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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남은 파리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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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9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12쪽 | 132*196*20mm
ISBN13 9791186545720
ISBN10 1186545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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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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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동이 트려면 멀었는데
새벽 얕은 잠 속에 이슬처럼 들려온 목소리가 있었다.

“나는 네 편.”
- 어, 이거 무슨 말?
“나. 는. 네. 편. 이. 라. 고.”
이제는 또박또박 힘을 주며
말씀하셨다.
- 아, 하나님이셔요?

“그래, 나는 항상, 언제나, 네 오른편에 있다.”

나도 하나님 없이 못 살지만
하나님도 저 없으면 못 사신답니다.

2019년 여름
--- '저자의 말' 중에서

어느 해 어머님께서 엘랑쿠르 우리 집에 오셨다. 아침을 들고 산책하러 나가셨는데, 쇼핑백 안에 살구를 한가득 담아 들고 오셨다. 동네 제일 앞줄에 있는 집을 지나가는데 어머님 연세와 비슷한 한 아주머니께서 마당의 잔디를 쓸고 계셨다 한다.

“마당의 꽃들이 아주 예뻐요.”
“날이 무척 좋아서 정원을 손질하고 있어요.”
“내 아들은 화가인데, 저 옆집에 살아요.”
“네, 저도 잘 알고 있어요. 들어오셔요. 이건 살구인데 드셔 보세요. 아주 맛이 있어요.”
“맛이 참 좋습니다.”
한국에서 온 어머님과 프랑스 아주머니 두 분은 화창한 초여름날, 각자의 모국어로 거리낌 없이 오순도순 말씀을 나누고 살구도 선물로 받아 왔다고 실감 나게 말씀하신다. 그리고 오후 내내 살구 잼을 여러 병 만드셨다.
다음 날 아침 살구 잼을 들고 그 댁에 가서 오랫동안 말씀도 나누시고 차도 함께 드시고 오셨다. 각자의 모국어로 정담을 나누신다.
하나님은 말보다 마음을 먼저 만드셨다. 눈을 마주하고 앉으면 바벨의 슬픈 이야기는 사라지고 사랑 가득 한마음 미소만으로 언어의 장벽을 넘는다.
--- pp.33∼34

선생님은 파리시립동양미술관에서 동양미술, 사군자를 가르치고 계셔서 많은 제자들이 있는데 제자들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궁금해서 여쭈어보았다.
“선생님, 프랑스 제자들에게 어떻게 가르치시나요?”
“나는 불어를 못해요. 그래도 이 두 마디의 말로 나는 무엇이든 다 가르칠 수 있어요. ‘콤시콤사(comme ci comme ca).’”
(‘콤시콤사’는 원어대로 하면 ‘그럭저럭, 그런대로’ 정도로 번역이 되는데 선생님께서 손에 붓을 잡고 말씀하시면, 실제 상황적 손짓, 몸짓, 필연의 언어가 된다.)
커다란 붓에 먹을 찍고 손을 높이 들어 올리고 하얀 화선지 위에 붓을 내리꽂으면서 자신만만하게 큰소리로 말씀하신다.
“콤시(요렇게)!”
그리고 연이어 펼쳐 그으며 말씀하신다.
“콤사(이렇게)!”
눈을 찡긋하더니 소년 같은 미소로 비밀스럽게 소곤거리며 말씀하신다.
“실은 알고 있는 불어가 하나 더 있어. 두스멍(doucement), 천천히.”
세 마디 단어로 프랑스인을 비롯하여 수백 명의 제자를 배출하셨다.
--- pp.36∼37

학교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쯤이었는데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이 말했다.
“엄마, 아이들이 나보고 신떡이라고 불러요.”
직감적으로 놀리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어 사전을 찾아보았다.
“신떡이라…….”
아무래도 ‘신’은 우리가 신 씨이니 그렇게 불렀으리라 의심 없이 생각이 들어 ‘떡’을 찾아보기로 했다.
doc, duc, toc, tuc…….
우리도 서양 사람들을 말할 때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인 가리지 않고 무조건 ‘양키’라고 부르는 비속어가 있다. 마찬가지로 프랑스 사람들도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을 가리지 않고 중국을 대표로 하여 ‘신(chine)’이라고 하고 중국인을 지칭하는 ‘시노아즈(chinoise)’라고 한다. 비속어로 ‘신토크(신떡, chine toque)’라고 한다는데 우리가 중국 사람을 비하하여 ‘짱깨, 되놈’이라고 말하는 비속어라는 걸 이해하는 데 며칠이 걸렸다.
화가 나고 분해서 짐을 싸고 서울로 돌아가자고 흥분하는 나에게 아들이 말한다.
“엄마, 화내지 마세요. 알렉산드르가 나에게 ‘신떡!’ 하면 나는 ‘알떡!’ 하고, 로공이 나에게 ‘신떡!’ 하면 나는 ‘로떡!’ 해요.”
평소에 들어본 적 없는 아들의 반응에 갑자기 아이들은 조용해지고, 기발한 유머라는 걸 이해하자 재미가 들어 서로가 서로에게 ‘알떡’, ‘로떡’ 한다고 한다. 놀리는 아이나 놀림을 받는 아이는 없어지고 도미니크는 ‘도떡’, 올리비에는 ‘올떡’, 다니엘은 ‘다떡’이 되어 즐겁고 기쁜 놀이가 시작된다고 한다.
--- p.49∼51

이럴 때 나는 가끔 아이들과 함께 보물찾기를 했다. 옷 속에 숨어 있는 동전 찾기다. 장롱이건 서랍이건 옷들의 주머니 속에 잊고 있던 잃어버린 동전들이 간혹 있다. 아이들이 신이 나서 옷장 속 옷 주머니를 뒤지면서 소리를 지른다.

