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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한 힘

말랑말랑한 힘

제3의시-12이동
리뷰 총점9.3 리뷰 7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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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4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0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132쪽 | 213g | 124*210*20mm
ISBN13 9788970755533
ISBN10 897075553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1 길
나를 위로하며
감나무
호박
봄꽃
폐가
청둥오리
부부
그 샘
거미
보따리
초승달
최제우
옥탑방
귀향
폐타이어
식목일
백미러
길 위에서 깔려 죽은 뱀은 납작하다
길의 길

정수사

 
2 그림자

환한 그림자
불타는 그림자
질긴 그림자
불 탄 산
고향
개밥그릇
뿌리의 힘
폐타이어 2
일식
그림자
사십 세가 되어 새를 보다
그늘 학습
원을 태우며
아, 구름 선생
달과 설중매
그리움
해바라기
논 속의 산그림자
 
3 죄
천둥소리
전구를 갈며
김포평야
검은 역삼각형
눈사람
여름의 가르침
소스라치다
감촉여행
그리운 나무 십자가
돌에 기호 108번
같은 자궁 속에 살면서
개 도살장에서

큰물
 
4 뻘

뻘에 말뚝 박는 법

숭어 한 지게 짊어지고
승리호의 봄

주꾸미
푸르고 짠 길
물고기
동막리 가을
어민 후계자 함현수
분오리 저수지에서

낚시 이후
한밤의 덕적도
저 달장아찌 누가 박아 놓았나
물고기 2
뻘밭
딱딱하게 발기만 하는 문명에게
 
산문 ㅣ 섬이 하나면 섬은 섬이 될 수 없다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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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시집 『우울씨의 일일』과 두번째 시집 『자본주의의 약속』에서 시인은 자본주의 혹은 수직으로 세워진 문명에 대해 비판한다. 그리고 세번째 시집,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에서 함민복은 문명비평가와 우울증을 떨쳐버리고, 슬쩍슬쩍 존재의 안쪽을 들여다본다. 세번째 시집 출간 후 시인은 강화도로 삶의 거처를 옮긴다. 아니 밀려간다. 여기서 시인은 문명도 존재의 의문을 이전처럼 되새김하지 않는다. 대문을 열면 눈앞으로 끝없이 펼쳐져 있는, 먼지도 일지 않는 바닷길, 거대한 수평선은 딱딱한 땅위에 수직의 길로 세워진 거만한 문명을 일순간에 지운다. 섬과 함께 섬처럼 떠 있는 시인의 마음도 섬으로 밀려오고 다시 밀려가는 바닷물의 흐름과 함께 가득 채워지고 또다시 비워진다. 그렇게 채워지고 비워진 지 어언 10년, 어느 사이 시인의 마음은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뻘밭이 되었다. 그리고 마음의 뻘밭에선 문명 속에서 자랄 수 없는 생명의 힘이 꿈틀꿈틀 존재의 구멍을 만들어 내었다. 그래서인가, 함민복의 네번째 시집 『말랑말랑한 힘』은 잘 반죽된 부드러운 개펄에서 캐낸 펄떡이는 시어들로 가득 차 있다. 개펄의 상상력과 그 언어는 온전한 삶을 걸어가게 하는 길을 제시해준다. 함민복 시인은 개펄의 ‘물골’이야말로 길의 원형이라고 말한다. 육지에 난 물길은 물이 스스로 길을 내어 휘어지고 돌아가면서 강이라는 길을 만들어내지만, 뻘에서는 사람들이 걸어가며 만들어낸 길과 물이 스스로의 본성으로 찾아간 길이 결합돼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것이 뻘의 물골이다. 하지만 시인은 물길만 보지 않는다. 살아 우는 글자를 찍으며 날아가는 기러기들의 하늘길도 있는 것이다. "요즘 내가 살고 있는 강화도에서 들을 만한 소리는 기러기 소리다. 하늘에서 나무대문 열리는 소리가 나 나가보면 수십, 수백 마리 기러기가 하늘에 글자를 쓰며 날아간다. 살아 우는 글자. 장관이다.”의지만으로 개척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의 길이라면 개펄의 물골과 새들이 나는 하늘길과 같은 자연의 길은 우리가 바라보고 걸어가야 할 삶의 길이라 할 수 있다.

