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의〈뉴욕타임스〉기사는 빅 데이터가 중요하고 미국에서만 14만~19만 명의 심층분석가가 필요하니 수학 좋아하는 사람은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해서 뛰어들라고 전하고 있다. 일자리가 있으면 사람들이 몰리게 마련이므로, 요즘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이 이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그다음 구절이다. 150만 명의 ‘데이터를 해석하고 쓸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업은 기존 직원을 재교육시키든 밖에서 찾아오든, 데이터의 맥락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 우스갯소리로 우리나라 기업들의 업무 요령 3가지가 경력, 배짱, 열정이라는데, 경력을 살려 배짱과 열정을 발휘하면 누구나 데이터 해석가가 될 수 있을까? 글쎄다.
내가 고민하는 지점이 바로 이것이다. 데이터 자체는 아무리 많이 쌓여도 아무것도 아니다. 그 데이터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무늬, 패턴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다음소프트가 기업에 파는 것이 바로 이 패턴해석이다. 나는 이를테면 광부(miner)다. 다만 내가 캐는 것은 우라늄이나 철광석이 아니라 당신의 마음이고, 욕망이다. 마음이 묻혀 있는 광산은 소셜미디어다. 그런데 소셜미디어의 데이터 양이 방대해짐에 따라 자연스럽게 빅 데이터의 영역에 발을 들이게 됐다. ---프롤로그
사회경제학자 존 캐스티에 따르면, 특정 국가의 기분이 나쁘면 정권이 바뀐다고 한다.
“대통령 선거 결과를 알고 싶다면 선거 1~2주 전에 코스피지수를 보면 됩니다. 코스피지수가 올라가면 여당이 이기고, 떨어지면 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 그럴까? 현재가 싫으니까 누가 나오든 바뀌는 것이다. 사실 이 관행은 역사가 오래됐다. 예전 고대 국가에서는 가뭄이 들어서 기우제를 지내도 효험이 없으면 임금을 처형한다고 했다.《삼국지(三國志)》〈동이전(東夷傳)〉을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옛날 부여의 풍속은 가뭄이나 장마가 계속돼 오곡이 잘 익지 않으면 그 허물을 왕에게 돌려 왕을 마땅히 바꾸어야 한다 또는 죽여야 한다고까지 주장했다.”
‘너 때문이야!’라고 책임을 뒤집어씌울 희생양을 만들면 집단은 일시적으로 안정을 찾게 된다. 그러니 현재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그걸 바꿀 수 있는 충격적인 사건을 만드는 것이다.
과연 캐스티의 가설이 맞을까? 기분 그래프가 하락하면 정권이 바뀔까? 그럴 수 있다. 실제로 선거로 서울시장이 바뀌지 않았는가. 6개월간 들쭉날쭉하며 조금씩 하강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던 한국인들의 기분은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일에 82.0%로 최고점을 기록했다. 무소속 후보를 당선시키며 모처럼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1. 일상이 모여 미래가 된다
우리가 ‘예쁘다’고 할 때 염두에 두는 것은 무엇일까? 모나리자처럼 ‘1:1.618’같은 황금비율을 지키면 아름다워질까? 문화권마다의 차이를 염두에 둬야 할까? 아니면 특정 신체부위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해야 할까? 예컨대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김태희의 눈, 한가인의 코, 송혜교의 입, 고현정의 피부, 전지현의 몸매 등을 최고로 쳤다. 이 베스트 요소를 모으면 미인이 탄생할까?
아니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내 맘대로’ ‘꽂히는 대로’ 미인을 선택한다. 흔히 한국 남자들은 여자들이 (섬세한 미모의) 이준기를 잘생겼다고 하면 이해하지 못한다. 여자들은 남자들이 (화려하지 않은) 이민정이 예쁘다고 하면 의아해한다. 물론 ‘나는 이해되는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미에 대한 기준은 제각각이고, 합의되기도 어렵다.
그래서 한번 해봤다. 소셜미디어에서 누가 미인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지 일일이 세어보기로 했다.
‘미인’이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이와 연관된 감성어들이 죽 나열된다. 그중에 가장 높은 분포를 보이는 단어는‘예쁘다’(36%)와 ‘아름답다’(23%)다. 반면‘귀엽다’의 연관 비율은 7%에 불과해, ‘かわいい’가 귀엽다는 뜻과 예쁘다는 뜻을 통칭하는 일본과는 차이를 보였다. 즉 우리나라 기준으로 예쁜 사람은 미인인 반면, 귀여운 사람은 미인이 아니라는 뜻이다.
