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파리4대학에서 연구했고, 문학평론가로 활동중이며 대전문인협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남대학교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 『프랑스 낭만주의 시인론』 『프랑스 시인들 - 비용에서 보들레르까지』 『빅토르 위고 - 시대의 우렁찬 메아리』 등이 있고, 역서로 『프랑스 문학 - 역사와 작품』(공역) 『40명의 프랑스 작가들』 등 20권을 펴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수없이 끊으면서 마침내 그들은 그 동안 서로 몰랐던 것에 대해 무척이나 힘겹게 이야기하게 되었다. 부인이 라 몰 씨에게 보낸 편지는 레날 부인의 젊은 고해사제가 쓰고 그녀가 나중에 베낀 것이었다. “종교가 내게 얼마나 끔찍한 일을 저지르게 했는지! 그래도 난 그 편지의 아주 지독한 대목들은 완화시켰어요……” 쥘리앵의 열광과 행복은 그가 그녀를 이미 용서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일찍이 그가 이처럼 사랑에 미친 적은 없었다. 한동안 대화를 나눈 끝에 레날 부인은 쥘리앵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만 나는 독실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나는 진심으로 하느님을 믿어요. 또한 당신이 내게 권총 두 발을 쏘았는데도, 당신을 보자 내가 저지른 범죄가 얼마나 끔찍한지를 알겠어요……” --- pp.424~425
“저는 여러분의 계급에 속하는 영예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여러분께서 보시듯이 저는 자신의 비천한 운명에 반항한 농부일 뿐입니다. (……) 저는 제 젊음이 동정할 만하다는 사실에 신경 쓰지 않고 도리어 저를 통해 저와 같은 하층민으로 태어나 어떻게 보면 가난에 짓눌리면서도 운 좋게 좋은 교육을 받고 부유한 사람들의 오만이 사교계라고 부르는 곳에 대담하게 끼어들려 한 저 같은 하층계급 젊은이들의 용기를 영원히 꺾으려 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배심원 여러분, 그 점이 바로 저의 죄입니다. 그러니 저는 저와 같은 계급의 동료들로부터 판결을 받지 못하는 만큼 더 가혹하게 벌을 받을 것입니다. 저의 눈에는 배심원석에 부유한 농민은 보이지 않고 오직 분개한 부르주아들만 보입니다……”
쥘리앵 소렐은 베리에르의 목재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마을 신부에게 라틴어를 배우고 퇴역 후 베리에르에 은거중인 늙은 군의관에게 책을 빌려 읽으면서 지식과 야망에 눈뜬다. 쥘리앵은 특히 나폴레옹을 숭배한다. 나폴레옹 시절처럼 군인으로서 능력을 인정받음으로써 출세하고픈 마음에 군인을 꿈꾸기도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어 비천한 신분을 타고난 사람이 출세할 수 있는 길은 성직자가 되는 길뿐임을 알고 별로 마음에도 없는 성직자가 되고자 한다. 그는 뛰어난 라틴어 실력을 인정받아 베리에르 시장인 레날 씨 집의 가정교사로 들어가고, 레날 부인과 운명적 사랑에 빠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