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지금까지는 퀴어이론이나 그리스도교 신학의 전통 교리를 잘 알지 못하는 개인이 이 분야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입문서나 개론서는 많지 않았습니다. 이 책이 퀴어신학 담론에 있는 그 틈을 매워주기를 바랍니다. 또한 주요 절 말미에는 심화 공부를 위한 질문과 추천 자료들이 있으므로, 혼자 공부하기에도 좋고, 종교와 신학, 퀴어연구 수업, 교구와 신자 모임에서 성인 교육용으로 쓰기에도 알맞을 것입니다.
--- p.21
사실, “퀴어”는 동사나 행위를 나타내는 말로 쓰일 때 그 의미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무엇인가를 “퀴어”한다는 것은 기존체제에 도전하거나 현상유지를 중단시키는 방법론에 참여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마치 궁중 광대나 마디그라(유럽이나 남미 등지에서 매년 2월 중하순에 열리는 카니발 축제?역자주)의 체제 전복적인 전통의 기능처럼, 관습과 권위를 뒤집어엎는다는 뜻이다. 그것은 다양한 시각으로 사물을 비추어보고, 이전에는 무시당하거나 침묵당하고 버려졌던 목소리들과 자료들을 되찾아오는 것이다. 그것은 어떤 세계관 때문에 역사적으로 성소수자들이 비난받고, 저주받고, 얻어맞고, 고문당하고, 살해당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세계관을 자랑스럽게 주장하는 것이다.
--- pp.31-32
그리스도교 신학은 근본적으로 퀴어한 활동이다. 왜냐하면 그리스도교 신학은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 삶, 죽음, 부활, 승천, 재림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이 모든 것은 삶과 죽음, 신과 인간, 중심과 주변, 시작과 끝, 무한과 유한, 처벌과 용서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던 전통적 이해를 뒤엎은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 p.38
이런 퀴어신학들은 당연히 양성애 신학과 트랜스젠더 신학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담론들은 본래 섹슈얼리티와 젠더 정체성을 스펙트럼이나 연속체의 점들과 같이 유동적으로 이해하기 위하여 섹슈얼리티와 젠더에 대한 이분법적인 개념을 해체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양성애 담론은 이성애 대 동성애라는 이분법에 도전하며, 트랜스젠더 담론은 남성 대 여성이라는 이분법에 도전한다.
--- p.74
하느님을 급진적인 사랑, 즉 기존의 경계선들을 녹이는 엄청난 사랑이라고 이해하면, 우리는 또한 ‘급진적인 사랑에 반대하는 것’이 곧 죄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 말은 무슨 뜻인가? 급진적인 사랑의 맥락에서, 우리는 하느님이 인류에게 주신 급진적인 사랑을 인류가 거부하는 것이 죄라고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급진적인 사랑을 기존의 경계선들을 녹이는 엄청난 사랑이라고 이해한다면, 급진적인 사랑을 거부하는 것은 곧 본질주의(essentialism),’ 즉 범주들을 계속해서 서로 분리시키고 구별하는 경계선들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pp.124-125
우리는 양성애라는 개념을 통해 “이성애”와 “동성애”라는 두 가지의 분류로 사람들을 나누는 것이 결국 (고작 19세기 후반에나 생긴) 사회적인 구성물이며, 이것이 양치질을 한 다음 치약 뚜껑을 안 닫는 것을 선호하는지 (반대로, 닫는 것을 선호하는지), 화장실 휴지가 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좋아하는지 (반대로, 반시계 방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좋아하는지)와 같은 것으로 사람들을 분류하는 것보다 더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 p.136
글래이저는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의 죄값을 치르기 위해 죽었다는) 전통적인 속죄 신학을 르네 지라르의 희생양 이론의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글래이저는 퀴어들이 종종, 자신의 몸과 성적인 죄에 대한 수치심과 소외감으로 고민하는 비성소수자 교인들의 희생양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비성소수자 그리스도인들은 이런 어려운 문제들을 스스로 마주하기보다는 자기혐오와 부정성을 희생양에게 쏟고자 한다. 그 결과, 성소수자는 우리 사회를 위한 희생양이 되고, 다름에 따른 대가를 치른다. 그 대가란 벽장 속에 살기를 강요받는 것일 수도 있고, 성직자로 서품을 받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으며, 교회 지도자 자리에서 배제되는 것일 수도 있다.
--- p.157
결혼을 비롯한 동성 간 결합은 이성간 결혼에서 발생하는 “이성애주의적 권력 관계나 부부 내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거룩하다.
--- p.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