도표 9를 보면 예쁘지만 귀엽지 않은 축과, 귀엽지만 예쁘지 않은 축으로 나뉜다. 리스트를 보면 납득할 만하지 않은가? 물론 가운데에는 예쁘면서 귀엽기까지 한 이들도 있다. 하지원, 신민아, 이민정, 김태희… 이들이 빅모델일 수 있는 이유다. --―1. 일상이 모여 미래가 된다
‘명동은 사람들이 많이 가는 곳이니, 수많은 명동의 식당이 장사가 잘될 것이다. 즉 사람들이 많이 가는 것은 매출 증가와 비례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간다는‘행동’을 하기에 앞서서 먼저 생각하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사람들의 왕래가 많지 않지만 많이 언급되는 곳의 땅을 미리 살 수 있다면…. 더 나아가 그 지역을 언급하는 사람들이 터키 음식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정작 그곳에 터키 음식점이 없다면, 터키 음식점을 차리자….’ 어떤가, 그럴듯한가? 지역별 언급 데이터와 연관어는 도표 12, 13과 같다. 판단은 당신에게 맡기겠다.---1. 일상이 모여 미래가 된다
베노플러스는 멍든 데, 부은 데, 벌레 물린 데 바르는 연고다. 이 중에서 어느 기능을 부각시켜야 할까? 벌레 물린 데 바르는 연고나 붓기 빼는 파스는 이미 많았다. 그렇다면 멍 치료제는 경쟁자가 없을까? 그래서 ‘멍’을 키워드로 소셜미디어 분석을 한 결과, 예상치 못한 경쟁자를 확인할 수 있었다. 멍에 관해 가장 많이 언급됐던 것은 바로 ‘계란’이었던 것. 심지어 두 번째는 ‘쇠고기’였다. 회사에서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경쟁사의 연고들은 모두 계란, 찜질, 쇠고기 등 민간요법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 분석을 통해 유유제약이 얻은 인사이트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효용과 관련해서 소비자 입장에서 쇠고기나 달걀처럼 먼저 떠오르는 해결책이 있다면 이와 적극적으로 비교하고 자사 제품의 더 나은 특성을 부각시킴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경쟁자가 반드시 멘소래담 로션이나 물파스일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또한 타깃을 어린아이에서 미용을 고민하는 성인 여성으로 확대한 경험을 기반으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제품이 아니라 효용이라는 아주 기본적인 철학이 사내에 자리 잡게 되었다.---1. 일상이 모여 미래가 된다
빅 데이터를 한낱 유행으로 만들지 않고 올바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바라보는 관점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계량경영학의 대가인 오하이오 주립대학의 그렉 알렌비(Greg Allenby) 교수는 ‘빅 데이터1.0’과 ‘빅 데이터2.0’을 구분하여 설명한다. 빅 데이터1.0은 ‘무엇(what)’을 중심으로 어떤 제품, 얼마의 가격, 어떤 유통채널, 어떤 광고가 매출에 연관되는지를 알려주는 것인 반면, 빅 데이터2.0은 ‘왜(why)’에 초점을 맞춘다. 기존의 분석 틀에 더하여 ‘사람들이 왜 행동하는지’, ‘어디서 언제 행동하는지’, ‘누가 행동하는지’와 같은 데이터가 결합돼 확장된다면 더 큰 가치를 얻을 수 있다는 관점을 제시한 것이다.
현상만 바라봐서는 아무리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한다 해도 올바른 해석과 대안을 얻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보이는가’가 아니라 ‘왜 그러한가’다.---2. 현상에 숨겨진 이유를 읽다
“우리 딸이 14개월인데 아이패드를 켜고 앱을 열고 노래를 골라서 춤추고 놀아요.”
14개월 된 이 아이는 말을 못하니 소비자 조사가 불가능하다. 설령 대상이 성인이라 해도 왜 그 제품을 쓰는지 본인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다. ‘스타벅스 좋아요?’라고 물어서 ‘네’라고 대답한 사람에게 ‘왜요?’라고 물으면 말을 못한다. 기껏해야 ‘공정무역이니까’, ‘스타벅스는 문화를 파니까’ 같은, 스타벅스가 우리에게 말해준 마케팅 메시지를 반복하는 데 그친다. 그러니 우리는 소비자에게 일일이 묻지 말고 관찰해서 알아내야 한다.
