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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의 배

테세우스의 배

Gravity Fiction, GF-09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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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9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19쪽 | 130*190*30mm
ISBN13 9791189852061
ISBN10 1189852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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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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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이 습격당했습니다.”
“습격? 누가 습격했습니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북쪽 광장 1층에 차가 대기 중입니다. 몸을 움직이실 수 있게 되면 제가 직접 안내하겠습니다.
“저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당신은 대체 누굽니까? 또…”
“죄송합니다. 지금은 설명해 드릴 시간이 없습니다. 가면서 다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 p.10

이윽고 상반신이 연결되었을 때처럼 감각이 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천천히 다리를 움직여 보았다. 하지만 반응이 없었다.
“선생님. 다리가 안 움직입니다.”
진환이 말했다.
“아직 드라이버 설치가 남았습니다. 가만히 계십시오. “
가운을 입은 남자가 다시 태블릿을 꺼내 조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순간, 누군가 문을 부수고 수술실 안으로 들이닥쳤다. 깜짝 놀란 남자는 반사적으로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 p.11

지나치게 성장해버린 샌드박스의 자본은 이제 국가조차 필요로 하지 않았다. 평택은 25년 만에 서울을 능가하는 괴물로 성장했고, 그들만의 독자적인 법과 자치정부를 잉태해냈다. 대한민국 부의 절반이 샌드박스 내부에 고여있다는 분석 보고서가 나올 정도였지만, 그 소식은 완벽히 통제되어 어떤 언론에도 보도되지 않았다.

트라이플래닛은 가장 먼저 샌드박스로 본사를 옮긴 대기업 중 하나였다. 선대 회장이었던 아버지의 혜안이었다. 배터리 기술 하나만 믿고 샌드박스에 뛰어든 트라이플래닛은 미군과의 독점 계약을 줄줄이 따내며 국내 최대의 군수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 p.21

여울은 얇은 네글리제 차림 그대로 그를 이끌고 밖으로 나섰다. 진환은 아무런 반응도 못 한 채 그녀가 이끄는 대로 메가 빌딩을 벗어나 샌드박스의 밤거리를 달렸다. 신호등이 고장 난 횡단보도를 건너, 더는 사람이 살지 않는 옛 도심의 좁은 골목을 지나자 의미를 알 수 없는 핑크빛 네온사인이 보였다. 네온사인 아래엔 붉게 녹슨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그녀는 셔터 아래로 손을 집어넣었다.
“자, 어서 좀 도와줘.”
진환은 영문도 모른 채 그녀와 함께 셔터를 올렸다. 셔터 너머엔 지하로 이어지는 깊은 계단이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짙은 어둠이었다.
“여기가 어딘데?”
“글쎄. 악마들의 소굴? --- p.78


그는 자신의 여섯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봐. 나는 몸도 잃었고, 기억도 잃었어. 지문도 유전자도 없는 내가 예전과 똑같은 석진환이라는 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지?”
“진환아. 우리 복잡한 고민은 그만하자. 어차피 우린 자신이 진짜라고 믿는 수밖에 없어. 진짜가 무엇인지 기준조차 세워진 적이 없으니까. 네가 사고 전의 석진환과 똑같은 사람인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그런 건 생각하지 마. 지금부터 어떻게 다시 석진환으로 살아갈 건지, 어떻게 잃어버린 삶을 되찾을 건지만 생각해. 분명 너는 지금 여기 존재하고 있으니까.” --- p.126

선조체가 가속을 시작하며 그의 시간 감각이 극도로 압축되었다. 이제 그의 눈에는 세계가 거의 정지한 것 이나 다름없이 보였다. 심지어 그 자신의 움직임조차 너무 느려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안구에 설치된 이미지 센서의 처리 속도가 인식을 따라오지 못해 주위 모든 것들이 짙은 잔상을 남기며 시야 너머로 사라지고 있었다.
--- p.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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