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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헛발질이 필요해

남자는 헛발질이 필요해

: 놀면서 철드는 남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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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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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2년 10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14쪽 | 369g | 148*210*20mm
ISBN13 9788958073963
ISBN10 895807396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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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이 크리스티안이란 사내는 나보다 열 살이나 나이가 많은데도 나보다 훨씬 더 젊게 살고 있었다. 나는 이 남자의 콧대를 확실히 눌러 주기로 결심했다. 특별히 위험해 보이는 도전에 나서서 내가 한 수 위라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게 뭐 그리 어려울까 싶었다. 그런데 정말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 맞을까? 그에게 확실하게 보여 줄 더 대단한 일이 뭐가 있을까? 급류타기, 번지점프, 트라이애슬론 정도로는 어림도 없을 터였다. 크리스티안은 이미 다 해 봤을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화성에 착륙한 최초의 인간은 어떨까? 돈이 너무 많이 든다. 냉장고를 지고 아일랜드 무전여행 하기? 그건 벌써 누군가가 했다. 거꾸로 달리는 마라톤? 이것 역시 이미 한 사람이 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도 뭔가 더 대단한 일은 떠오르지 않았다. (중략) 세심하고 철저한 인터넷 검색을 통해 드디어 크리스티안이 나에 대한 존경과 감탄으로 내 발에 입을 맞출 만한 일을 찾아냈다. 나는 이것이 우리의 경쟁을 더욱 부채질 하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아니 일이 그렇게 되리라는 사실을 단지 예상 정도가 아니라 확실히 알았어야 했다. ---pp.17-18

마치 영웅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나는 마라톤을 달린 곳에서 레드와인의 기운을 듬뿍 받은 상태로 집으로 돌아왔다. 식구들에게 내가 받은 메달을 자랑스럽게 보였다. 와인글라스 모양의 금속으로 된 메달이었다. 하지만 진정으로 기뻐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나의 위대한 식도락마라톤에 대해 가족들이 보인 반응은 인색하기 짝이 없었다.
“어떻게 와인 몇 모금 마시자고 거기까지 가서 42킬로미터를 뛸 생각을 해?” 안나가 물었다. 아내는 늘 이해심이 많은 듯하면서도 매우 현실적이다. “똑같은 와인을 여기 마트에서 사면 훨씬 가깝고 간단하잖아.”
“더 간단하고 가깝고… 그런 문제가 아니야….” 나는 이렇게 대꾸했지만 진짜 이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할 생각은 없었다. 나 스스로도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p.330

나는 크리스티안과 맥줏집에서 만났다. 나는 세상을 구원한 대가로 받은 시가를 보란 듯이 피우며 나의 비밀임무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나로 인해 희생된 무고한 너구리 이야기는 당연히 뺐다. 대신 낙하산 점프, 공기부양선, 적과의 난투극 등을 좀 더 그럴듯하게 과장하여 떠벌렸다.
“그 낙하산 점프 말이야.” 크리스티안이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걸 혼자서 했단 말인가?”
“아니… 그렇진 않았어요.” 나는 어쩔 수 없이 인정했다. “전담교관이 있었어요. 그런 걸 어떻게 그렇게 금방 혼자서 하겠어요.”
“그리고 공기부양선 말일세.” 그는 또 캐물었다. “그걸 대체 어떻게 조종한 거지? 초보자한테는 어려웠을 텐데.”
“전혀 어렵지 않았어요.” 나는 자신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조수석에 앉아 있었으니까요. 조종은 노련한 공기부양선 전문조종사가 했어요.”
“아하, 그렇군. 그런데 모토크로스 구간은 어떻게 해낸 건가? 내가 알기로 자네는 오토바이 면허증이 없을 텐데, 안 그래?”
그의 말은 모두 옳았다. 정말 웃기는 일이었다. 나는 아이들 장남감이나 다름없는 전기 스쿠터를 타고 미니 언덕을 조금 오른 게 전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끈질기게 나의 미션 이야기를 이어갔고 내가 물리친 많은 적들에 대해 떠벌렸다. 하지만 크리스티안은 더 이상 귀담아 듣지 않는 것 같았다. ---pp.75-76

하지만 이미 늦었다. 브루노는 백사장 한가운데서 등을 구부리고 엉덩이를 내렸다. 이제 막 식사를 하려던 이탈리아 대가족의 타월 바로 앞에서.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엄마는 고함을 지르고 아버지는 우리를 위협하는 듯한 제스처를 쓰며 자리에서 일어나 발을 쿵쿵 구르며 온갖 저주를 퍼부었다. 나는 멍청한 개를 데리고 바닷가로 나온 멍청한 외국인 행세를 하며 주변의 엄청난 소란에 대해서 한 마디도 알아듣지 못하는 척 했다. 사실 그건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도 했다. 브루노는 주변의 소동에 아랑곳하지 않고 편안히 장을 비웠다. 엄청나게 예민한 동물이라 종이 한 장만 떨어져도 도전의식을 느끼는 브루노지만 일을 볼 때만은 그 어떤 소란에도 신경을 쓰지 않고 느긋하게 하던 일에 열중했다.
---pp.116-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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