이 접근방식은 문화기술지(ethnography)의 방식과 흡사하다. 이는 동행관찰 기법과 같이 한 사회의 문화에 대해 기술적으로 연구하는 과정을 뜻한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분석은 인터넷을 통하기 때문에 네스노그라피(internet+ethnography)라 명명되기도 한다.
관찰한 결과 어린이가 좋아한다고 하니 애플로서는 즐거운 일이다. 아이를 위해서는 지갑이 쉽게 열리니까. 디바이스가 비슷한 아이폰은 통화하고 메일 보내고 음악 듣고 블로그를 보는 ‘휴대폰’으로 인식되는 반면, 아이패드는 책도 읽고 TV도 보고 인터넷도 할 수 있는 ‘선물’로 각인돼 있다. 그래서 아빠들은 아이에게 줄 선물로 아이패드를 산다. 마케팅의 본분이 구매 결정 단계에서 ‘사야 할 이유(reason to buy)’를 주는 것이라 할 때, 이처럼 숭고한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물론 산 다음에는 고장 난다고 아이들은 가끔만 만지게 하고 주로 본인이 쓰겠지만. 상관없다. 이미 샀으니까.---2. 현상에 숨겨진 이유를 읽다
감기치료에 약보다는 민간요법이 낫다. 항생제 내성률이 70%가 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배즙’을 검색해보니 병원에 며칠씩 다녀도 안 낫던 감기가 배즙 마시고 나았다는 간증(?) 같은 글이 보인다. 누가 홍보용으로 작성한 게 아닌, 일반인들이 비상업적으로 작성한 메시지다. 검색한 사람은 기뻐한다. ‘그래, 우리 애도 먹이자.’
이러한 과정을 토대로 슈퍼마켓에서 사먹을 수 있으면서 감기예방에 도움이 되는 식품을 만들면 된다.
이게 곧 상품기획이다. 기술에 기반한 기획이 아니라, 시장의 니즈에 기반한 기획이다. 이런 건 광고를 크게 할 필요도 없다. 사람들의 머릿속에 ‘아, 어렸을 때 감기 걸리면 엄마가 배랑 도라지랑 무를 고아주셨지’ 하는 기억이 있기 때문에, 알아서 사먹는다.
배즙을 만들고 나서 광고는 어떻게 할까?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배즙’은 ‘겨울’에 ‘저녁때’ ‘간식’으로 먹는다. 누가 먹느냐면 ‘어린이’, ‘자녀’, ‘아기’가 먹는다. 또 약을 못 먹는 ‘임신부’가 먹는다.
그림이 그려지는가? 아이들이 천방지축으로 뛰어놀면 엄마가 그 아이를 붙잡아 앉히고는 배즙을 먹이는 것이다. 우리 머릿속에 이미 그려진, 우리가 알고 있는 상황을 불러오는 것이다. 니즈는 이미 있다. ‘감기 걸리면 위험해.’ 그러니까 우유 먹일 것을 배즙을 먹이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우유를 배즙으로 바꾸기는 상대적으로 쉽지 않겠나. 이게 마케팅이다. 우기지 않고 일깨우는 것. ---2. 현상에 숨겨진 이유를 읽다
예전에 어느 기업에 가서 새로운 모바일폰 아이디어를 낸 적이 있는데, 그때 이런 말을 들었다. “그건 우리 회사에 있는 3,000가지 아이디어 중 하나예요.”
그들이 그 3,000개 아이디어를 다시 열어볼 날이 있을까? 타당성을 입증할 증거가 없기 때문에 아이디어를 쌓아놓기만 하고, 다시는 열지 않는다. 그 아이디어가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만에 하나 실패했을 때 책임지기도 싫으니까. 그래서 업력이 오래될수록 파괴적 혁신이 힘들다. 안 되는 이유를 너무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전에 모 기업의 선행연구팀과 함께 브레인스토밍을 한 적이 있는데, 첫 번째 박사가 “이런 아이디어를 내보겠다”고 했더니 두 번째 박사가 반대했다. “안 돼. 그건 A사에서 할 일이야. 이건 우리 기술로는 안 돼.”
