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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혈광 녀석들

흡혈광 녀석들

[ 양장 ] 뱀파이어 러브 스토리-vol.1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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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11월 08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92쪽 | 556g | 128*188*30mm
ISBN13 9788925548562
ISBN10 8925548569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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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기에서 나와 기계적으로 몸을 닦으면서 조디는 생각했다. 그래, 처녀성을 잃었을 때도 이렇게 슬펐었어. 오늘 밤 나는 무엇 때문에 슬퍼하는 거지? 인간성을 잃은 것 때문에? 맞아, 나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야. 다시는, 결코 인간일 수 없을 거야. (중략)
뱀파이어.
조디는 뱀파이어 이야기를 믿지 않았었다. 욕실용 매트 위에 놓인 발을 보았다. 발가락이 아기의 것처럼 곧았다. 신발 때문에 발이 굽거나 접힌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것처럼. 어릴 적 사고로 무릎과 팔꿈치에 난 상처들도 사라져 버렸다. 조디는 거울을 바라보며 눈가의 자잘한 주름들이 사라진 것을 보았다. 주근깨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그녀의 눈동자는, 홍채를 단 1밀리미터도 보여 주지 않는 검정색이었다. 조디는 몸서리를 쳤지만, 곧 자신이 이 완벽한 어둠 속에서 모든 것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는 욕실 불을 켜 보았다. 동공이 수축되었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매력적인 초록빛 눈동자였다. 조디는 머리카락을 잡고 끝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아무것도 갈라지거나 부서지지 않았다. 그녀는―그렇게 믿기로 스스로 허락하는 한―완벽했다. 스물여섯에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토미, 내일 당신 짐 갖고 올 수 있어요?”
“당신 말이라면 뭐든 할 수 있죠.” 토미가 대답했다.
“지금은 설명할 수 없지만, 나한테 문제가 좀 생길 거 같아요. 그래서 당신이 많은 일들을 해 줘야 해요. 당장 내일부터요. 밤새 일하고 나서도 해 줄 수 있겠어요?”
“당신 말이라면 뭐든 할 수 있다니까요.” 토미가 대답했다.
“내가 있는 모텔에 당신 방을 구해 놓을 거예요. 그리고 내일 밤까지는 밖으로 나오지 않을 거예요. 해 질 녘 모텔에서 만나요. 아침에 당신 방에 가면 내 차와 관련된 서류들이 침대 위에 있을 거예요, 알겠죠?”
“당신 말이라면 무엇이든.” 그러나 토미는 혼란스러워 보였다. 그는 자기 무릎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아파트 값은 내가 줄게요. 가구가 구비된 곳으로 찾아 주세요. 침실에 창문이 있어서는 안 돼요. 한 달에 2천 달러 미만인 곳으로 구해 보세요.”
토미는 조디를 쳐다보지 않았다. “당신 말이라면.”
내가 이 남자 정신을 완전히 홀려 놓았어. 조디는 생각했다. 영화에서 뱀파이어가 사람의 행동을 조절하는 거랑 똑같잖아. 그러고 싶진 않아. 내 의지에 따라 이 남자를 움직이게 하고 싶지 않아. 그건 불공평해. 그는 지금도 충분히 무력한데 내가 그를 좀비로 만들어 놨어. 난 도움을 원하지만 이런 걸 원하는 건 아니야. 그에게 기능을 할 수 있는 의식이 남아 있기는 한 건지, 내가 그를 파멸시켜 버린 건 아닌지 알고 싶어.
“토미.” 조디가 준엄하게 말했다. “지금 당장 타워 꼭대기에 올라가서 뛰어내려요.”
토미가 고개를 들었다. “미쳤어요?”

미래가 암울하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속도를 내야 할 필요가 있을까. 토미는 걸어서 금융가에 가기로 했다. 그는 우주적으로 엿 먹은 처량한 사람의 모습으로 발을 질질 끌며 걸었다.
(중략) 마지막으로 그 좁은 계단을 내려올 때, 그의 영혼은 조금 고양되어 있었다. 그러나 마담 나타샤의 말이 그의 머릿속에 쿵 하고 내려앉았다. 네 미래에 여자는 없을 거야.
그것은 그가 샌프란시스코에 온 이유 중 하나였다. 여자 친구를 찾는 것, 그를 예술가로 봐 주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 말이다. 고향에 있는 여자애들과 달리 그를 책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으로 봐 주는 여자 말이다. (중략) 그는 완벽을 구하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자신이 불안정해지는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그를 안정시켜 줄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지금, 그는 저주받았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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