“엄마, 여기 동전 세 개 있다!”
물론 가끔 종이돈이 있을 때도 있다.
보물을 찾으면, 우리는 콧노래를 부르며 동네 야시장에 가서 오늘 수입 총액에 맞추어 아지 두 마리를 산다. 양파를 갈아 넣은 진간장에 레몬즙을 짜 넣고 아지조림을 만든다. 아주 간단한 요리다.
신이 난 혜리가 말한다.
“엄마, 우리 이담에 부자 되면 맨날맨날 이거 사주세요.”
엘리야의 로뎀나무 아래에서 기도한다.
하나님의 까마귀가 언제 올까?
동에서 올까? 서에서 올까? 오늘 올까? 내일 올까?
--- p.54

우리가 먼저 살던 동네 트라프와 경계가 맞닿은 이웃 동네가 바로 엘랑쿠르이고, 이곳에 ‘성당의 기사단 마을(la commanderie des Templiers)’ 240여 채 빌라가 들어서게 되었다. 집에서 시장을 보러 오샹(Auchan, 서울의 이마트 같은 곳)에 가려면 이 동네를 지나가야 하는데, 이 도로의 이름이 ‘하나님 마을 길(Bd ville dieu)’이다.
이 길을 지나면서 소망을 품게 되었다.
“하나님, 이 길 이름이 하나님 마을 길이에요, 그러니까 신촌로(神村路)네요. 나는 이 길에서, 성전 뜰 안에서, 성당의 기사단 마을에서 살고 싶어요.”
하나님 들으시라고 중얼중얼거리며, 열심히 마음속으로 소원을 가지고 다녔는데, 1992년 우리는 이곳에 17번지 집을 사서 주거하게 되었다.

트라프 아틀리에로 오면서 이 지역 미술가협회 ‘시각과 언어(Regard et Parlor)’ 회원이 되었다. 화가, 조각가, 사진작가 20여 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작품에 대한 열정과 소망을 공유하며 국내외 전시를 함께했고, 협회 추천으로 예배당 작업실을 얻게 되었다.

하나님의 마을에 우리 작업실이 있고, 그 기사단 마을에 우리 집이 있다.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작업실이 있다.
--- pp.123∼124

샹젤리제 중간 부분 맥도날드 앞에 차를 세우고 아이들이 내리기 시작하는데, 갓길에 차를 세우니 동그란 모자를 쓴 경찰 아저씨가 오셨다. 빙그레 웃으며 내리는 아이들을 보면서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 열, 열하나, 손가락으로 열 개를 다 꼽고, 또 하나를 더 꼽으신다.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둘레에 서 있는 아이들 머리를 하나, 둘, 다시 세기 시작한다. 나는 운전석에 앉아 가슴이 두근두근 방망이 치는데, 경찰 아저씨는 두 팔을 하늘로 올리면서 “와우! 대단하네요. 무슨 서커스를 보는 거 같아요!” 하신다.

중형 중고 승용차 안에서 작은 동양 아이들이 꾸역꾸역 줄지어 나오는 것이 놀랍고 신기한 모양이다. 자신이 교통경찰이라는 것도 잊은 듯하다.
--- pp.132∼133

1980년 8월, 우리 가족이 파리에 왔다. 처음 몇 달은 집 가까이에 있는 가톨릭 성당에서 예배를 드렸다. 파리의 교민 수가 그리 많지 않았고, 한인 교회 소식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드디어 한인 교회 주소를 알게 되었다.

그 주일 오후 두 시, 예배 시간에 맞추어 이른 점심을 들고 오페라 전철역에서 환승하기 위해 내렸는데 한 목소리가 들렸다.
“세정아, 조심해! 이쪽으로 와.”
주일 낮이라 전철역은 한가했고 인적은 우리뿐이었는데 한국말에 놀라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당시 나는 심정적으로 서울과 파리의 거리가 땅의 끝 같았고 그 땅끝에서 향수병, 고향 생각에 많이 힘들었다.
“한국 분이세요?”
파리에서 처음으로 예배드리러 가는 날, 세정이네 가족을 만났다.
--- pp.161∼162

흔적은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추억은 마음에 남아서
시간과 싸움을 한다.
사라져 가는 것들과 투쟁하며
결코 잊지 않을 것을
언약하게 한다.

낡고 보잘것없어도
가끔은 묻혀 있고 싶을 때가 있다.
구멍 난 채로
구겨진 채로
잊혀진 채로
새 양말 속에 함께 묻혀 있기
별것 아닌 스케치지만
멀쩡한 작품 속에 끼여 있기

주인이 눈치채지 않기를 바라면서
지금은 아닌 척 묻혀 있기

걸러 내기도 잘해야 하고
묻혀 있기도 잘해야 한다.

곡식인지 가라지인지는
주님만이 아신다.
--- pp.209∼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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