그러나 엄밀히 말해서, 현재 안 되니까 ‘선행’ 아닌가? 되는 거면 이미 누군가 하고 있을 것이다. 이때 외부적 충격으로 유용한 것이 데이터다. 예컨대 6년이 지난 지금 배즙 수요가 얼마나 늘고 있는지 숫자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인사이트는 데이터로 무장시키지 못하면 쉽게 사장돼버린다. 스티브 잡스처럼 창의적인 대리가 좋은 아이디어를 내면 과장, 부장, 본부장, 이사, 사장의 결재를 거쳐 무사히 실행될 수 있을까? 이 모든 사람들을 설득하고 조율하고 협상하다 보면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보편적 아이디어만 남게 되고, 독특한 발상들은 대
부분 쓸모없는 존재가 된다.---2. 현상에 숨겨진 이유를 읽다
화장품은 이름이 복잡하기 그지없다. 화이트 디톡스 셀룰러 울트라… 기억하기도 힘들다. 그런데 화장품 회사에서는 이런 브랜드에 목숨을 건다. 브랜드에 관한 내용은 전체 화장품 담론의 10%도 안 되는데 말이다.
사람들은 무슨 말을 할까? ‘피부가 자꾸 푸석푸석해져.’ 고민이 먼저다. 두 번째는? 기대효과다. ‘어떻게 하면 윤기 나게 할 수 있을까?’ 그다음에 솔루션이 나온다. ‘안티에이징 한번 써봐. 나도 써봤더니 좋더라.’ 여기까지 와야 비로소 제품 이름이 나온다. 그 밖에도 V라인, 화장법 등 미용에 관한 트렌드 담론도 있다. 이 모든 것을 100으로 놓으면 제품은 10도 안 되는데, 이 안에서만 맴도는 것이다. ‘우리랑 A사 제품이랑 비교해줘.’
이걸 열심히 해봐야 어떤 결과가 나오겠는가? 시장이 커지지 않는다. 기껏해야 경쟁자의 시장을 뺏어올 뿐이다. 제로섬게임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한국에만 400여 개의 화장품 브랜드가 있는데, 이들 하나하나와 땅따먹기 게임을 하겠다는 것인가?
그것보다는 바깥쪽 정보를 봐야 한다. 그쪽에서 오히려 더 크고 중요한 기회가 나올 수 있다. 화장품의 경쟁자는 화장품이 아니다. 성형, 피부과, 때에 따라서는 패션이다. 왜 그런가? 화장의 목적이 화장 그 자체가 아니라‘아름다움’에 있기 때문이다. 예뻐지려고 화장하는 것 아닌가. 목적이 이렇게 되면 경쟁이 다른 데서 나온다. 인간 자체를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3. 흐름을 읽어 가능성을 찾다
시계에 대한 언급이 계속 치고 올라간다. 누가 관심을 보일까? 남성들이다. 포털서비스에서 남성의 시계 검색비율은 73%에 이른다. 그것도 30~40대, 서울경기 지역에 거주하는 남성들이다. 상대적으로 고소득층인 화이트칼라 남성들임을 짐작할 수 있다.