회원리뷰 (7건) 리뷰 총점9.3

혜택 및 유의사항?
말랑말랑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시집-말랑말랑한 힘]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책****벤 | 2022.03.09 | 추천4 | 댓글0 리뷰제목
이 작가의 시를 읽으면 기분이 서서히 좋아진다. 어디 먼 데 있는 환상도 아니고, 도무지 모를 의식의 깊은 곳을 건드리는 것도 아니고, 내 눈앞에 보이는 현실과 그게 아무리 지독하더라도 그것마저 포근하게 품는 마음과 무엇보다 나날의 생활이 다정한 말들로 나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힘든 생을 마치는 생명을 다루고 있을 때마저도.   넓게 보면 지구에 인간만 사는 것;
리뷰제목

이 작가의 시를 읽으면 기분이 서서히 좋아진다. 어디 먼 데 있는 환상도 아니고, 도무지 모를 의식의 깊은 곳을 건드리는 것도 아니고, 내 눈앞에 보이는 현실과 그게 아무리 지독하더라도 그것마저 포근하게 품는 마음과 무엇보다 나날의 생활이 다정한 말들로 나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힘든 생을 마치는 생명을 다루고 있을 때마저도.

 

넓게 보면 지구에 인간만 사는 것도 아니고 인간과 더불어 살든 그저 저희들대로 살든 살아가는 생명체들은 무수하고 인간은 한 종일 뿐이다. 그럼에도 인간인 우리 존재는 서로에게 또 다른 대상을 향해 얼마나 나쁜 짓들을 많이 하고 사는 것인지. 저 살자고 하는 일만도 아니면서. 나는 시 한 편 한 편을 읽고 넘기면서 시인의 눈을 좇아 내 주위를 살핀다. 말랑말랑한 힘으로 살아가는 애틋한 목숨들이 도처에 가득하다. 

 

말랑말랑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쭉 곧고 단단하기보다 더 힘든 일이 말랑말랑해지는 일이라는 것을 지난 날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를 알고 있다고 해서 아는 대로 될 수 있는 게 아님 또한 알고 있어서 일상은 고단하다. 고단해도 살고, 살아야 하고, 살 수밖에 없겠지만, 말랑말랑해지기를 바라면서.  

 

나온 지 시간이 꽤 된 시집인데, 유독 한 편의 시가 돋보인다. 괜히 '지장보살'을 찾아보기까지 했다. 하필 오늘이 대통령 선거일이라 더 그랬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지 않았던 것일까. 

 

86-87

  [기호 108번]

국민들을 위한다면

국민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말을 팔았으면

아무리 최선을 다해 일을 하셨어도

진정 국민들을 위하였다면

자신이 부족하였음을 느끼셨을 텐데

부족하여

미안하여

재산을 다 헌납하시거나

아무도 모르게 선행으로 다 쓰셨어야 옳았을 텐데

재산이 늘었다니요!

잘못 전달된 거겠지요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만

혹 재산을 늘린 분들이 계신다면

대통령님이시거나, 국회의원님이시거나, 검사님이시거나,

도지사님이시거나, 시의원님이시거나, 농협장님이시거나,

다 개새끼님들 아니십니까

국민들을 위하여 일하겠다고

말을 파신 분이나 

말을 파실 분은

중생들이 다 극락왕생할 때까지

성불하시지 않겠다는

기호 108번

지장보살님 꼭 한 번 생각해주세요

말랑말랑한 힘
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4 댓글 0
숭어회가 먹고싶다. 진짜 봄이 오고 있나보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3점 삶* | 2014.03.21 | 추천4 | 댓글10 리뷰제목
- 승리호의 봄 -   그물은 다음 사리에 매기로 하고 그물 말뚝 붙잡아 맬 써개말뚝 박고 오는데 벌써 경진 엄마 머리에서 숭어가 하얗게 뛴다   그물 매는 것 배우러 나갔던 나도 신이 나서   경진 아빠 배 좀 신나게 몰아보지 먼지도 안 나는 길인데 뭐! 내가 시를 읽다가 두 번쨰로 울어본 게 함민복 시인이 쓴 '눈물은 왜 짠가'를 읽고서였;
리뷰제목

- 승리호의 봄 -

 

그물은 다음 사리에 매기로 하고

그물 말뚝 붙잡아 맬

써개말뚝 박고 오는데

벌써 경진 엄마 머리에서

숭어가 하얗게 뛴다

 

그물 매는 것 배우러 나갔던

나도 신이 나서

 

경진 아빠 배 좀 신나게 몰아보지

먼지도 안 나는 길인데 뭐!


내가 시를 읽다가 두 번쨰로 울어본 게 함민복 시인이 쓴 '눈물은 왜 짠가'를 읽고서였다. (첫번째는 서정주의 '신부'를 읽다가 왈칵 눈물이 쏟아지더라.) [말랑말랑한 힘]은 이 함민복 시인이 강화도로 살러 들어가서 보고 듣고 겪은 일들과 사람들을 소재로 쓴 시들이다. 가난 때문에 함께 살 수 없어서 어머니를 이모네 댁에 모셔다 드리는 길에 설렁탕을 먹는 장면을 산문적으로 풀어낸 그 시를 읽을 땐 눈물이 왜 짠지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어도 입 안에 눈물을 삼킬 때 같은 짠맛이 맴돌았었다.

