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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하마

누가 뭐래도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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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276g | 115*205*16mm
ISBN13 9788937443947
ISBN10 8937443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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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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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 몸속에 하마 한 마리가 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언젠가 보았던 딱 그만 한 하마. 집채만 한 유리 수조에 하마를 가둬 놓은 그 동물원에 간 게 언제였는지는 모른다. (……) 하마가 양의 눈앞에서 물보라를 일으키며 다시 천천히 멀어져 간 건 한 무리의 아이들이 지나가고 난 뒤였다. 물속을 둥둥 떠다니던 풀색 똥을 기억해 낸 양이 미간을 찌푸린다,
--- p.11

엄마는 이모에게 약속한 대로 디지를 근처 고등학교에 진학시켜 주었고 가끔 용돈을 쥐여 주기도 했으나 그게 다였다. 처음에 약속한 주산 부기 학원에 등록시켜 준다든지 졸업 후 적당한 취직자리를 구해 주는 일은 함께 사는 동안 끝내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그때의 얘기를 꺼낼 때마다 엄마는 그래도 나와 차별 없이 대했다고 주장했다. 걔는 그 고집 때문에 평생 빌어먹을 거야. 우연찮게 튀어나온 디지의 얘기는 늘 엄마의 그 말로 마무리됐다.
--- p.47

그날도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키스를 하다가 한 명이 상대방 가슴을 더듬는 걸 보니까 화가 나더라고요. 물론 거기까지도 참을 만했어요. 그런데 가슴을 더듬던 손이 치마 밑으로 들어가더니 한 애가 다른 애한테 “다리 좀 벌려 봐.” 이러는 거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뭔가가 숨을 막는 것 같았어요. 숨이 잘 안 쉬어지더라고요.
--- p.138

언젠가 여자는 네 유치가 벌어지고 비뚤어진 것이 그 손가락 빠는 버릇 때문이라고 했다. 빼라고. 사과를 갂던 여자는 손가락을 문 너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와 동시에 네가 말을 못하는 아이라는 사실도 떠올렸다. 어느 날부터 그냥 말을 안 해. 제 어미를 닮아 그런 건가 싶기도 하고. 언젠가 남자가 여자에게 자신도 답답하다는 듯 털어놓았던 걸 떠올린 거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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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서 ‘왜 살아야 하는가’ 혹은 ‘왜 죽지 못하는가’로, 또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 것일까’에서 ‘기억이란, 시간이란 무엇인가’로 이 작가는 물음의 방향을 바꾸었다. 아니, 바꾼 것이 아니라 그것 자체를 묻기 시작했다고 해야 조금 더 정확할 것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조건을 감당해 나가는 방법이 아니라 그 조건을 의심하는 형태로, 죽음과 시간이 대체 어떤 의미인지 그 끝자락에 서 있는 인물들을 통해 김선재는 심문한다.
- 노태훈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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