보며 말했다
소는 쟁기질을 끝내고 돌아오고 있었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버릴 게 없는 가축이라고 했다 시체들이
흘러가는 강가가 보였다

버릴 것만 가득한 인생을 꿈꾸었다.
마음으로만 살해했다는 뜻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은 의외로 평범하다
햇볕에 데워진 돌계단에 뺨을 대고
--- 「몸을 숨긴 연인들은 버릴 게 없고」중에서

누군가와의 만남이 자신의 삶을 바꿀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뿔을 숨긴 자리에서 첫인상으로 사람들을 조립했다
그곳이 들판이었는지 동굴 안이었는지 끔찍하게 아름답고 부유한 사람들의 장원이었는지
모르겠다 나는 갸우뚱하다 어디서나 언제든지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우리들의 미래가 사라질 때까지
--- 「습작생이 떠나면 끔찍하게 조용한 송년회를」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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