 

그 후 십수년이 지나서 함민복 시인의 이야기를 어느 신문에서 전해들었다. 강화도에 터를 잡고 살기 시작했는데, 거기서 약국인지 한약재상인지를 경영하는 어떤 분과 결혼까지도 하셨다는 소식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이 시집의 제목을 '말랑말랑한 힘'으로 지은 이유도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강화도 앞바다에선 망둥어도 많이 나고 숭어도 많이 난다고 한다. 간만의 차가 크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든 고기잡이 방법들을 그의 시 속에서 여럿 찾아볼 수 있다. [승리호의 봄]을 쓴 날은 숭어를 잡으러 나가는 동네 친구의 배를 타고 함께 나갔었던가 보다. 강화도에 봄이 오면 꽃 대신 숭어가 오는가보다. 봄볕을 머금고 제법 포근하지만 아직은 선뜩선뜩 찬 기운이 숨어있는 봄바람을 맞으면서 경진 엄마는 흔히들 생각하는 봄의 꽃밭 대신 숭어가 가득찬 그물을 상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흐뭇한 광경을 보던 시인도 덩달아 신이 나서 선장에게 외친다. '경진아빠! 빨리 좀 달려봐!' 바다 위를 달리는 배를 보고 먼지도 안나는 길을 달린다고 표현한 게 참 재미있다. 주말 부부인 나는 월, 화, 수, 목 자그마치 4일이라는 인고의 시간을 거쳐 아내가 있는 곳으로 간다. 여섯 시간이 걸리는 길이지만 아내를 만나 함께 보낼 즐거운 시간들, 봄의 꽃밭을 생각하면 힘들다는 생각 없이 즐겁게 달려갈 수 있다. 고속도로 위 먼지 폴폴 날리면서 기사 아저씨에게 속으로 외칠지도 모르겠다. 좀 빨리 달려봐요!

 

아.. 그리고 숭어회 먹고 싶다. 숭어회가 먹고 싶은 걸 보니 진짜 봄이 오고 있나보다.

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4 댓글 10
파워문화리뷰 함민복, 「낚시 이후」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오***스 | 2019.07.01 | 추천3 | 댓글0 리뷰제목
경계        늦게 일어나 수돗가에 나가 보니  고무대야에 피라미와 붕어가 떠 있다    죽음을 머리 위에 허옇게 인  잉어가 아가미를 움직인다    그늘 흔드는   지느러미    두려웠나 물 밖으로 뛰쳐나와   죽음 속으로 헤엄쳐 간 잔 고기 몇 마리    부패와 호흡이 한 물 속이고  심장;
리뷰제목

경계

 

 

 

  늦게 일어나 수돗가에 나가 보니

  고무대야에 피라미와 붕어가 떠 있다

 

  죽음을 머리 위에 허옇게 인

  잉어가 아가미를 움직인다

 

  그늘 흔드는

  지느러미

 

  두려웠나 물 밖으로 뛰쳐나와

  죽음 속으로 헤엄쳐 간 잔 고기 몇 마리

 

  부패와 호흡이 한 물 속이고

  심장들은 제자리뜀으로 경계를 넘는다

  - 함민복, 「낚시 이후」

 

 

경계는 이쪽과 저쪽의 사이에 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가려면 경계를 넘어야 한다. 이쪽은 삶이 이루어지는 곳이고, 저쪽은 삶이 끝나는 곳이다. 삶이 끝나면 무엇이 남을까? ‘죽음이라는 말로 우리는 삶 너머를 이야기한다. 경계를 넘으면 정말로 우리는 죽음에 이르는 것일까? 전날 밤 낚시를 한 시인은 늦잠을 자고 일어나 수돗가로 나간다. 피라미와 붕어가 고무대야에 떠 있다. 고무대야보다 한참이나 넓었을 물속을 자유로이 노닐던 물고기들이다. 저들은 고무대야가 삶에서 죽음으로 가는 경계에 있다는 것을 알까? 죽음을 머리 위에 허옇게 이고 잉어가 아가미를 움직이는 걸 시인은 물끄러미 보고 있다. 아직은 살아 있는 잉어는 살아 있기에 아가미를 계속해서 움직인다. 죽음이 그늘진 고무대야에서 본능적으로 아가미를 움직이는 잉어를 보다가 시인은 문득 그늘 흔드는/ 지느러미에 눈길을 멈춘다. 죽음이 만든 그늘일까?