알고 보니 이게 빅 마켓이었다. 여성들은 살 게 많다. 쓸 돈은 정해져 있는데 가방도 사야지, 옷도 사야지, 구두도 사야지, 화장품도 사야지, 복잡하다. 그러나 남성은 살 게 없다. 아내에게 혼나기 때문에 살 수 있는 아이템이 많지 않다. 기껏해야 집이나 차인데, 집은 투자대상이니 개인의 기호와는 거리가 멀다. 차는 사려면 아내와 엄청 실랑이를 해야 하니 그것도 쉽지 않다. 이처럼 남성들은 장난감이 없는데, 시계가 나온 것이다. 여전히 고가이긴 하지만 차보다는 어쨌든 저렴하니, 돈을 쓰는 계층이 모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관심 있는 것은 시계가 아니라 ‘명품시계’다. 그러다 보니 2010년 이후 시계와 연관된 감성에서 ‘고급스럽다’가 올라간다. 떨어지는 것도 있다. 연관 속성 순위를 보면 ‘선물’이 떨어지고 있다. 이제 시계는 선물로 줄 수 없다. 500만 원짜리가 어떻게 선물인가. 남에게 주는 시계는 뇌물이다. 반면 떠오르는 단어는 스타일, 컬러, 포인트 등이다. 이제 시계는 선물이 아니라 본인의 스타일을 빛내는 아이템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경향이 시계에만 나타날까? 시계와 어울리는 자동차, 시계와 어울리는 가방, 시계와 어울리는 산업이 함께 움직일 것이다. 명품 아니면 ‘저렴이’만 살아남는. 배금주의로 가는 것 같아 싫다고? 어쩔 수 없다. 사회는 이미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3. 흐름을 읽어 가능성을 찾다
사람이든 브랜드든 제품이든, 갑자기 이미지 3단변신을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고, 사람들이 좋아하지도 않는다. 낯설기 때문이다. 감성의 뼈대를 따라 변화하는 것은 그나마 쉽다. ‘자유로움’을 느끼게 하는 브랜드가‘편안하다’로 건너가는 건 약간만 노력하면 된다. 그런데 섬세함이나 우아함으로 건너뛰기는 대단히 어렵다. 가끔 보면 유행하는 마케팅 기법을 우리도 한번 해보자고 나서는 기업들이 있는데, 일단 자신과 어울리는 기법인지 먼저 판단할 일이다.
예를 들어 빈폴은 매력적이고 빛나는 브랜드로서, 와인과 어울린다. ‘빈폴-와인’은 이번 분석에서 새롭게 드러난 짝이다. 빈폴 광고에 와인 이미지를 차용하면 효과가 있을까? 데이터는 그렇다고 말하고 있다. 반면 소셜쿠폰 행사를 해서 반값할인 이벤트를 한다면? 큰일 날 소리다. 매력적이고 빛난다는 명망이 있는데, 자칫하면 그간 쌓아온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3. 흐름을 읽어 가능성을 찾다
다른 직업에 비해 빅 데이터 분석은 아직 참여자의 수가 적고, 지능을 요구하는 직무의 특성상 우수한 인재가 많은 한국이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이 문제 풀이에 집착해 스스로 문제를 내는 행위에 매우 취약한 것 역시 현실이다.
문제를 인식한다면 이미 절반은 해결한 것과 같다. 그러나 우리는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다. 대부분 추측이나 어림짐작으로 문제를 상정하고 이를 배짱으로 확정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적 해결책의 도출과 결과의 내재화 및 반복에 매우 취약하다.
따라서 빅 데이터 분석을 업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면 먼저 문제가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이 문제가 어떤 데이터를 통해 어떻게 풀릴 수 있을지 구상하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한다. 더 많은 데이터들이 사용 가능한 형태로 점점 더 많이 쏟아지게 될 것이다. 이 데이터들에 어떤 질문을 던질지 준비해야 한다. 질문하는 능력, 이것은 궁극적으로 ‘창의성’이라 불리게 될 것이다.---3. 흐름을 읽어 가능성을 찾다
국내 모 대기업에서 최근 과학적 마케팅 분석기법을 시도해보았다. 그 결과 자사의 마케팅 관행에 비합리적 요소가 많이 발견되어 개선의 여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점을 발견했으니 기뻐해야 마땅하나, 실제로 일어난 일은 그 반대였다. 그 기업에서는 지금까지의 프로세스가 잘못되었음을 인식한 후, 곧바로 지금까지 업무를 수행했던 담당자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그 후 담당자들은 이런 분석이 자신들에게 불리할 수 있음을 깨닫고 추가 분석 프로젝트를 무산시킨 후, “마케팅은 과학이다”라는 슬로건을 슬그머니 폐기하고 “마케팅은 열정이다”로 바꾼 후 3박4일 해병대 캠프로 떠났다.
이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가 얻는 교훈은, 아무리 궁극의 선을 시도해도 이해당사자에게 해가 된다면 혁신은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존의 업무관행(앞에서 말한 경력과 배짱과 열정)이 비과학적이기에 빅 데이터 분석 같은 예측 가능한 경영을 원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그 결과는 언제나 과거와 현재의 부족함을 개선하자는 쪽으로 나오게 마련이다. 이때 정치적으로 누군가를 단죄하는 데 이 결과를 사용한다면 어느 누구도 혁신을 시도하려 하지 않게 된다.
---3. 흐름을 읽어 가능성을 찾다