 

고무대야 주변에 물 밖으로 뛰쳐나온 물고기들이 보인다. 물속에서 살아야 할 물고기들은 왜 물 밖으로 뛰쳐나온 것일까? 물이 담긴 고무대야가 죽음의 장소라는 걸 그들은 본능적으로 알아챈 것일까? 죽음이 두려워 물고기들은 죽음 속으로 헤엄쳐 간것일까? 물고기들은 살기 위해 물 밖으로 뛰쳐나갔을 것이다. 고무대야 밖에는 물이 없다는 사실을 알 리 없는 물고기들은 고무대야를 벗어나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려면 경계를 넘어서야 한다. 경계 안에 갇혀 있으면 새로운 세계는 언제나 저 멀리로 물러날 따름이다. 어떤 물고기들은 고무대야를 채운 물속에서 죽음을 머리에 인 채 숨을 쉬지만, 어떤 물고기들은 고무대야 바깥을 상상하며 기꺼이 제자리뜀을 뛰었다. 온몸에 힘을 모아 힘차게 공중으로 솟구쳐 오른 물고기의 눈에는 어떤 세상이 보였을까? 물기 하나 없는 시멘트 바닥에 몸을 부딪친 물고기는 물이 없는 세상에서 흐느적대다 서서히 죽어갔을 것이다.

 

죽음 속으로 헤엄쳐 간 잔 고기 몇 마리라는 시구로 시인은 이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살기 위해 바깥으로 도약한 물고기들은 그 결과로 목숨을 잃었다. 고무대야의 바깥이 죽음과 이어져 있다면, 고무대야의 안은 어떨까? 경계를 넘지 않았으면 물고기들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고무대야에 있든, 그 밖에 있든 물고기들은 이미 죽은 존재나 마찬가지다. 고무대야에 떠 있는 물고기들은 죽음이 유예된 존재들일 따름이다. 강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물고기들이 살아날 방법은 전혀 없다고 봐도 좋다. 시인은 부패와 호흡이 한 물 속이라고 쓰고 있다. 고무대야 안에서 숨을 쉬는 물고기들도 시간이 흐르면 부패될 수밖에 없다. 고무대야 바깥으로 나가나, 고무대야 안에서 간신히 목숨을 보전하고 있으나 물고기들은 어김없이 죽음으로 향한 길에 들어서야 한다. 다만 살아 있는 심장이 끊임없이 제자리뜀을 하며 다른 세상으로 가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다.

 

고무대야 안에 갇힌 물고기는 온통 물로 뒤덮인 드넓은 강을 상상하며 제자리뜀을 했을 것이다. 어항에 익숙한 금붕어들은 바깥을 갈망하지 않는다. 바깥을 경험한 물고기만이 바깥을 갈망한다. 시인은 낚시 이후에 펼쳐지는 물고기들의 삶과 죽음을 엿보며 물고기와 다르지 않은 우리네 삶을 시화한다. 우리는 고무대야라는 작은 세상을 큰 세상으로 상상하며 살고 있다. 한 발만 뛰어올라도 고무대야 밖에 드리워진 세상이 보이지만, 우리는 애써 고무대야 안에 틀어박혀 간신히 호흡을 하며 살고 있다. 고무대야 밖에 무엇이 있는지 우리는 모른다. 아니, 알려고 하지 않는다. 간혹 제자리뜀으로 경계를 넘는 존재들이 있지만 그 이후로 그들을 본 사람은 전혀 없다.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밖을 모르는 법이다. 안에서 밖으로 나가려는 마음을 품으면 주체하기 힘든 두려움이 온몸을 감싼다. 애초부터 우리는 바깥에 대한 두려움을 운명처럼 마음에 품고 태어난지도 모르는 것이다.

 

낚시 이후가 있으면 낚시 이전이 있는 법이다. 낚시 이전에 물고기들은 고무대야보다 넓은 강에서 마음껏 몸을 내저었을 것이다. 강 밖으로 강제로 끌려나온 물고기들은 강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이전과 이후라는 시간은 어찌 보면 이쪽과 저쪽을 가로지르는 한 순간을 가리키는지도 모른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내닫는 순간 이전은 곧바로 이후로 변해버린다. 이쪽과 저쪽을 우리는 나누어 생각하지만, 이쪽에는 이미 저쪽이 개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리 보면 강과 고무대야와 시멘트 바닥은 하나면서 여럿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삶은 삶이면서 동시에 죽음이라는 얘기. 강에 사는 물고기들도 제자리뜀으로 경계를 넘는 일을 수시로 반복한다. 제자리뜀을 뛰어야 경계 너머를 볼 수 있다. 바깥에 죽음이 넘쳐날지라도 심장은 끊임없이 제자리뜀을 요구한다. 저쪽을 보는 마음이 있어야 비로소 이쪽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미는 언제나 일이 끝난 후에야 밝혀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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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의 삶이 배어 있는 시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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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 | 2017.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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